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광명전기]⑥ 결국 소송전 비화…쟁점은 업무상 배임

박민규 기자 2026. 4. 3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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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과 조광식 전 회장. / 제공=광명전기

75년에 이르는 역사의 광명전기가 최근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하단 평을 받을 정도로 망가진 것은 결국 경영진들의 실책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회사의 감사인인 삼덕회계법인도 2025년도 광명전기 감사 보고서에서 경영진의 역량 부족을 적시했다.

현실적으로 '책임 경영'이 불가한 환경이기도 하다. 회사 주식을 소유한 등기이사는 단 1명도 없다. 현재 우려는 예측을 벗어난 수준으로 현실화됐으며, 방만 경영 이상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외부에서 유입된 인사들은 경영권 방어 등 사적 이득을 위해 회사 현금을 활용하고, 기존 이사들은 이를 저지하긴커녕 자리 보전을 위해 외부 출신 이사들과 합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와 주주의 이익은 외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액받이'처럼 충격을 대신 입어 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로 인해 피해 규모가 불어나고 있고 이미 주주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피앤씨테크와 나반홀딩스 등 대주주들은 주가 급락과 주식 매매 중단, 상장 폐지 위기 등에 따른 피해를 토로하고 있다. 비단 지배 주주만의 얘기가 아니다. 광명전기는 2025년 말 기준 지분의 65.77%를 소액 주주가 쥐고 있을 정도로 개인 주주들의 비중이 큰 회사다.

 
조광식 회장, 이사진 5명 형사고발

광명전기엔 최근 2가지의 중대한 '배임' 이슈가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자회사 이엔에스 지분을 이재광 회장이 취득한 일과 올해 1월 피앤씨테크의 의결권 있는 주식 10.1%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회사의 현저한 재산상 손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광명전기 최대주주 피앤씨테크의 조광식 회장은 이 같은 이유에서 지난 13일 서울서초경찰서에 오창석 기타비상무이사를 제외한 이사회 전원(전경우 대표이사, 이재광 전 각자대표, 원호정·박민우 사내이사, 박문규 사외이사)과 김소정 사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 고발했다.

이엔에스 주식 거래의 경우 83만1740주(지분율 14.06%)를 약 25억원에 파는 의안을 통과시켜 회사가 25억원 상당의 손실을 봤다는 게 조 회장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주식 처분가는 시장 가격에 비해 10~20% 이상 저렴하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상법 제398조(자기 거래 금지)에 해당하는 사항의 이사회 의결은 3분의 2 이상으로 한다는 정관을 위배하고, 총 7인의 이사 가운데 3명(전경우·원호정·박문규)만 찬성했음에도 가결했다. 주주들이 반발하자, 광명전기는 당시 이사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박민우 이사에게 '사후' 찬성표를 요구해 정족 수 4인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분 양도도 엄연한 자산 매각인 만큼 정확한 가치 평가를 선행해야 하는데, 이사회 결의가 먼저 이뤄지고 주식 가치를 산출하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광명전기 이사회는 해당 거래를 두 달 만에 무효화하고 지분 관계를 원상 복구했지만, 배임 사실 자체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조 회장 측은 지적한다.

피앤씨테크 주식 65만6156주(지분율 10.1%)를 38억원에 매입한 건의 경우 광명전기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무리한 지출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명전기는 작년 말 기준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가 1164억원에 이르고 현금은 270억원 뿐이었다.

나아가 피앤씨테크 지분 매수가 상장 폐지 위기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광명전기는 당시 평택 PF 사업에 대한 채무 가운데 13억5000만원 변제를 독촉받고 있었다. 피앤씨테크 지분 매수에 38억원을 쓰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갚을 수 있는 돈이다. 삼덕회계법인은 이 부분의 변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감사를 거절했다.

시가와 비교해도 훌쩍 비싼 값을 치른 것으로 분석된다. 피앤씨테크 주가는 광명전기의 매수 직전 4105원에서 매수가 진행된 기간 6300원까지 53% 이상 급등했다. 

절차에서도 위법의 소지가 발견됐다. 광명전기는 피앤씨테크 지분 취득일을 올 2월 10일로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이사회 결의날(1월 28일) 전인 1월 21~27일 일부 매수를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임죄의 경우 처벌이 가중되기도 하는 만큼, 조 회장은 2건의 사례가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3조에도 해당한다며 엄중한 처벌을 요청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최고 징역형이 적용될 수 있다.
'사익 편취' 논란

중요한 점은 조광식 회장이 배임 혐의로 고발한 2건의 행위 모두 '사익 편취'로 읽힐 여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일단 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엔에스를 개인에게 넘긴다는 발상은 경영상 판단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이재광 회장은 광명전기의 향방과 상관없이 이엔에스 지배로 앞날을 도모한다는 구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이엔에스 지분 취득 당시 이 회장은 이미 25.11%의 지분을 보유한 상황이었다. 지분율은 현재 37.43%까지 상승했고, 이 외 광명전기 지분(24.01%)과 이엔에스 자사주(2.79%) 등을 통해 사실상 이엔에스의 최정점에서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 이 회장은 최근 광명전기 각자대표에서 사임하고 이엔에스 대표에 올랐다. 

피앤씨테크 지분 취득의 경우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박탈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는 지적이다. 취득 지분이 10.1%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 기준인 '10% 초과'와 딱 맞아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최대 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광명전기 측은 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등 이익이 현저하다"며 "오로지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라고 역설했다.

 
배임 전면 부정…"적정한 결정"

배임 혐의에 연루된 6인의 피고발자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회신한 사람은 이 회장과 원 이사에 그쳤다. 하지만 이들마저 "사실 무근"이란 짧은 응답만 내놨을 뿐, 후속적인 소명은 없었다.

특히 원 이사는 "(배임의) 사실이 없는데 고발했다니 황당하다"고 언급했다. 사업, 경영상 적정한 결정이었던 만큼 배임이 아니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다만 '적정성'의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지분 취득을 통해 노릴 수 있는 사업이나 경영 측면의 이득은 흔히 수직 계열화나 밸류 체인상 시너지 등이다. 그러나 광명전기의 상황에서는 터무니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의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피앤씨테크와 이엔에스는 광명전기가 중소기업의 요건(매출)을 맞추는 차원으로, 즉 매출액을 나누기 위해 설립했다"며 "사실상 동일한 회사들"이라 설명했다.

실제 이들 3사는 수배전반 등 판매·제조 제품이 유사할 뿐 아니라, 회사별로 차별화했거나 유의미한 신사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피앤씨테크는 최대주주의 지분이 특수관계자 포함 작년 말 기준 34.38%로 압도적 수준이다. 10% 남짓한 지분을 취득한다고 해서 경영 참여 등 유의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외부 사기꾼이 '실세'…지분 매각, 이사회 물갈이 주도

광명전기의 경우 외부 인사, 그것도 투자 사기를 몰고 다니는 협잡꾼이 '실세'인 것도 문제시되고 있다. 한때 이사직에 오르기도 했으며, 사임한 이후론 경영 지배인에 선임돼 최근까지도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A씨의 이야기다. 그는 전경우 대표와 박문규 이사의 배후이자 구심점으로서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앞서 A씨는 2024년 말 광명전기 지분 인수 의사를 비치며 나반홀딩스에 접근했다. 이후 실제 몇 개의 지분 양도 딜(Deal)을 직접 추진했지만, 계약으로 진전된 협의는 엠에이치건설과의 협상 뿐이었다. 이런 와중 엠에이치건설과 거래에서도 회사가 아닌 A 씨가 실질적 거래 상대였다는 게 나반홀딩스의 전언이다.

거래 주체로는 엠에이치건설을 세우되, 자금은 본인이 대겠다며 거래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나반홀딩스의 45억원 규모 주식 담보 대출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전 대표와 박 이사 선임을 내건 당사자도 A씨다. 이를 감안하면 엠에이치건설도 피해자인 셈이다.

A 씨는 현란한 화술을 갖췄으며, 정계와 자본 시장 인맥으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수법을 쓴다고 알려졌다. 현재 4건 정도의 소송에 피소됐으며, 나반홀딩스 외에도 엠에이치건설 등이 사기 등에 대한 소를 제기했다. A씨는 이 모든 의혹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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