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새 증거] “한국옵티칼-니토옵티칼, 계약 날인 본사가 했다”

이재 기자 2026. 4. 3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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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토덴코 정보재 사업부가 계약·운영 총괄 … 국내 두 법인 편광필름 제작 나눠서 했다
▲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고공농성이 끝나고 카메라가 떠난 뒤에도 우리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투쟁 현장에 있습니다. 아이 표정을 떠올리며, 동료 손을 잡으며 우리는 매일 아침 결의를 다집니다. 우리는 구걸하러 나온 게 아닙니다. 빼앗긴 노동의 가치를 찾고 다시는 우리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세상을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600일에서 더 이상 달력을 넘기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2025년 8월30일부터는 달라질 줄 알았다.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현 사무장)이 고공농성을 해제한 이후 242일이 지났지만 노동자 7명은 여전히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들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다투는 항소심이다. 1심은 패소했다. 서울행법은 이들이 일한 한국옵티칼과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한국니토옵티칼은 모기업이 일본 니토덴코로 같지만 법인이 서로 달라 별개의 사업체라며 고용승계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노동자들은 이와 달리 실제로는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이 니토덴코의 지배에 놓인 생산하청에 불과하다는 새로운 쟁점을 항소심에서 제기하고, 29일 오후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 점을 집중 설명했다.

니토덴코 사업부 조직도에 오른 한국 법인 2곳

이날 노조가 제시한 자료는 모기업인 니토덴코는 정보재 사업부를 두고 이 아래 제조통괄본부와 1제조통괄부, 2제조통괄부, 품질보증통괄부를 두고 편광필름 생산공정을 기능별로 관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2016년 기준 니토덴코 정보재 사업부 조직구조다.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의 제조부와 품질보증부는 니토덴코 정보재 사업부 하위 부서로 편제돼 있다.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이런 구조는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이 독립된 회사로 별개 사업을 수행한 게 아니라 동일한 니토덴코 정보재 사업부 편광필름 사업 생산·품질 조직 일부로 편입돼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원심이 애써 별개의 독립법인으로 본 두 기업이 실제로는 니토덴코 조직도에 병렬돼 올라 있었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 정보재 사업부의 사업부문 전략회의 등은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의 사업 예산과 투자, 중기계획 관련 의사결정과 보고를 받는 회의체다. 경영이 자유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탁 변호사는 "정보재 사업부문 그룹회사 의사결정기준에 따르면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의 중기계획은 정보재 사업부문 전략회의에서 결의되고, 각 회사 예산도 전략회의에서 결의된다"며 "신규사업 진입, 기존 사업 철수, 기업 매수 및 제휴는 니토덴코 이사회 결의사항이고 국내 영업과 사업 양수도 같은 법인을 넘는 인원과 자산 그리고 자금 이동은 니토덴코 경영전략회의 결의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은 본사 사업부문장이 하세요"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은 가격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했다. 편광필름 판매가격은 이미 니토덴코 정보재 사업부문 가격심의회에서 정한 대로 따라야 할 뿐 아니라 최종 계약서 날인자도 니토덴코의 사업부문장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니토덴코의 2016년 예산서 등에 따르면 '계약서 기명 날인자는 원칙적으로 사업부문장으로 한다(契約書の記名押印者は、原則として事業部門長とする)'라고 적고 있다.

또 노조가 입수한 업무수첩 등에 따르면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은 하나의 편광필름 상판과 하판 공정을 분담해 진행했다. 이를테면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한 노트북용 편광필름 상판 공정 1~3번은 한국옵티칼에서, 4~6은 니토옵티칼에서 나눠 진행하는 식이다. 이를 모두 수행해야 하나의 편광필름 상판이 제작되기 때문에 사실상 완제품의 제조를 니토덴코 지시에 따라 나눠 수행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이는 원심 재판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쟁점이다. 원심에서는 두 기업이 니토덴코 산하의 일종의 기업집단을 이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두 기업이 얼마나 밀접하게 니토덴코의 지시를 받고 있었는지 입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항소심은 다음달 14일 최종변론을 앞뒀다.

2022년 10월 이후 4년째 답보상태

지회는 이런 법정다툼 외에도 고용승계를 요구하면서 경기도 평택 니토옵티칼 공장 앞 거점 농성을 지속하고 일본본사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최근 조합원이 구미 한국옵티칼 공장에서 농성하며 철거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간접강제금이 눈덩이처럼 불었고, 추심으로 2억원을 지급한 건도 대처가 필요하다.

한편 한국옵티칼 사태는 지난 2022년 10월4일 화재로 구미 공장 생산동이 전소한 뒤 발생했다. 그해 11월4일 사용자쪽은 일방적인 청산을 통보하고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에 저항한 지회는 2023년 2월2일부터 공장 철거 저지 농성에 돌입했다. 2024년 1월8일에는 박 사무장과 소현숙 지회 조직2부장이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박 사무장은 600일째인 2025년 8월29일 농성을 해제했지만 지금까지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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