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동양인 혐오범죄 없앨것”…검사장 도전한 이민2세
한국계 검사 다니엘 정 인터뷰
생존위해 분투 끝 하버드 입학
태국노인 폭행살해사건 계기돼
檢 비판했다 두차례 해고·복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지방검사장(DA) 선거에 한국계 이민 2세 검사 다니엘 정이 도전장을 냈다. 2022년 첫 도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두 번째 출마다. 정 후보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혐오범죄 수사는 지역사회의 신뢰 없이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며 “안전망이 없으면 가진 모든 걸 걸고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카운티 지방검사장은 카운티 단위 형사사건 기소 권한을 사실상 전담하는 선출직 공무원으로 어떤 범죄를 어디까지 기소할지, 어떤 형량을 구형할지에 대한 재량을 광범위하게 행사한다. 경찰·법원과 함께 지역 사법 시스템의 한 축을 이루며 누가 그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한 카운티의 치안 기조가 통째로 바뀐다. 이번 선거는 정 후보와 16년째 재임 중인 현직 검사장 제프 로즌의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 투표는 오는 6월 2일 열린다.
샌타클래라 카운티는 애플, 엔비디아, 구글 등 세계 주요 빅테크 본사가 밀집한 실리콘밸리 핵심 지역이다. 기술 혁신의 상징지이면서 동시에 주거비 급등, 마약, 절도 등 대도시형 범죄 문제가 겹친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는 지역 치안과 사법 시스템 방향을 가르는 상징적 승부로 평가된다.
정 후보는 자신의 삶을 “플랜 B가 없던 생존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여덟 살 되던 해 아버지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영어를 하지 못했던 어머니가 두 아들을 홀로 키웠다. 대학 학위도, 직업 훈련도 없었던 어머니는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결국 집까지 잃었다.
정 후보는 “아버지 없이 장남으로 자란다는 것은 대부분의 일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며 “독하게 버티는 법, 내 삶을 위해 싸우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사법 시스템 안에는 나처럼 아버지가 없거나 가정이 무너진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많다. 그들의 몸부림을 이해한다”고도 했다.
어려운 환경을 벗어나는 길로 그는 공부를 택했다. 하버드대에 입학했고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녔다.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거쳐 뉴욕 브롱크스 카운티 지방검찰청 총기범죄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8년 샌타클래라 카운티로 옮겨 가정폭력과 강력범죄 사건을 맡았다.

그가 내건 공약은 기소 체계 개편, 아시아계 커뮤니티 신뢰 회복, 재판 지연 해소로 요약된다. 한 검사가 강력범과 상습범 사건의 기소부터 재판까지 전담하는 ‘수직적 기소 체제’를 도입해 책임 소재와 증거 관리 문제를 잡겠다는 게 첫 번째다. 아시아계 주민을 위한 정기 타운홀 미팅과 언어·문화 장벽을 해소하는 교육 체계도 약속했다. 정 후보는 “혐오범죄를 검찰청의 최우선 과제로 올리겠다”며 “판결까지 5~7년이 걸리는 일부 사건을 1~2년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정 후보는 현직 검사장의 정책 노선과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절도 사건 처리 기준, 캠퍼스 시위대 기소 수위 등 최근 검찰청이 다룬 사안마다 “피해자 중심에서 멀어진 판단”이 있었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 주민투표를 통과한 상습 절도·마약 사범 처벌 강화 법안인 주민발의안 36호와 관련해서는 자신이 이를 지지한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원이지만 범죄와 관련해서는 초당적 접근을 강조했다. 정 후보는 “범죄자는 당신이 민주당원인지, 공화당원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며 “공공 안전은 비정파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했다. 정 후보는 “샌타클래라 카운티에 사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환영받는다고 느끼게 만들고 싶다”며 “나는 강력범죄를 다뤄온 경험 많은 검사다. 범죄를 기소하고, 법을 집행하고, 피해자를 위해 끝까지 싸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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