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도 못 갚는 난 안돼” 좌절한 청년…상담 받더니 ‘해보자’ 재기 발판

김은희 2026. 4. 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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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금융 현장을 가다-KB금융 편]
KB희망금융센터, 시중은행 유일 운영
6월 전북 완성땐 전국 6곳서 서비스
신원노출·신용조회 없이 ‘상황’ 집중
상담자 95%가 20~30대 사회초년생
금융위원장 포용금융 대전환 회의 개최
지난 22일 인천 연수구 KB국민은행 연수중앙지점 3층에 마련된 KB희망금융센터 인천센터에서 본지 기자가 고인호(왼쪽) 센터장으로부터 채무 상담을 직접 받아보고 있다. [김은희 기자]

[헤럴드경제(인천)=김은희 기자] “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를 내셨겠습니까.”

인천 연수구 KB국민은행 연수중앙지점 3층에 마련된 KB희망금융센터 인천센터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에게 담당 직원은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묻지 않는다. 굳이 신분증을 꺼낼 필요도, 원치 않는 신용정보 조회를 거칠 필요도 없다. 벼랑 끝에 선 연체·과다 채무자가 마지막 자존심마저 내려놓지 않아도 되도록 심리적 문턱을 낮췄다.

지난 22일 만난 고인호 KB희망금융센터 인천센터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고객일수록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최대한 고객의 부담을 줄이는 상담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 확인 절차를 없애 고객이 그저 ‘아무개’로 신원 노출을 걱정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가감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KB희망금융센터가 추구하는 선순환 금융 재기 지원이 ‘누구인지’보다 ‘어떤 상황인지’에 집중하는 상담 체계 덕에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KB희망금융센터는 채무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객에게 맞춤형 채무조정과 신용 상담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운영 중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인천을 시작으로 지난 27일에는 대구, 대전, 부산에서 문을 열었다. 오는 6월 전북혁신도시 KB금융타운이 완성되면 전국 6개 지역에서 더욱 폭넓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인천 연수구 KB국민은행 연수중앙지점 3층에 있는 KB희망금융센터 인천센터 입구. KB희망금융센터는 금융 취약계층이 마음 편하게 신용 상담과 채무조정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이름을 먼저 묻지 않는다. [김은희 기자]

실제 고 센터장으로부터 채무 상담을 받아 보니 익명성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상당했다. 신분증부터 꺼내야 하는 보통의 금융 상담과 달리 신원을 밝히지 않다 보니 괜한 위축감도 없었다. 고 센터장은 빚의 종류와 규모, 연체 기간 같은 재무 상태를 꼼꼼히 살폈지만 어떠한 가치판단도 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현실적인 상환 시나리오를 함께 그려나간다는 점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고객이 원하는 경우에는 최소한의 정보 조회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채무 컨설팅도 제공한다. 개인의 신용점수와 상세 대출 현황까지 분석해 대출 규모를 진단하고 상황에 맞는 금융·신용점수 관리 방법까지 안내한다. 국민은행 고객이라면 채무조정 프로그램까지 연결해 주고 있다.

고 센터장이 비교적 짧은 상담 시간 내에 은행 자체 채무조정부터 신용회복위원회, 새출발기금, 개인회생·파산 등 각종 채무구제 제도를 망라하는 해법을 내놓는 데에는 KB금융그룹이 자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GenAI) 기반의 채무자 사후관리 에이전트도 한몫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 1일 챗봇 형태의 채무자 사후관리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챗봇은 방대한 금융 제도와 내부 매뉴얼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각 고객에게 최적화된 채무 조정 방법과 절차를 도출하고 정확하게 안내하도록 돕는다.

KB금융그룹이 자체 개발한 채무자 사후관리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특정 채무 사례에 대한 해법에 대해 답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채무자를 위한 ‘마음돌봄 심리상담 서비스’를 연계 지원하는 것도 KB희망금융센터의 큰 특징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 불안 등을 자칫 범죄나 극단적 위기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이다. 상담은 한국EAP협회 소속 전문 심리상담사가 진행한다. 시행 3개월 만에 약 2400건의 상담이 이뤄지는 등 이미 기부금 5억원의 절반가량을 소진해 추가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

고 센터장은 “채무조정 상담 자체보다 더 어려운 건 고객이 이미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다는 점”이라며 “실제로 상담을 병행하면서 고객의 의사결정이 훨씬 안정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고 심리적·정서적 불안감을 스스로 이겨내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센터에서는 비대면 상담도 활발히 진행된다. 대면보다 심리적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전화 상담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상담자의 95%는 20~30대 사회초년생이다. 100만원 내외, 적게는 50만원의 채무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청년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고 센터장은 언급했다.

그는 “금융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단순한 상환 기한 연장으로도 해결될 일을 방치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면서 “연체 문제는 초기에 빠르게 잡는 게 중요하다. 혼자 고민하며 골든타임을 놓치기보다 어떤 방식이든 상담을 통해 빠르게 해법을 찾기를 권한다”고 했다.

이억원(오른쪽) 금융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KB국민은행 상도동종합금융센터에 마련된 KB희망금융센터 서울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창권 KB금융지주 미래전략부문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금융 제공]

KB희망금융센터는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공을 들인 사업이기도 하다. 양 회장은 금융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해 왔는데 “단순한 채무상담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인 어려움도 동시에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금융기관의 역할”이라며 여러 차례 직원들을 직접 격려했다는 전언이다.

최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서울센터를 찾아 제4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여는 등 포용금융의 대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고 센터장은 “처음에는 ‘어차피 안 될 것 같다’고 하던 분들이 상담을 거치면서 ‘해볼 수 있겠다’는 태도로 바뀌는 순간이 가장 인상 깊다”면서 “꼭 국민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되고, 빚 때문에 고민한다면 언제든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채무조정을 통해 기존의 단기 상환 부담을 장기 분할 상환 구조로 바꾸면 생활 자체가 안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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