'낭만 필터' 벗기자 비로소 드러나는 파리의 민낯, 사진으로 보다

이해원 2026. 4. 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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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Paris Unseen)' 사진전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수식어 뒤에 가장 날것의 파리를 드러내며 관객을 맞이한다.

전시의 깊이를 더하는 것은 파리와 사진술이 맺어온 끈끈한 인연이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사진사를 체계화한 퐁피두 센터의 전 사진부장 알랭 사약(Alain Sayag)과의 협업을 통해, 성곡미술관 1관과 2관을 모두 활용한 대규모 기획으로 파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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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대형 전시… 퐁피두 전 부장 알랭 사약과 구본창 등 51인 협업
1826년 니엡스부터 현대까지, 사진술의 발상지 파리와 함께 호흡해온 200년 기록의 역사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서 7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Paris Unseen)' 사진전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수식어 뒤에 가장 날것의 파리를 드러내며 관객을 맞이한다.

이 전시는 우리가 에펠탑과 센 강으로 기억하는 박제된 낭만의 도시를 소개하지 않는다. 200년 사진술의 역사와 함께 호흡해온 유기체로서의 파리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 전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의 역사, 파리의 변화를 인화하다

전시의 깊이를 더하는 것은 파리와 사진술이 맺어온 끈끈한 인연이다. 사진의 역사는 곧 파리라는 도시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1826년 조제프 니세포르 니엡스가 빛을 이용해 최초로 이미지를 고정하는 데 성공한 이후, 1839년 루이 다게르가 '다게레오타입'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사진 시대를 열어젖힌 곳이 바로 이곳이다.

지난 2세기 동안 프랑스의 수많은 작가는 파리라는 도시와 그 안에 담긴 사회를 기록하고 해석하며 독자적인 사진 언어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사진사를 체계화한 퐁피두 센터의 전 사진부장 알랭 사약(Alain Sayag)과의 협업을 통해, 성곡미술관 1관과 2관을 모두 활용한 대규모 기획으로 파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세상에 단 한장밖에 없는 오리지널 작품도 대다수 한국을 찾았다.

프랑스의 사진과 미학을 만나는 전시,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 연합뉴스

○51인의 시선이 파고든 지저분한 민낯, 이름 없는 거리의 일상

전시실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감정은 당혹감, 또는 일종의 시각적 충격이다. 렌즈는 화려한 대로를 벗어나 파리의 은밀하고 어두운 구석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한국 사진계의 거장 구본창을 비롯해 파리의 곳곳을 포착하는 데 정평이 난 51명 작가의 시선은 매서우면서도 따뜻하다. 화면을 가득 채운 쓰레기 더미와 무질서한 거리의 풍경은 우리가 동경해 마지않던 파리의 이미지를 보기 좋게 배반한다. 그러나 이 지저분한 민낯이야말로 전시가 던지는 주요 질문이다. 아름다움이라는 거창함 아래 가려졌던 도시의 본모습과 그곳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 전시에 걸린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담은 사진들. 연합뉴스

작가들의 카메라는 이름 없는 거리의 평범한 일상에 주목한다. 누군가에게는 외면하고 싶은 비루한 현장이겠지만 렌즈를 통과한 파리의 골목길은 그 자체로 존재감이 있다. 세월의 먼지와 인간의 발길이 남긴 흔적, 즉 도시의 시간적 층위를 시각화하면서, 사회의 기록이라는 가치가 생겨난 것. 비교적 최근의 사건들도 전시장에 들어서 있다. 화마에 휩싸인 노트르담 대성당 을 망연히 바라보는 시민들의 얼굴이 전시된 코너에선 발걸음을 쉽게 뗄 수 없다. 

전시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가 지향하는 건 관객의 틀과 편견을 깨부수는 데 있다. 아름다운 것만이 예술이라는 고정관념, 특정 도시에 품어온 확증 편향을 걷어낼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낭만 필터를 제거하고 마주한 파리는 때로 거칠고 추하지만, 그만큼 생생한 생명력을 내뿜는다.

전시는 파리라는 도시를 재정의하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강렬한 경험을 안긴다. 전시는 7월 26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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