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견고한 벽…시너, 19세 호다르의 돌풍 잠재우다
- 시너는 자신이 왜 그 무대의 진정한 '지배자'인지를 증명

야닉 시너(이탈리아)가 마드리드 오픈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시너는 홈코트의 신예 라파엘 호다르를 꺾고 9개 마스터스 대회에서 모두 4강에 진출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시너는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오픈 8강전에서 19세의 라파엘 호다르를 6-2 7-6(0)으로 꺾고 생애 첫 마드리드 대회 4강에 올랐다. 이로써 시너는 1990년 마스터스 시리즈가 도입된 이래, 9개 마스터스 1000 대회 모두에서 최소 4강 이상에 진출한 역대 6번째 선수가 되었다. 그동안 이 기록을 세운 선수는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로저 페더러(스위스), 앤디 머레이(영국), 그리고 올해 초 인디언웰스에서 이 기록을 달성한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이다.
2023년 토론토 대회에서 처음으로 마스터스 1000 타이틀을 거머쥔 시너는 최근 4차례의 마스터스 1000 대회(파리, 인디언웰스, 마이애미, 몬테카를로)를 모두 휩쓸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마스터스 1000 5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노리고 있다.
시너는 현재 마스터스 1000 레벨에서 '26연승'이라는 압도적인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만약 그가 마드리드 대회에 이어 다음 달 열리는 로마 오픈에서도 우승하면, 노박 조코비치만이 유일하게 달성했던 '커리어 골든 마스터스(9개 마스터스 대회 모두 우승)' 대업까지 이루게 된다.

1시간 55분 동안 자신에게 찾아온 7번의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를 모두 막아낸 시너는 "그는 나를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정말 놀라운 선수이다. 매우 수준 높은 경기였고, 승리하게 되어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쁘다. 2세트에서는 운이 조금 따르기도 했지만, 경험의 차이도 어느 정도 작용했던 것 같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4강 무대를 밟게 되어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 시너이지만, 이날만큼은 평소답지 않은 실수를 하거나 자신의 팀을 향해 냉소적인 '엄지 척'을 날리고, 불규칙 바운드에 짜증을 내는 등 간간이 흔들리는 감정을 표출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라켓을 바닥에 내리칠 듯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일방적인 스페인 홈 관중의 응원, 그리고 미래의 라이벌과의 첫 맞대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시너는 수많은 압박에 시달렸지만,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결코 흔들리거나 당황하지 않았고, 무리하게 공격을 서두르지도 않았다. 중요한 포인트마다 그는 묵직한 톱스핀으로 호다르를 베이스라인 뒤로 밀어냈고, 날카로운 드롭샷으로 상대를 네트 앞으로 끌어들이며 침착하게 빈틈을 노렸다.
시너는 호다르(19개)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28개의 위너를 꽂아 넣었고, 2세트 타이브레이크를 7-0 '퍼펙트'로 장식하며 치열했던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결국 이날 코트 위에서 두 선수 모두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호다르는 자신이 왜 이처럼 큰 무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선수인지를, 시너는 자신이 왜 그 무대의 진정한 '지배자'인지를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시너는 4강에서 바르셀로나 오픈 챔피언 아르튀르 피스(프랑스)와 맞붙는다.

비록 이날 경기에서 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라파엘 호다르의 투지도 매우 인상적이다. 마드리드 출신인 그는 이곳에서 세계 최강자를 상대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했으며, 이번 무대를 통해 미래를 위한 귀중한 교훈을 얻어갔다.
호다르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힘든 경기였다"라고 했다. "야닉은 경기 내내 정말 훌륭한 플레이를 펼쳤다. 저는 이번 경기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긍정적인 부분들을 얻어간다. 그와 대등하게 맞붙었던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 제 기량을 계속해서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러한 긍정적인 요소들을 마음에 새기겠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많은 경기를 치렀다. 이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잘 회복해서 다음 대회를 준비하겠다."
경기 직후 시너는 중계 카메라 렌즈에 "정말 대단한 선수!(What a player!)"라는 메시지를 적으며 호다르를 칭찬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공식 인터뷰에서는 "투어에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젊은 청년에게 필요한 시간과 심리적 여유를 허락해 줄 것"을 당부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호다르는 언론의 지나친 관심을 경계한 시너의 말에 "올해가 저의 투어 첫 해이고, 이번 시즌은 물론 앞으로의 시즌에도 많은 대회가 남아있다. 저는 계속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번 경험을 통해 반드시 배워야만 한다. 투어의 모든 선수들이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번 결과로 자만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승리를 향한 갈망이 있다.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며, 누구든 저를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호다르는 "야닉은 매우 완성도 높은 선수이며, 경기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를 확실히 증명해 냈다. 그와 함께 대등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제가 그런 중요한 포인트들을 어떻게 플레이했는지 분석해야 하며, 다음번에 이 정도 수준의 선수 혹은 그와 다시 맞붙게 된다면 반드시 변화를 주어야 한다"라며 굳은 결의를 다졌다.
호다르는 현재 야닉 시너와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양분하고 있는 투어 무대에 새롭게 등장한 샛별이다. 브라질의 주앙 폰세카를 포함해, 향후 이들이 새로운 '빅4'를 형성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호다르는 "그 두 선수는 투어의 모든 대회에서 엄청난 수준의 경기력과 일관성을 이미 증명해 냈다. 주앙과 저는 아직 매우 어리다. 우리가 그 정도의 반열에 오르려면,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끊임없이 발전해야만 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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