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 찾은 노동절, 이제 주 4.5일제로 나아갈 때

윤석구 2026. 4. 3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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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

오랜 시간 '근로자의 날'이라는 어색한 옷을 입고 있던 노동자의 기념일이 마침내 '노동절'이라는 제 이름을 되찾았다. 이재명 정부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노동자를 사용자에 종속되어 근면성실하게 일하는 수동적 객체에서 자유의지로 노동의 권리를 행사하는 능동적 주체로 바라보겠다는 분명한 인식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또한 그동안 노동절은 모두가 온전하게 그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쉬고, 누군가는 일해야 했고, 공공과 민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그 의미는 서로 다르게 체감됐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자리 잡으면서, 비로소 모든 노동자가 함께 노동을 멈추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되었다. 명칭과 제도 모두를 바로 세운 이번 조치는 노동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발판 삼아 노동절의 본질과 가치가 대한민국 노동자의 삶에 온전히 녹아들 수 있도록 대전환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절의 본질은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여 인간다운 삶을 되찾기 위한 투쟁의 역사에 있다. 1886년 5월1일, 미국 시카고의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만 일하자"고 외치며 거리로 나섰고,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그렇게 쌓아 올린 치열한 투쟁의 역사 속에서 노동절은 탄생했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뜨거웠던 외침으로부터 140년이 흐른 지금,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02년 금융노조는 주 5일제를 선도적으로 이끌며 대한민국 일터의 기준을 바꿔낸 바 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 변화는 결국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의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실질적인 진전은 좀처럼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선배들이 목숨 걸고 쟁취했던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라는 기준은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넘어서기 어려운 벽으로 남아 있다. 강산이 여러 번 바뀌고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노동자의 시간만큼은 과거에 묶여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금융노조가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요구하는 '주 4.5일제'는 단순한 근무일 축소가 아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양육과 돌봄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이는 저출생 문제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여가 시간이 확대되면 지역에서의 소비와 활동이 늘어나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동시에 과로와 번아웃을 줄여 노동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노동시간 단축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넘어, 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실질적인 해법이다.

노동절이 제 이름을 되찾은 지금, 이제는 명칭 변경을 넘어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실질적인 변화로 나아가야 한다. 그 중심에는 다시 노동시간 단축이 놓여야 한다. 이름을 바로 세운 결단을 넘어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대전환으로 이어져야만, 노동절의 진정한 의미도 실현될 수 있다. '주 4.5일제'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이유는 없다.

주 5일제가 그랬듯, '주 4.5일제' 역시 머지않아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140년 전 노동자들이 외쳤던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요구를 잊지 말자. 시대에 맞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삶을 바꾸고, 미래세대에 노동절의 참된 가치를 물려주자. 되찾은 이름 '노동절' 위에 더 짧아진 노동시간과 더 길어진 삶의 여유를 함께 새겨넣을 때, 그 의미는 비로소 완성된다. 금융노조는 10만 금융노동자와 함께 그 변화를 가장 앞에서 현실로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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