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도 돈 번다고?"…'레버리지·곱버스'의 함정[주린이 투자지침서]
단기 추세 예측에만 적합한 위험 상품
시장 변동성 커진 시대, 전략적 접근 필수

"내 주식은 매일 파란불인데 시장 떨어질 때 돈 버는 ETF가 있다고요? 당장 갈아타야 하나요?" 2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널뛰는 증시에 피로감을 느끼던 중 주식 종목 토론방에서 곱버스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귀가 솔깃해졌다. 지수가 하락하면 오히려 수익이 두 배로 난다는 말에 '본전 찾기'에 대한 희망을 품었기 때문이다.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A 씨처럼 섣불리 베팅에 나서는 주린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오르내림에 직접 베팅하는 고위험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수익률을 단기간에 극대화하려는 조급함에 투자했다가는 원금까지 잃으며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어 반드시 상품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주식 시장에서 극단적인 성향을 띠는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이 둘이 결합된 '곱버스'가 있다.
우선 레버리지(Leverage) ETF는 지렛대라는 뜻처럼 추종하는 기초지수의 하루 변동률을 2배로 추적한다. 코스피 지수가 1% 오르면 2%의 수익을 얻지만 반대로 1% 내리면 손실도 2%로 확대되는 구조다. 반면 인버스(Inverse) ETF는 시장과 반대로 움직이는 상품으로 지수가 1% 하락할 때 1%의 수익을 낸다. 주로 기존 포트폴리오의 하락 손실을 방어하기 위한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쓰인다.
가장 주의해야 할 상품은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집중되는 이른바 '곱버스'로 시장의 하락에 2배로 베팅한다. 정식 명칭은 '인버스 2X' ETF이며 지수가 1% 내리면 2%의 수익을 내지만 반등 장세에서는 2배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문제는 주린이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로 '방향성만 맞히면 장기적으로 수익이 누적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이들 상품에는 박스권 장세에서 원금이 자연 감소하는 '음의 복리 효과(Volatility Drag)'라는 함정이 숨어있다.
레버리지나 곱버스는 누적 수익률이 아닌 '일일(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 만약 기초지수가 100에서 10% 하락해 90이 되었다가 다음 날 다시 약 11.1% 상승해 100을 회복했다고 가정해 보자. 지수는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레버리지 ETF는 첫날 20% 하락해 80이 되고 다음 날 22.2% 오르더라도 97.7에 그친다. 시장이 뚜렷한 추세 없이 횡보하기만 해도 계좌 잔고가 줄어드는 원리다. 여기에 기초자산인 선물 계약을 주기적으로 연장할 때 발생하는 롤오버(Rollover) 비용까지 감안하면 장기 투자 시 손실은 점점 불어난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파생형 ETF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주린이 보호를 위한 허들을 높여둔 상태다. 레버리지 및 곱버스 ETF에 투자하려면 금융투자교육원의 사전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며 최소 1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증권 계좌에 채워둬야만 거래가 가능하다.
결국 레버리지와 곱버스 ETF는 적립식으로 모아가는 장기적인 자산 증식 수단이 결코 아니다. 명확한 단기 추세가 예상될 때 활용하는 전술용 상품에 가깝다. 단기간에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섣부른 방향성 예측보다는 우량한 펀더멘털을 가진 기업이나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일반 ETF부터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이 주린이가 자본시장에서 살아남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김호겸 기자 hkkim82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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