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수가 야무지다" "내 주변은 다 김갱수"…경남서 40명 만나보니

경남=김성아 기자 2026. 4. 30.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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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지방선거 격전지 표심④ 경남]
현장에서 확인한 '보수의 텃밭' 경남의 바닥 민심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다. 사진은 경남 거창군 거창 전통시장의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여는 국민의힘이지예. 민주당 하는 거 보이소. 독재라예, 독재. 이재명 대통령이고 (더불어)민주당이고 잘한다 카는데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하라 그라고, 수사도 못 하게 하는 게 잘하는 깁니까. 경남까지 민주당에 넘어가면 우짤 낍니까"

지난 26일, 사과꽃 향기가 기분 좋게 코끝을 간지럽히는 경남 거창군의 한 과수원. 허리춤에 전지가위를 찬 채 사과나무를 살피던 과수원 주인 이씨는 6·3 지방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민주당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씨는 "젊은 사람들이 정치를 잘 모르니까 민주당을 찍는다 카는데 우리 같이 정치 좀 아는 사람들은 민주당 안 찍습니더"라며 "투표장 가면 그래도 국민의힘 찍는 사람이 많을 낍니더"라고 했다.

반면 거제 고현시장 골목에서 만난 조선소 협력업체 40대 노동자 박씨의 말은 달랐다. 그는 작업복 소매를 걷어붙이며 "경남이라꼬 다 보수는 아니지예"라고 했다. 이어 "김갱수(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다시 나온다 카니까 기대하는 사람들 많심더"라며 "여당 안에서도 경험 많은 정치인 아이겠습니까. 예산이나 이런 것도 끌어오기 좋을 낀데 이제 거제도 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거지예"라고 했다.

6·3 지방선거를 4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지난 4월26~27일, 이틀간 경남의 민심을 구석구석 들어봤다. 낙동강 벨트로 분류되는 김해와 양산, 남부 조선업 도시 거제, 북부 농촌 지역 거창, 서부 경남의 중심지 진주, 중부권 창원까지 찾았다. 만난 유권자는 40명 안팎. 현장에서 확인한 '보수의 텃밭' 경남의 바닥 민심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다.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선 민주당과 김경수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에 대한 비토 정서가 여전했다. 특히 거창과 창원에선 "그래도 국민의힘"이라는 반응이 뚜렷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지리멸렬하게 내홍을 겪는 데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힘 있는 여당 후보'인 김경수 후보에게 기대를 거는 민심도 확인됐다.
그래픽은 제21대 대통령선거 경남 개표 결과.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김경수 부울경을 잇는 철도 공약에 기대"…김해·거제 들썩


사진은 경남 김해시 봉리단길 일대. /사진=김성아 기자
영남권에서 가장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는 낙동강 벨트의 심장부답게 김해에선 고령층에서도 김경수 후보의 복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잖게 흘러나왔다. 김해 봉리단길에서 만난 70대 남씨는"국민의힘은 선거 때만 되면 저거들 뱃속 챙기기 바쁘다 아입니까"라며 "여(기)도 보수를 많이 밀어줬는데 요새는 내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천지 삐까리다. 내 주변은 다 김경수"라고 민심의 변화를 전했다. 김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이 위치한 상징적 장소다.
김해 민심을 흔드는 또 다른 동력은 김경수 후보가 1호 공약으로 내건 '4대 광역철도망 구축'이다. 특히 진주에서 창원, 김해를 거쳐 부산을 잇는 경전선을 수도권 GTX급 광역급행철도로 전환해 주요 도시를 30분대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은 지역 자영업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봉리단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남성은 "여가 김해에서 제일 장사 잘된다는 곳인데도 그동안 매출이 너무 줄어 걱정이 많았십니더"라며 "부울경을 잇는 공약에는 기대가 큽니더. 철도가 제대로 이어지면 관광객도 더 많이 오고 장사도 좀 나아지지 않겠심니까"라고 말했다.
사진은 거제 사등면 일대 전경. /사진=김성아 기자
노동자 밀집 지역 거제의 민심도 김해만큼나 들썩였다. 손님상에 바다 내음 가득한 멍게비빔밥을 내오던 60대 횟집 사장은 "김경수 지사가 여서 일도 참 잘했다 아입니까. 그런데 검찰(특검)이 억지로 그래가 억울하게 경남지사 그만둔 데 대한 동정론이 여기서는 무시 못 합니더"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의힘 자체가 엉망진창이라 거제도 이제는 다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누가 뭐래도 박완수"…보수세 굳건한 창원·거창


사진은 경남 거창군 거창전통시장 일대. /사진=김성아 기자
반면 거창은 보수 지지세가 굳건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농촌 지역이란 특징과도 무관치 않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떡판 앞에서 손님을 맞던 70대 떡집 사장 이씨는 박완수 지사에 대해 "일 야무지게 잘하고 무난하이 깨끗하고 사고 안 치는 사람"이라며 "거창은 누가 뭐래도 박완수"라고 단언했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김경수 후보의 재등판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 거창전통시장 일대에서 만난 광복회 독립운동가 후손 60대 박씨는 "선거라는 게 누가 흠집이 더 많은지, 또 앞으로 국민들한테 더 나은 발전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도 보고 투표하는 거라 생각합니더"라며 "그런데 범죄 전력이 있는 김경수 지사가 다시 선거에 나온다 카는 것 자체가 좀 아이러니하지예"라고 말했다.

사진은 경남 창원시 마산어시장 일대. /사진=김성아 기자
창원 마산의 바닥 민심 역시 정부, 여당에 싸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특히 악화된 지역 경제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바다 내음이 가득한 마산어시장 일대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70대 택시 기사는 "예전부터 택시가 잘 돌아가야 경기가 좋은 기라 캤는데, 윤석열 대통령 계엄 때 매출이 15% 확 떨어지더마는 이재명 대통령 되고 나서 15%가 또 떨어졌심더"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나라에서 돈을 그래 팍팍 풀어댄다 카는데, 우째 경제는 갈수록 더 팍팍해지고 나빠지는 거 아입니꺼"라며 "마산에는 아무 지원도 없어서 인자 상권이 다 죽어뿟심더"라며 울상을 지었다. 한때 경남 최대 도시로 꼽혔던 마산은 산업구조 변화와 마창진 행정 통합 등으로 인한 인구 유출이 겹치며 쇠퇴를 겪어왔다. 지난해 6월에는 27년간 마산 원도심을 지켜온 롯데백화점 마산점마저 문을 닫는 등 지역 경제는 악화 일로다.


진주 "살려주자 vs 바꿔보자" 갈라진 민심



사진은 경남 진주에 위치한 진주 중앙시장. /사진=김성아 기자
서부 경남의 핵심 거점인 진주의 바닥 민심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채 팽팽했다. 진주는 1995년 지방선거부터 2022년 지방선거까지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보수 정당 후보가 시장직을 차지했을 정도로 보수세가 짙은 지역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는 듯 알쏭달쏭한 표정만 지어 보였다.

진주 중앙시장 한쪽에서 송골송골 땀을 흘리며 부침개를 부치던 60대 사장은 연신 뒤집개를 놀리다 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여가 원래는 보수 텃밭 아이가. 근데 요새 국민의힘이 하도 힘을 못 쓰니까 '그래도 우리가 살려줘야 안 되겠나' 하는 사람도 있고 '이번 기회에 확 바꿔뿌자'는 사람도 있어서 민심이 딱 반반이다"라고 했다. 어느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도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고민해 봐야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당을 떠나 인물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귤을 하나 건네주던 과일가게 주인 70대 김씨는 과거 도정을 이끌었던 김경수 후보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박완수도 현직이니 안정감은 있는데, 김갱수는 여서 한 번 경남도지사 했었잖아예. 그때 참 잘했습니다"라며 "갱수는 친가는 경남 고성이고, 외갓집은 여서 가까운 데 있다 카더라고. 동네에서도 아가 참 착하고 똑똑하이 일 잘한다 카더라 아입니까"라며 호감을 드러냈다.
사진은 경남 양산의 증산역 일대의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낙동강 벨트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양산의 판세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오리무중'이기는 매한가지였다. 신도시 조성으로 젊은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전통적인 보수와 진보의 표심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극한의 진영 대결 속에서 섣불리 지지 후보를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증산역 일대서 만난 50대 여성은 "아이고, 요새는 동네서 정치 얘기 아무도 안 합니더"라며 "괜히 섣불리 정치 얘기 꺼냈다가 서로 얼굴 붉히고 싸우고 그라니까 아예 안 해버리는 기라예"라고 했다. 이어 그는 "선거날 다가오면 유튜브도 좀 챙겨보고 주변 사람들 말도 찬찬히 들어보면서 그때 가서 결정해야지예"라며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경남=김성아 기자 roms122@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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