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닮아가는 한국축구, 이탈리아처럼 망한다[김세훈의 스포츠IN]

축구는 단순하다. 공을 먼저 잡으면 공격할 수 있고, 못 잡으면 빼앗아야 한다. 공을 소유하려는 방식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공을 향해 달려가 빼앗을 수도 있고, 상대를 붙잡아 공을 못잡게 할 수도 있다. 이 작은 차이가 한 나라 축구의 미래를 바꾼다.
2000년 전후 이탈리아 축구는 강했다. 공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상대를 통제하는 데 익숙했다. 상대보다 공을 빨리 다루는 능력보다, 상대를 어떻게 멈추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유소년들도 자연스럽게 태클, 홀딩, 몸싸움을 배웠다.
이탈리아는 2026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최근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다. 월드컵 4회 우승국이라는 명예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프란체스코 토티, 안드레아 피를로 등 과거 세계 축구를 호령한 이탈리아 출신 슈퍼스타들도 거의 없다. 유소년 시스템에 대한 투자도 빈약하다. 이탈리아 축구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유망주 육성 구조, 현장 투자, 제도 개혁의 지연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로베르토 바조가 2013년 FIGC 기술 부문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며 자신이 준비한 900쪽 분량 개혁안이 사실상 실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한 일은 지금도 자주 소환된다. CNN은 “한때 세계 축구의 표준이던 아주리의 추락이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붕괴”라며 “감독 교체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연맹 운영, 세리에A 경쟁력, 유소년 육성까지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몰락은 조직력 중심, 상대 제어 중심 육성 철학이 빚은 재앙이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정반대 길을 걸었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핵심은 이른바 ‘늑대축구’다. 아르헨티나는 공을 중심으로 무리 지어 움직이는 집단 사냥형 축구를 한다. 한 명이 압박하면 주변 선수들이 연쇄적으로 달려들어 공을 회수한다. 상대를 막기 위해 붙잡는 게 아니다. 공을 먼저 잡기 위해 기술적으로, 체력적으로, 전술적으로 동시에 달려드는 스타일이다.
누가 더 빨리 공에 도착하는가. 누가 더 빨리 공을 터치하는가. 누가 더 빨리 공간을 점유하는가. 이게 핵심이다. 아르헨티나가 거칠지만 이탈리아식 거침과는 차원이 다른 이유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공을 중심으로 성장한다. 공을 다루고, 공을 빼앗고, 공을 지키는 과정에서 기술이 쌓인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그 기술 위에 체력, 스피드, 조직력이 더해진다. 아르헨티나는 2022 월드컵 월드컵 챔피언이고, 2026 월드컵에서도 우승 후보다. 중심에는 리오넬 메시처럼 체구는 크지 않아도 기술과 멘털이 뛰어난 늑대들이 많다.
축구 기술은 대체로 17세 전후 기본 틀이 완성된다. 이 시기에 공보다 사람을 먼저 보면 문제가 생긴다. 상대를 잡고, 밀고, 끊는 데 익숙해진다. 공을 다루는 시간이 줄어들고 기술을 익힐 골든타임도 놓친다. 성인이 되면 이미 늦다. 기술 없이 성장한 선수는 결국 거칠고 투박한 선수로 남는다. 반대로 어릴 때 기술을 익힌 선수는 성인이 돼 스피드와 힘, 전술 이해까지 붙으면 훨씬 강해진다.
유소년 축구에서 중요한 건 분명하다. 태클도, 홀딩도, 헤딩도, 시간끌기도 아니다. 기술과 스피드며 공을 향한 집념이다. 벨기에 같은 나라들이 유소년 단계에서 헤딩, 홀딩, 태클 등 과도한 몸싸움을 제한하는 이유도 같다. 한국 축구도 여기서 답을 찾아야 한다. 유소년 단계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줄이고 기술 중심 훈련 비중을 높이는 흐름을 한국도 전략적으로 따라가야 한다.
상대를 방해하는 축구는 빨리 배울 수 있다. 반면, 공을 다루는 축구를 익히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더 어릴 때 기술을 배워야한다. 축구는 상대를 제어하는 경기가 아니라 상대가 따라오지 못할 공간을 만드는 경기다. 이런 방향이 강하게 지켜져야 성인 축구가 강해질 수 있다.
한국 선수들의 전형적인 플레이를 보면 아르헨티나보다는 안타깝게도 이탈리아식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기술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면서 파울로 상대를 제어하려한다. 그래서 지도자들은 기술이 좋은 선수보다는 체구가 큰 선수를 선호해왔고 그게 지금 투박한 한국축구를 빚었다.
한국축구가 이탈리아를 닮아가면 이탈리아처럼 망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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