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구하고 죽은 의견… 세계적 반려동물 성지 첫발[자랑합니다]

전북자치도의 작은 소읍 오수에는 유서 깊은 원동산공원이 있다. 그 공원에는 고려 초기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의견비가 엄존하고(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일무이한 개비일 듯), 지난 1975년에 세운 진돗개 모양의 의견상도 있다. 이 의견비는 1925년 을축대홍수 때 오수 천변에서 발견돼 1940년 5월 이곳으로 옮겨졌다는 기사가 당시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15세기 중반까지 의견의 무덤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시도 남아 있다.
지난 24일, 2008년 세상에 공표한 위풍당당한 오수개 모습의 새 조형물 제막식이 지역주민 100여 명을 모시고 엄숙히 거행됐다. 더불어 1254년 최자의 ‘보한집’에 기록된 오수개 설화 줄거리대로, 불길에서 주인을 구하고 죽은 의견 이야기를 6개의 부조물로 형상화해 좌우에 배치했다. 또한 높은 단 위에 서 있던 의견상의 키를 낮춰 누구라도 쓰다듬고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친화적인 오수개로 구현했다. 귀티 나는 역삼각형 양쪽 귀와 공작새 꼬리 같은 털을 얼마든지 어루만져도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손길로 키 낮은 오수개는 번쩍번쩍 빛이 나지 않겠는가.
이로써 그동안 오수역, 오수IC 등에 서 있던 각각 다른 모습의 의견상 표준 모델이 1000여 년 만에 본모습을 찾게 된 것이다. 참으로 뜻깊고 경사스런 행사가 아닐 수 없다. 1000년의 혼을 깨우는 피리 명인과 축문을 외는 명창의 우렁찬 소리에 식장이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이제야말로 오수가 세계적인 반려동물의 성지로 거듭나는 발걸음을 제대로 내딛게 된 것이다.
임실군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전국 최초로 반려산업과를 개설했으며, 공원 주변 4만여 평에 의견테마랜드를 한창 조성하고 있다. 세계의 명견들이 한자리에 모여 저마다 장기를 뽐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오수의견문화제가 올해로 41회를 기록하고 있어 이채로운데, 행정기관에서도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에도 실리고, 19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 등에도 실렸던 ‘의견 오수개’ 이야기가 국정교과서에도 당당히 실려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편 공립 펫 추모공원(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설됐으며, 국민여가캠핑장이 지난해 개방돼 반려 인구들의 핫 플레이스가 되고 있고, 소재지에 있는 고등학교의 교명도 전북펫고등학교로 바꿔 반려산업과를 개설하는 등 오수개의 발전과 세계화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연내에 천연기념물 지정이 확실시되면서 국가 지정 문화유산 승격을 위한 학술대회 개최 등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지구촌의 수많은 반려 인구가 대한민국을 관광할 겸 이 소읍을 찾아 천 년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는 의견비를 만지며 인증샷을 찍기 위해 몰려들 것이다.
이제 오수개는 보통명사를 넘어 고유명사 ‘OSUGAE’로 만방에 이름을 떨치며, 인성(人性)이 갈수록 메말라 가는 부박한 사회의 우리에게 충절과 의리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깨우치게 하는 교훈을 줄 것이다.
이는 비단 소읍 오수의 유산을 넘어 우리나라의 자랑이 될 것이다. 오수개를 사랑하는 한 독지가가 오죽하면 거금 1억 원을 기탁한 것 외에도 노랫말 없이 곡명만 전해지던 ‘견분곡 : 개 무덤에서 슬피 울며 부르는 노래’를 1000여 년 만에 우리말 가사로 ‘복원’했을까. 그 일부를 인용한다.
‘내가 너를 데려왔을 때/너는 그저 길 위의 개 한 마리였거늘/오늘 나는/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너를/무덤에 묻는다/돌 위에 새긴다.’
최영록 생활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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