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며 기록한 ‘청년친화도시’의 배신 [시사IN 대학기자상]
〈시사IN〉 대학기자상이 올해로 17회를 맞았다. 2025년 2월부터 1년간 대학 매체에 게재된 보도물 가운데 총 123편이 출품되었다. 취재보도 부문 84편, 뉴커런츠 부문 7편, 방송·영상 부문 22편, 사진·그래픽 부문 7편, 특별상 부문 3편이다. 〈시사IN〉 편집국 심사를 거쳐 9편이 최종 후보로 올라왔고, 3월27일 〈시사IN〉 편집국장과 언론계·학계 전문가 4인이 최종 심사를 진행했다. 대상 한 편과 취재보도 부문 세 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
관악의 민달팽이들
서울대 〈서울대저널〉 김수환, 한정원, 박시윤

청년 주거권은 대학 언론의 단골 소재다. 고질적인 문제이고 그만큼 차별화하기도 쉽지 않다. 이미 〈서울대저널〉에서도 여러 차례 다뤘다. 그런 이유로 망설이던 김수환 기자(경제학과·17학번)를 박시윤 기자(건설환경도시공학부·24학번)가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박시윤 기자가 ‘도시 덕후’거든요.” 지난 2월 군 입대한 박시윤 기자를 대신해 김수환 기자가 기사를 소개했다. 단순히 대학생의 주거 실태가 아니라 관악구라는 공간을 제대로 들여다보자는 취지였다. 문제의식에 공감한 한정원 기자(사회학과·21학번)까지 더해 세 명이 지난해 여름 의기투합했다.
서울시 관악구는 2025년 ‘청년친화도시’로 선정되었다. 서울시 자치구 중 20·30대 비율이 가장 많다. 동시에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이 상당히 높은 곳이기도 하다. 서울대 인근 대학동에 거주하는 김수환 기자는 ‘어쩔 수 없는’ 문제로 받아들였다. “관악구 청년 3인의 실제 거주지를 기사화했는데 ‘저 정도면 괜찮은 축에 속한다’는 댓글이 달려요.” 10년 가까이 머물며 관악구 대학동에 애증의 감정이 컸는데 취재를 하며 생각이 달라졌다.
세 사람이 주목한 곳은 공공임대주택이었다. 청년 비율이 높은 만큼 청년층에 특화된 여러 주거정책이 시도된다. 그런데 믿었던 공공임대주택에서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받는다면?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해 1월 사회주택 운영업체 ‘녹색친구들’이 서울시에서 빌린 사회투자기금을 갚지 못하면서 낙성대역 인근 ‘녹색친구들 행운점’에 부동산 가압류 설정이 이뤄졌다. 언론에서 두 건 보도되었을 뿐 그 이후를 상세히 다룬 취재가 없었다. “입주자들 입장에서는 전세사기나 다름없는 일이었어요. 공공이라는 이름을 믿고 들어간 건데 배신감이 컸죠.” 남 일 같지 않았다.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일부터 난항을 겪었다. 사회주택 토지 임대차계약서를 비롯해 정보공개청구만 10건 넘게 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 조례에 의거한 정책 사업인데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참고할 기사나 자료도 많지 않았다. 직접 피해자를 수소문하고 서울시청에 전화 걸고 전문가들을 만났다. “정말 한 문단 한 문단 발품 팔아가면서 알아냈습니다.”
취재 결과, 사회주택은 이미 재정난으로 허덕이고 있었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서울시는 그 책임을 운영업체에 미뤘다. 애초에 위태로운 구조였다. 피해는 입주자들에게 오롯이 돌아갔다. 대부분 청년이었다. “집주인을 쉽게 신뢰할 수 없다면 국가라도 좀 믿음직해야 하는 거잖아요. 민관이 협력한 정책인데, 왜 잘될 때는 정부의 공이고 실패하면 민간의 책임이 되는 걸까요?” 이를 다룬 〈서울대저널〉 제192호 커버스토리 제목은 ‘관악의 민달팽이들’. 김수환 기자는 단지 관악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짚는다. “청년 시기 주거 공간은 흔히 청년들이 거쳐가는 경유지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누군가에겐 평생의 터전이 되기도 해요. 평수로만 환산되지 않은 삶이 있다는 걸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수상작 보러 가기
‘관악의 민달팽이들’ 기사 보기: http://www.snujn.com/news/71558
■ 취재보도 부문 심사평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보도
박선희 (조선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청년에게 집은 내일을 꿈꾸고 미래를 설계하는 삶의 기반이다. 청년주거 문제가 대학 언론의 단골 소재인 현실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세사기’ 같은 주거 불안정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부각되는 가운데 〈서울대저널〉의 ‘관악의 민달팽이들’ 연속 보도는 청년 주거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열악한 주거 환경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 주거 정책의 실효성과 제도적 허점을 짚어내 정책적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보도는 주거취약계층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민관협력으로 지어진 청년안심주택이 높은 임차료, 민간사업자에 대한 통제 장치의 부재, 자문위원회 구성의 불투명성, 의무 임대기간 만료 이후 대비 부족 등으로 ‘안심할 수 없는’ 주택이 되고 있음을 그래픽 등을 활용해 다각도로 보여준다. 또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비영리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사회주택이 투자기금 상환기간이 짧아 경매에 넘어가거나 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어려운 토지임대부 주택이어서 입주 청년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고발한다.
이러한 연속 보도는 서울시와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청년안심주택과 사회주택 같은 주거안정 정책들도 설계와 운영이 정교하지 못하면 오히려 주거불안과 좌절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환기한다. 나아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국가나 지자체의 월세 지원과 주거급여 제공, 공공임대주택과 매입임대주택 확충 등 주거 빈곤 해소를 위한 정책 방향도 제시한다.
이 보도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 등 지역 거주 청년들의 문제를 조명함으로써 대학 언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상대적으로 주거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의 주거권을 의제화했다는 점에서 〈서울대저널〉의 연속 보도는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보도라 할 수 있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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