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오일 쇼크’에 약보합… 빅테크 실적 기대감 ‘방어막’은 삼전·하닉에 호재 가능성

유진아 2026. 4. 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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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이란 해상 봉쇄’ 지시, 4년 만에 터진 최고가 유가 쇼크
연준 내 갈등 격화… ‘완화 편향’ 문구 삭제 두고 위원 3인 반대 표명
식어버린 금리 인하 기대감, 12월 ‘깜짝 인상’ 가능성 0%에서 12%로
고금리·고물가 압박에도 ‘빅테크 실적’ 향한 낙관론이 증시 하방 지지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로이터=연합뉴스.


에너지 공급망 혼란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공포가 엄습했다. 하지만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의 실적 발표를 향한 시장의 낙관론이 지수를 지탱하며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80.12포인트(0.57%) 하락한 48861.81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2.85포인트(0.04%) 내린 7135.95를 기록한 반면,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9.44포인트(0.04%) 반등한 24673.24에 턱걸이하며 마감했다.

이날 시장을 뒤흔든 핵심 변수는 다시 고개를 든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포기를 압박하기 위해 ‘장기적인 해상 봉쇄’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폭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정유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이란 관련 에너지 시장의 파장을 논의했으며, 행정부 내부에서는 이번 봉쇄가 수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우려에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6.1% 치솟은 배럴당 118.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19.76달러까지 치솟으며 2022년 6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치솟는 유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다만 장 마감 후 예정된 빅테크 기업들의 ‘성적표’가 양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저가 매수세를 유입시키며 지수의 추가 하락을 방어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가 뚜렷해졌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3.50~3.75% 범위에서 동결했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위원들 간의 견해차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베스 해먹, 닐 카슈카리, 로리 로건 등 투표권을 가진 위원 3명은 정책결정문에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완화 편향(easing bias)’ 문구를 넣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며 반대 표를 던졌다.

시장 참가자들은 제롬 파월 의장의 회견 내용을 예상보다 매파적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파월 의장은 임기 종료 후에도 자신을 향한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은 크게 꺾였다. 오히려 12월까지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올릴 확률이 하루 전 0%에서 12%로 급상승했다.

고유가와 매파적 연준이라는 ‘이중고’에 채권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6bp 오른 4.42%를 기록하며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고,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 역시 9bp 급등한 3.94%를 보였다. 반면 안전 자산인 금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가며 온스당 4,528.18달러에 거래돼 한 달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뉴욕발 혼조세는 국내 증시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나스닥의 보합 마감을 이끈 빅테크들의 호실적 기대감은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에게는 강력한 호재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AI 인프라 투자를 주도하는 기업들의 실적 낙관론은 이들에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 강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증권가에서는 두 기업의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사상 최대치로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유가 급등과 연준의 매파적 행보는 잠재적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제조 공정 비용 상승과 글로벌 물류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또한 미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다. 시장 관계자들은 “반도체 업황 자체는 초호황기에 진입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매크로 불확실성이 주가의 변동성을 키우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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