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만에 돌아온 노동절, 그리고 남겨진 질문

기호운 2026. 4. 3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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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
▲ 기호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

2026년 5월1일, 달력의 숫자가 빨갛게 물들었다. 노동자를 위한 날이었음에도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가 일터로 나가야 하는 모순이 63년 만에 그 점을 찍었다. 올해부터는 5월1일은 공무원·교사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법정 공휴일이 되었다. 작은 것 같지만, 결코 작지 않은 변화다.

노동절의 역사는 10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23년부터 노동절이었지만, 1963년 군사정부는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바꿨다. 단순한 단어 교체가 아니다. 노동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를 지우고, '열심히 일하는 상'을 새기려는 의도였다. 이후 노동계는 끊임없이 5월1일 세계 노동절로의 복귀를 요구했고, 1994년에서야 그 날짜가 맞춰졌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절'은 '근로자의 날'이었고, 적용 대상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됐다. 노동자를 위한 날은 지난 오랜 시간 그저 지나가는 하루로 여겨졌다.

지난해 국회는 여야 합의로 명칭을 '노동절'로 돌아가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합의라 하지만,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29명은 반대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노동절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명칭 복원과 함께 노동자의 날을 노동자가 돌려받는 순간이었다. 이는 단순히 단어 교체가 아니다. 노동을 노동이라 부르고, 노동자라 부르는 것 자체로 노동에 대한 주체성과 권리를 되찾는 일이었다. 군사정권이 지운 이름을 되찾았다는 사실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공무원이 포함됐다는 사실도 그 의의가 크다. 그동안 공무원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오해가 사회 곳곳에 퍼져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그 모순이 크게 드러났다. 학교급식 노동자가 노동절에 쉬면서 급식이 중단되었을 때, 교사는 학교로 나가야 했다. 공무원은 별도 법체계 아래 관공서 공휴일 규정을 따르다 보니 노동절과 거리가 있는 이들로 여겨져 왔다. 학교급식 노동자와 같은 사례 이외에도 같은 직장 안에서도 쉬는 삶과 일하는 사람이 나뉘는 모습도 있었다. 노동절 의미를 부정하는 현실이 계속됐다. 이번 공휴일 지정은 이러한 분절을 다시금 통합한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아직 멈춰서는 안 된다. 달력의 빨간날이 곧 휴식의 권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 배달 노동자, 학습지 교사,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동절은 여전히 낯선 날이다. 제도 안에 그 내용이 들어갔다고 해도 실제로 쉴 수 있는 구조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5명 미만 사업장은 여전히 가산수당 의무가 적용 제외된다. 파견·용역과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는 원청에 의해 쉴 권리가 결정된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일을 멈추면 수입이 중단되는 구조라 쉴 수가 없다. 이러한 현실은 노동절 당일에도 수많은 노동자가 자기 일터로 향해야만 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다. 제도 변화를 통한 형식적 평등과 실제 현장의 실질적 불평등 사이 간극은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그렇다고 노동절로 돌아온 변화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제도가 현실 변화에 앞서 선언하는 것을 통해 현실을 바꾸기도 한다. 1894년 시카고 노동자들이 피로 쓴 8시간 노동의 요구, 1970년 전태일이 외친 노동자의 삶터와 일터에서의 최소한의 요구가 오늘날 우리가 일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우리의 요구가 제도의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가 더 나은 권리를 향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번 변화는 과거 군사정부에 의해 짓밟혔던 노동자의 주체성과 권리를 회복하는 그 시작이 돼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최근 노동시장에 다변화되며 증가하는 플랫폼·프리랜서 등 특수고용 노동자가 실질적인 노동자로서 자기 권리를 스스로 지키고 최소한 제도권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

63년 만의 노동절이지만, 완성은 아니다. 정부에서 올해부터 '모두의 노동절'로 거듭난다고 표현한 만큼 앞으로 진짜 노동절이 되기 위해 하나씩 더 나아가야만 한다. 시작이 절반이란 말과 같이 우리는 이제 그 절반쯤 서 있는 듯하다. 남은 절반을 향한 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모든 노동이 자기 이름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모든 노동자가 차별 없이 자기 권리를 가질 수 있는 날이 될 때 비로소 진짜 노동절이 완성될 수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 (kihghd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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