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빚 쌓이자…‘신종자본증권’에 눈 돌린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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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화학·유통·항공·미디어 등 업황 부진을 장기간 겪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일부 기업은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할 경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해당되는 등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실질적인 재무여력 약화를 가릴 소지도 있다"며 "기업의 재무비율을 해석할 때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이 많은 기업은 그 부채적 성격을 반영해 자본인정비율 같은 질적 판단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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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화학·유통·항공·미디어 등 업황 부진을 장기간 겪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그간 금융사의 전유물이던 신종자본증권은 일반기업의 자본조달 수단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상법 개정으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유상증자 대신에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더 쉽게 자본을 확충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29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1~2025년 일반기업(금융·공기업 제외)에서 콜옵션(조기 상환권)이 부여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금액은 누적 17조5천억원에 이른다. 2021~2023년 1~2조원대 수준에서 2024년 6조6천억원으로 크게 뛰었고 2025년도 6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국내 신종자본증권 총 발행액(61조원) 중 일반기업 발행분이 29%에 이른다. 2021년 이후 금융지주·은행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매년 4~5조원대인데, 2024~2025년에는 일반기업 발행액이 금융지주·은행보다 많아졌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30년 이상인 회사채 일종으로, 자본과 부채 성격을 동시에 갖지만 회계상으론 ‘자기자본’으로 분류되는 매력이 있어 자본확충을 통한 부채비율 개선을 위해 주로 발행된다. 다만 발행 5년 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이상 추가 인상하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포함돼있다.
일반기업 중에 신종자본증권 활용도가 높은 기업을 보면, 내수 및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나빠져 차입만으로는 재무안정성을 방어하기 힘들어진 업종에 주로 분포한다. 신종자본증권 누적 발행액(2020~2025년) 상위 업종은 에너지·화학(5조4천억원), 항공(2조8천억원), 영화관(2조4천억원), 건설(2조원), 이차전지(1조5천억원), 일반지주회사(1조5천억원), 해운·유통·음식료·방송통신(각 5천억~8천억원) 등이다. 한신평은 “후순위채인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높은 조달비용과 스텝업 조항에 따른 발행사의 콜옵션 행사 압박 등 부채로서의 속성을 갖고 있어 발행사의 부채비율·자기자본비율 같은 표면적 재무지표를 실질에 견줘 우량하게 표시하는 착시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건설·화학·미디어·영화관 업종에 속한 신종자본증권 발행 일부 기업은 자기자본 대비 신종자본증권 비중이 100%를 넘어섰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일부 기업은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할 경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해당되는 등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실질적인 재무여력 약화를 가릴 소지도 있다”며 “기업의 재무비율을 해석할 때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이 많은 기업은 그 부채적 성격을 반영해 자본인정비율 같은 질적 판단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개정 상법에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포함되면서 일반기업들이 주식 지분 희석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초래하는 유상증자의 대안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더 늘릴 공산도 커졌다. 정 실장은 “상법 개정으로 유상증자는 종전보다 공모 등 절차적 정당성과 설명 책임이 강화됐다”며 “기업에서 전략적인 자금조달 대안으로 신종자본증권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 대상의 사모 방식 신종자본증권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신속하게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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