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첫 5년 연속 최하위 삼성, 되살릴 명장은 누가?
- 김상식, 송영진, 추일승 하마평…삼성 출신 안준호 감독도 자연스럽게 거론
- 소통과 분석을 내세운 최근 두 차례 실험 실패…이제 필요한 건 ‘경험 있는 재건형 리더십’

프로농구 삼성은 이번 시즌 최하위에 머물며 국내 프로 최초 5년 연속 최하위라는 수모를 떠안았습니다. 코트 위에서는 챔피언을 향한 열전이 불을 뿜고 있지만, 삼성은 차기 감독 선임을 위한 장고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시선은 패배의 기록 그 자체보다, 이 긴 추락을 멈출 새 사령탑이 누가 될지에 쏠립니다.
삼성은 이번 인선의 키워드로 '경험 있는 재건형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삼성 임근배 단장(59)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번 인선은 단순한 교체가 아니라 '제일주의'를 신봉하는 삼성의 장래를 결정할 선택입니다. 임 단장은 "구단 자체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 윗선의 결재가 필요한 작업이다. 학연, 지연은 따지지 않고 냉정하게 팀만을 생각한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솔직히 마땅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냥 잘할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변화를 완전히 시킬 적임자가 절실하다"고도 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삼성은 이상민 감독이 KCC로 떠난 뒤 연세대 출신 은희석 감독, 해외 유학파 김효범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하며 파격에 가까운 시도를 했습니다. 2022년 은희석 감독을 선임할 당시 삼성 구단은 '소통을 기본으로 한 강한 지도력과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이유로 들었고,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 분석, 선수들의 자발적 동기부여, 개인 발전과 끈끈한 팀워크 형성 가능성도 함께 강조했습니다. 2024년 김효범 감독을 정식 선임할 때도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구단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감독대행으로 책임감 있는 팀 운영과 대화와 소통을 통한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고, 영상 분석과 데이터 활용, 선수 장단점 파악, 팀워크 형성을 선임 배경으로 제시했습니다. 결국 삼성은 최근 두 차례 모두 소통과 분석, 팀 문화 재정비를 키워드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코트 위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수비와 리바운드가 흔들렸고, 경기 운영의 기본이 무너졌으며, 외국인 선수 운용도 시즌 막판 꼬였습니다. 여기에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 역시 부진 원인으로 짚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위권 도약을 위한 과감한 전력 보강과 장기적인 팀 설계보다 제한적인 투자와 미온적인 보강이 반복되면서 팀 경쟁력은 조금씩 더 뒤처졌습니다. 감독의 허술한 선수단 관리와 전술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감독과 선수의 불화설, 감독이 경기에 지각해 징계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왜 망가졌느냐보다, 누가 이 팀을 다시 세울 것이냐입니다. 신임 감독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구단이 '새 얼굴'보다 '경험'을 먼저 이야기했다는 점입니다. 임근배 단장은 김효범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 대해 "계속 하위권에 머물렀던 만큼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차기 사령탑의 조건으로는 "감독으로서 선수단을 이끌어본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우선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한마디에 삼성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제 삼성은 가능성보다 검증, 실험보다 복구를 원합니다. 실제로 팀을 운영해봤고, 하위권 팀을 정비해봤으며, 선수단을 장악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농구계에서는 김상식(58), 송영진(47), 추일승(63) 등이 차기 감독 후보군으로 거론됩니다. 여기에 삼성 출신으로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대표팀 재정비와 세대교체를 이끈 안준호(70) 감독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40대, 50대, 60대, 70대가 한 명씩 포진한 구도입니다.
최고 명장으로 이름을 날린 유재학 KBL 경기본부장은 적임자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KBL 경기본부장은 이해충돌 우려에 따라 현직에서 물러난 뒤 1년이 지나야 프로 팀에 취업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카드가 됐습니다. 모비스 지휘봉을 잡았던 조동현 감독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모교 연세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김상식 감독은 가장 폭넓은 실무형 경력을 가진 지도자입니다. 프로팀 코치와 감독대행을 오래 맡았고, 이후 정식 감독과 국가대표 감독까지 경험했습니다. KGC인삼공사 감독 시절에는 통합우승도 일궈냈습니다. 코치, 감독대행, 정식 감독, 대표팀 감독까지 두루 경험했다는 건 벤치 운영의 여러 층위를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삼성 수석코치와 감독대행 이력이 있어 구단과 시장의 분위기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화려함보다 안정감, 즉 '설명 가능한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카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추일승 감독은 상무, 부산 KTF, 오리온, 국가대표팀을 이끈 풍부한 경력을 지녔습니다. KTF를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이끈 경험이 있고, 오리온 시절에는 우승까지 일궈냈습니다. 성적, 현장 경험, 대표팀 경력을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삼성이 이번에 내세운 '경험 많은 감독'이라는 조건에 가장 부합해 보입니다. 다만 현장 공백과 함께 젊은 선수들과의 호흡에는 의문표가 붙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안준호 감독은 가장 상징성이 큰 카드입니다. 삼성 선수, 코치, 감독을 지내며 삼성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역입니다. 최근에는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해 젊은 선수 중심의 세대교체와 팀 재정비를 맡으며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안준호 감독의 강점은 단지 '옛 삼성의 감독'이라는 향수에만 있지 않습니다. 팀 색깔과 전술, 선수 구성을 포함한 전체 판을 짜는 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실제로 대표팀에서도 혁신과 재정비의 중심에 섰습니다. 삼성의 역사와 정서, 그리고 대표팀 혁신 경험이 겹친다는 점에서 가장 서사가 강한 카드입니다. 나이보다 중요한 건 어떤 경험이 지금 삼성에 맞느냐입니다. 선수단과 프런트의 협업도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때, 안준호 감독만큼 임근배 단장과 호흡이 잘 맞을 후보도 없다는 평가입니다. 과거 안준호 감독은 후배 전창진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 때 코치로 일한 적도 있습니다.
송영진 감독은 가장 최근까지 프로팀을 직접 이끈 현장형 카드입니다. KT 선수 출신으로, 은퇴 뒤 KT와 연세대, 휘문고 등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고 2023년 KT 감독으로 승격됐습니다. 가장 젊고, 가장 최근까지 벤치에 있었던 후보라는 점에서 '현장성'은 확실합니다. 학연을 뛰어넘어 고교, 대학 등에서 두루 거쳤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 삼성이 필요한 건 단순한 분위기 전환이 아니라 장기 하위권 팀의 체질을 바꾸는 일입니다.

삼성이 또 어정쩡한 절충으로 간다면, 내년 이맘때도 비슷한 문장을 반복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정말 '경험'과 '재건 능력'을 기준으로 칼을 뽑는다면, 길었던 추락도 여기서부터 멈출 수 있습니다.
임근배 단장은 학벌이 지배하는 국내 농구 풍토에서 실력과 인화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광신상고와 경희대를 거친 뒤 현대에 입단해 선수로 활약했습니다. 지도자로는 유재학 감독과 힘을 합쳐 모비스 왕조를 세웠고,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감독으로 정상까지 올랐습니다. 행정가로 변신해 삼성 단장까지 맡았습니다. 현대 출신이 삼성 단장에 오른 건 순혈주의가 팽배했던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임근배 단장 본인이 오히려 팀 체질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그만큼 이번 감독 선임이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결국 삼성은 이제 원인 분석보다 선택으로 말해야 할 때입니다. 5년 연속 최하위라는 기록은 이미 남았습니다. 더 중요한 건 그 기록 뒤에 어떤 결단이 따라오느냐입니다. 삼성의 다음 시즌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선택의 결과가 곧 삼성의 다음 얼굴이 될 것입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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