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중환자실 30년 베테랑, ‘폴 들고 걷는 간호사’로
부천성모병원 이정옥 간호사 “젊을 때 배워두면, 노년의 삶이 훨씬 건강해집니다”

부천성모병원 이정옥 UM(Unit Manager)<사진>은 간호사 경력 30년의 베테랑이다. 중환자실과 응급실에서 오래 근무했고 현재는 간이식·신장이식 환자들이 입원하는 외과계 병동에서 약 30명의 간호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자신을 "이제부터는 제 시간을 조금 즐겨보려는 갱년기 간호사"라고 소개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가만히 있는 법을 모르는 사람'에 더 가깝다.
요즘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별명은 '노르딕워킹 전도사'다. 후배들은 그를 '정옥수'라고 부른다. 이슬 먹고 사는 사람처럼 늘 생기가 넘치고, 뭐든 좋은 일이 있으면 "같이 하자"고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그만큼 병원 안에서는 후배들을 다독이는 관리자지만, 병원 밖에서는 폴을 들고 숲길과 도심을 누비며 걷기의 즐거움을 전하는 활동가다.
코로나 속 탈진…"우리부터 건강해야 버틴다"
이정옥 간호사가 노르딕워킹을 시작한 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그때 의료진들은 말 그대로 탈진 직전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우리부터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약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6명이 먼저 모였다.
이 간호사는 "처음에는 진짜 우리끼리 해보자는 정도였는데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숨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버틸 힘이 생겼다"며 "하다 보니 이걸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병원에서 치료만 한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걸 더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국제 자격 취득에도 도전했고, 핀란드 라티에서 열린 국제 컨벤션과 월드 챔피언십에도 직접 다녀왔다. 무급휴가를 3주나 내고 떠난 여정이었다.
핀란드에서 이정옥 간호사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운동이 '생활'이라는 점이었다. 60~70대 어르신들도 자연스럽게 참가하고, 걷기와 축제,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간호를 바꾼 걷기의 힘…'감정의 환기'
노르딕워킹을 하면서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감정의 환기였다. 그는 후배 간호사들에게도 "본인의 감정 컨트롤을 잘해야 일을 덜 힘들게 할 수 있다"고 자주 말한다.
병원 일은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고, 내 마음이 먼저 무너지면 환자와 보호자의 말 한마디도 더 날카롭게 꽂히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이정옥 간호사는 최근 병동에서 만난 한 환자를 떠올렸다. CPR 후 중환자실에 오래 있다가 병동으로 올라온 환자였는데, 기관절개술을 해 말을 못 하면서도 계속 호출벨을 눌렀다.
이 간호사는 "예전 같으면 일이 많아진다고 먼저 느꼈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이 사람이 말을 못 하는데 얼마나 답답하면 저럴까'라는 생각을 더 먼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끼리 한번 배워보자'는 소박한 시작이었던 그의 노르딕워킹은 병원을 넘어 부천시 간호사회, 약사회, 치매센터, 장애인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로까지 확장됐다. 환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또 다른 돌봄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된 것.
그는 "혈관을 뚫고 약을 써도 생활 패턴이 안 바뀌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결국 1차 의료, 즉 생활 안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잘 걷는 사람이 끝까지 잘 산다"…미래 위한 투자로
아울러 이정옥 간호사는 노르딕워킹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늘 같은 말을 한다. "젊을 때 배우세요" 잘못된 걷기 습관과 굽은 자세는 나이가 들수록 교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간호사는 노르딕워킹을 두고 "미래를 위한 저축"이라고 표현한다. 지금 몸에 바른 움직임을 익혀두면, 나중에 훨씬 오래 자기 발로 잘 걸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런 이정옥 간호사가 노르딕워킹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는 또 하나는 장비다. 특히 폴에 대해서는 철학이 분명하다. 처음부터 가격이 나가더라도 가볍고 좋은 폴을 사용하라는 것.
이 간호사는 "특히 어르신들은 무거운 폴을 더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좋은 걸 쓰는 게 훨씬 낫다"며 "제가 명품 가방은 없어도, 제 몸에 제일 비싸게 투자한 건 노르딕워킹 폴"이라고 웃어보였다.
끝으로 이정옥 간호사는 노르딕워킹을 단순한 취미가 아닌, 자신의 몸을 다시 이해하고 앞으로의 삶을 오래도록 자기 힘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준비라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식습관이든 운동이든 생활 안에 조금씩 담아두면 노년의 삶이 훨씬 건강해진다"며 "부담 없이 걷기부터 시작해 보길 바란다. 결국 잘 걷는 사람이 끝까지 잘 살게 되더라"고 환하게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