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먹고 살 빼는 예비신부 늘더니…'비명' 지르는 곳이
체중 변동 커지며 6~9개월 주문 관행 흔들려
소매점 재고·수선 부담 확대
예비부부 10쌍 중 1쌍 약물 사용
막판 체형 변화에 교환·면책서 확산

GLP-1 계열 체중감량 약물이 미국 웨딩드레스 업계의 판매와 수선 관행을 바꾸고 있다. 예비 신부들의 체형 변화가 결혼식 직전까지 이어지면서 고가 드레스 시장의 재고 부담과 납기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체중감량 약물 사용이 늘면서 예비 신부들이 결혼식에 가까운 시점까지 드레스를 확정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웨딩숍은 막판 체중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드레스를 보유해야 하고, 드레스 제작사와 수선업체는 급행 주문과 빠듯한 수정 작업을 더 자주 떠안고 있다.
뉴욕의 제품 디자이너 니콜 해밀턴은 결혼 피로연에서 입을 A라인 드레스를 고르면서 자신의 현재 허리둘레보다 약 3인치 작은 사이즈를 요청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체중감량 약물을 통해 약 50파운드를 감량했고, 지난해 5월 약혼 이후에도 15파운드를 더 줄였다. 앞으로도 추가 감량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드레스를 구매할 때 아직 몸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서면으로 인정하는 법적 확인서에 서명해야 했다.
웨딩드레스 판매는 고위험 사업으로 꼽혀왔다. 결혼식이라는 일정이 정해져 있고, 드레스 가격이 높으며, 신부들은 바느질 한 땀까지 정확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GLP-1 약물이 더해지면서 피팅 과정은 더 복잡해졌다. 일부 약물 사용자는 2~3주마다 옷 사이즈가 하나씩 줄어든다고 보고하고 있다.

휴스턴에서 르네게이드 브라이덜 앤드 다이 랩을 운영하는 나탈리 해리스는 20년 동안 결혼 전 신부가 5~10파운드를 감량했을 때 체형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변화 폭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사과형 체형이던 고객이 중간 몸통 전체가 이전과 전혀 다르게 작아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는 GLP-1 약물을 복용하는 신부에게 더 유연한 실루엣을 권하고 있다. 지퍼 대신 조절 가능한 레이스업 백이 있는 드레스, 허리에서 퍼지는 디자인처럼 체중 변동을 가릴 수 있는 형태를 제안하는 식이다. 그의 일반적인 작업 일정은 첫 상담부터 완성 드레스 인도까지 3~4개월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더 짧은 납기를 요구하는 신부들의 문의가 매일 들어오고 있다.
해리스는 가능한 경우 빠른 작업을 받아들이지만, 드레스 반품 요청은 받지 않는다. 그는 "추가 재고를 보유할 여력이 없다"며 "계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부가 원하는 드레스를 찾도록 돕고 싶은 개인적 바람과 사업 현실 사이의 마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혼 준비 플랫폼 졸라가 1만1500쌍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 10쌍 중 1쌍은 GLP-1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 같은 비율의 커플은 약물 사용을 고려 중이다. 현재 약물을 복용 중인 사람의 절반 이상은 결혼식에서 버진로드를 걷는 일이 처방을 받게 된 주요 계기였다고 답했다.
졸라에 따르면 웨딩드레스 평균 가격은 2250달러다. 디자이너 드레스는 1만달러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완벽한 드레스를 찾는 과정이 일부 신부에게 예전보다 짧아졌더라도, 수천달러를 쓰는 소비자들은 정확한 핏을 기대한다. 레이스, 실크, 튤 소재를 막판에 수정해야 하는 제작자와 재단사에게는 시간과 품질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웨딩드레스 소매업체 데이비즈 브라이덜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켈리 쿡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신부가 결혼식 약 45일 전부터 드레스를 보러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회사의 전통적 쇼핑 기간인 결혼식 5~6개월 전과 비교하면 크게 짧아진 것이다. 결혼식 4주 이내에 처리해야 하는 급행 주문은 지난 2년 동안 50% 증가했다. 회사는 필요할 경우 3000명 이상의 수선 전문가에게 초과근무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드레스 브랜드 아마라의 디자이너 아비 마단은 짧아진 일정이 소매업체의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라는 전문 부티크에 대략 1500~3000달러 가격대의 브라이덜 드레스를 공급한다. 마단은 과거처럼 신부가 피팅을 한 뒤 정확한 사이즈를 주문하는 방식 대신, 막판 구매자에게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드레스를 재고로 보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웨딩드레스 산업의 기존 운영 방식과 충돌한다. 마단은 디자이너와 판매자가 더 큰 재고 위험을 떠안아야 하고, 전통적인 신부 주문 방식에도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변화가 6~9개월 일정으로 움직여온 산업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워링턴에서 다리아나 브라이덜 앤드 턱시도를 공동 운영하는 웬디 이아니에리살레르노는 "일부 신부가 너무 많이 체중을 줄여 수선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를 봤다"고 말했다. 이 경우 아예 새 드레스를 구해야 했다. 그는 부정적 리뷰를 받거나 많은 돈을 환불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이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일부 드레스 교환에 동의했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고객 서비스 측면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중을 줄이는 사람은 신부만이 아니다. 이아니에리살레르노는 예비 신랑들도 결혼 전 감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남성 예복은 상황이 다르다. 턱시도와 정장은 체중 감량에 따른 조정이 훨씬 쉽다. 렌털 방식으로 새 사이즈를 빠르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매장은 신부의 체형 변화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해 법적 확인서를 활용하고 있다. 해밀턴이 맨해튼의 작은 웨딩 살롱에서 자신에게 아직 작은 드레스를 구매하며 서명한 것도 이런 문서다. 이런 확인서는 GLP-1 확산 전에도 존재했지만, 신부가 상당한 체중을 줄이는 상황에서는 의미가 더 민감해졌다.
이번 변화는 웨딩드레스 업계가 단기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수요 변화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GLP-1 약물 사용이 결혼 준비 과정에 들어오면서 소비자의 구매 시점은 늦어지고, 판매자의 재고 부담은 커지고, 수선 노동은 더 촘촘한 일정에 묶이고 있다. 웨딩 업계에서는 약물 사용 확산, 급행 주문 증가세, 교환·면책 관행, 조절 가능한 디자인의 수요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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