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목욕’ 끝···폐광마을 공공탕이 이웃들 ‘힐링’ 장소로[현장]

최승현 기자 2026. 4. 3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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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 ‘4000원 사북 복지목욕탕’
개관 두 달간 1만2000명 몰려
코로나19 이후 대중목욕탕 줄폐업에
지자체들 잇따라 건립 적극 나서
강원 정선군이 지난해 11월 14일 사북읍 지장천로 436-9 일원에 ‘사북 복지목욕탕’을 문 열면서 주민 등 100여명과 함께 준공식을 열었다. 정선군 제공

“단돈 4000원으로 목욕은 물론 사우나까지 할 수 있으니 거의 매일 갑니다.”

29일 강원 정선군 사북읍에 거주하는 백병도씨(64)는 “복지목욕탕 주변은 금요일만 빼곤 항상 북적거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북읍 사북 6리 이장인 백씨는 “시설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 마실 가듯 정기적으로 목욕탕을 찾는 어르신들도 많다”고 말했다.

정선군이 지난해 11월 33억여 원을 들여 건립한 ‘사북 복지목욕탕’(전체 면적 600.2㎡)은 남·여 목욕탕을 비롯해 사우나, 공용 화장실과 휴게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북 복지목욕탕은 주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거주지별 차등 요금제를 적용한다. 정선지역 주민은 일반 4000원, 미취학 아동과 65세 이상 노인 2500원, 월 이용권(20회) 6만원이다. 다른 시·군 주민은 일반 6000원, 미취학 아동과 65세 이상 노인 4000원, 월 이용권 10만원이다. 일반 목욕탕 이용 요금의 40~50% 수준이다. 개관한 지 두 달여 만에 누적 이용자가 1만2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강원 정선군 사북읍 일대에 조성된 ‘사북 복지목욕탕’ 내부 모습. 정선군 제공

강원도에서 대표적인 석탄 산업 전환지역(폐광지역)인 정선군 사북읍 인구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4366명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영·유아를 제외한 주민 대부분이 매월 2~3차례 복지목욕탕을 이용하는 셈이다.

정선지역 9개 읍·면 가운데 사북읍을 비롯해 신동읍, 화암면, 여량면, 북평면, 임계면, 남면 등 7곳에도 복지목욕탕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복지목욕탕의 지난해 누적 이용객은 21만370명으로, 2024년 19만231명에 비해 10.6% 가량 늘었다.

정선군은 오는 2027년 고한읍 고한리 일원에도 복지목욕탕을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다. 이상만 정선군 복지과장은 “복지목욕탕은 주민의 위생과 건강을 지키는 공간이자,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웃과 소통하는 생활 밀착형 복지시설”이라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인프라를 지속해서 확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산·어촌 지역 자치단체들이 공공목욕탕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민간 대중목욕탕 폐업과도 관련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유류비 상승 등으로 경영 악화에 몰리면서 민간 목욕탕이 줄줄이 폐업하자, 지역 주민들이 인근 시·군으로 ‘원정 목욕’에 나서는 사례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0년만 해도 전국에 8904곳에 이르던 목욕장은 2010년 8426곳, 2015년 7467곳, 2020년 6529곳, 지난해 5656곳 등으로 꾸준히 줄었다.

강원 태백시는 철암동 장성광업소 내에 있던 이 지역의 유일한 목욕시설인 ‘철암욕장‘이 2024년 6월 폐광과 함께 문을 닫게 되자 이듬해 23억여원을 들여 쇠바우문화장터 주차장 부지에 공공목욕탕인 철암 목욕탕을 지었다.

충북 음성군 금왕읍과 인천 옹진군 덕적면 진리 등에도 최근 공공 목욕탕이 들어섰다. 양양군도 목욕탕이 없는 양양읍에 공공 목욕탕을 설치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최근 국회에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공공 목욕탕의 설치·운영 권한을 부여하고, 정부에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곳곳에 공공 목욕탕 건립이 이어질 것”이라라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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