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사라지는 바다…삶의 물질도 멈춘다
고령화·어족 고갈·당국 무관심
전남 지역 해녀 276명으로 줄어
대부분 물질 안해 곧 사라질 위기
잠수복 지원·샤워시설 건립 시급

평생 바다를 일터 삼아 살아온 전남 해녀들이 사라지고 있다. 고령화와 어족 자원 고갈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전남 해녀 문화는 단순한 수산업의 쇠퇴가 아니다. 제주 출향 해녀들이 서남해 곳곳에 뿌리내리며 일군 삶의 역사이자 전국 섬의 60%를 품은 전남 해녀 문화는 고유한 문화유산이다. 전남 해녀 문화의 현주소와 보존 방안을 짚어본다.
서·남해안 앞바다를 평생의 일터로 삼아온 전남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있다.
다도해의 독특한 해양 문화를 일궈온 전남 해녀들이 심각한 고령화와 기후위기 등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 행정 당국의 무관심이라는 삼중고에 갇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29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전남지역 해녀는 276명에 불과하다. 시·군별로는 여수가 148명으로 가장 많고 완도 68명, 신안 57명, 고흥 2명, 영광 1명 순으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1995년 564명에 달했던 전남 해녀는 2013년 354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10여년 만에 200명대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신안의 경우 2013년 96명에서 현재 35명으로 13년 만에 63.5% 급감했다. 완도는 68명 중 70·80대가 57명에 달해 고령화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이대로라면 10년 안에 현장 작업이 가능한 해녀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작업 현장에서는 등록만 해두고 물질은 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 현직 해녀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높다.
전남 해녀 문화는 제주 출향 해녀들이 이식한 독특한 역사를 품고 있다.
1960년대 초 서남해 일대에서 물질하던 제주 해녀들이 여수·완도 등지에 정착해 전남 남성들과 가정을 꾸리면서 뿌리를 내렸다. 이후 2세들이 물질을 이어받으면서 제주와 전남의 해녀 문화는 자연스럽게 융합됐다.
전남은 전국 섬의 60%에 달하는 2018개의 섬을 보유한 지역으로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여수·완도·신안 일대는 리아스식 해안선이 발달해 전복·소라·해삼 서식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수에서는 뿔소라와 성게 채취가 활발하고 진도·완도의 거센 물살을 견디며 자란 미역은 줄기가 두껍고 식감이 좋아 귀하게 여겨진다. 또 완도 전복은 지역 수산업의 핵심 소득원으로 꼽힌다.
문제는 무형문화유산을 이어갈 다음 세대가 없다는 점이다. 젊은층의 물질 기피와 생태계 변화가 겹치면서 해녀 공동체는 한계에 다다랐다.
열악한 작업 환경과 고된 노동 강도도 문제다. 2013년 전남여성플라자가 진행한 실태 조사를 보면 전남 해녀 80% 이상이 심각한 근육통과 관절통, 두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10명 중 7명은 차가운 물에 들어가기 전 진통제나 신경안정제 같은 약물을 삼키며 하루하루 고통을 버텨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저 장애물, 급격한 기상 악화 등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이들이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당장 배운 기술 외에 뚜렷한 대체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간 소득은 절반 이상이 5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를 맴돌고 있어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벅찬 수준이다.
이웃한 제주의 상황도 다르지 않지만 대응 방식은 차이가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해녀는 2371명으로 2년 사이 252명 감소했다. 제주 해녀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고 이듬해인 2017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 서귀포시는 해녀 진료비, 해녀문화산업, 해녀학교, 해녀어업·문화 보존, 출향해녀 예우 및 지원 등을 각각의 조례로 촘촘하게 챙기고 있다.
반면 전남 해녀는 독자적인 지자체 조례나 제도적 보호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
전문가들과 현장 어민들은 더 늦기 전에 낡은 잠수복과 필수 도구 교체 지원, 온수 샤워 시설과 전용 탈의실 확충 등 기초 복지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준 한국섬진흥원 이사는 “전남의 경우 완도, 여수, 신안 일부 지역에서 해녀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이 전남의 거의 마지막 해녀세대라고 할 수 있다”며 “이들이 물질을 멈추면 전남 해녀의 맥이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해녀들이 남은 물질 기간 동안 최소한의 생활 안정과 건강을 먼저 챙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대로 된 복지가 선행된다면 그들의 자녀들이 해녀를 이어갈 수도 있고, 해녀를 지망하는 이들도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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