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이란, 생각보다 오래 버틸 것…해협 개방 ‘소규모 합의’가 해법”

김원철 기자 2026. 4. 3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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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5년 JCPOA 협상팀원
리처드 네퓨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수석연구학자
지난 21일(현지시각)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 고속정이 화물선 ‘에파미논다스’호에 접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의 대이란 압박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는 가운데, 섣부른 제재 완화와 포괄적 핵합의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리처드 네퓨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공공정책대학원 수석연구학자는 28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화상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합의가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포괄적 핵합의를 서두르기보다 위기 관리에 초점을 맞춘 ‘소규모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란 핵 협상 제재 설계를 주도하고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협상에 참여했으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이란 담당 부특사를 지냈다.

“대규모 제재 완화는 혁명수비대 ‘구제금융’”

네퓨는 현 시점에서 이란의 핵 양보를 전제로 대규모 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방식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2015년 이란 핵합의 당시와 지금은 이란의 권력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는 개혁 성향 인사들이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제재 완화의 혜택이 사회 전반으로 분산될 여지가 있었다.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풀면서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대한 표적 제재는 유지됐다. 그 결과 합법적 무역 재개로 혜택을 받은 민간 경제 부문이 성장했고, 밀수 등 제재 회피망을 독점하던 혁명수비대는 상대적으로 힘이 빠지는 효과가 있었다.

그는 “지금은 이란 정치 체제 내에서 대안 세력이 될 수 있었던 인사들이 사망했거나 완전히 주변화됐다”며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사실상 혁명수비대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향후 어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그 이익과 경제 효과를 혁명수비대가 통제하게 된다는 의미”라며 “혁명수비대 손에 돈을 쥐여주는 결과가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제재 완화는 이란 국민에 대한 혁명수비대의 통제력과 억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권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구제금융’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네퓨는 “2015년 당시에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공격을 받기 전이라 매우 방대했고, 이를 제한하기 위해선 미국도 많은 제재 완화 카드를 써야만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잦은 군사 행동으로 이란이 보유한 핵 관련 자산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과거처럼 대규모로 제재를 풀어줄 필요성도 적어졌다”고 분석했다.

“핵 프로그램 제한보다 검증이 핵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구적 농축 금지’ 등 강력하고 상징적인 조치를 원하지만, 네퓨는 이를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가령 이란이 ‘영원히 우라늄 농축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한다고 쳐보자. 2172년에도 이것이 과연 인류가 직면할 큰 문제겠냐”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20년 대신 25년 금지를 원한다면 이해할 수 있고 40년, 50년 금지도 훌륭한 조건이다. 하지만 ‘영구적’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다 실질적인 협상 타결의 기회마저 희생하는 것은 전략적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짚은 진짜 문제는 ‘검증’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이란의 핵 기술이 이미 임계점을 넘은 상황에서, 어떤 제한을 가하든 핵무기 제조까지 걸리는 ‘브레이크아웃 타임’은 물리적으로 최대 2년이라는 것이다. 그는 “핵심은 제한의 수준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검증하느냐에 있다”며 “과거 확고했던 (이란 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체계가 사실상 붕괴했기 때문에 검증 체계에 대한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은닉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검증이 담보되지 않은 조건에서 포괄적 핵 합의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네퓨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공공정책대학원 수석연구학자. 본인 제공

“3일 내 유전 붕괴? 사실 아니야…시간 갈수록 이란 유리”

네퓨가 제시한 최우선 과제는 당장 글로벌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를 맞교환하는 것이다. 그는 “3일 내에 이란 유전이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보다 훨씬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이란이 쥐고 있는 세 가지 강력한 대응 수단을 꼽았다.

첫째, 밀수 경로를 통한 수출 지속이다. 네퓨는 “실제로 (이란) 선박들이 여전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다”며 “일부라도 수출이 이뤄지면 원유가 저장 시설에 꽉 차서 터지는 ‘저장 압박’을 크게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전략적 유전 가동 중단이다. 그는 “생산량을 줄이고 일부 유전을 가동 중단하면 영구적 손상이 올 수 있지만, 미국에 굴복하는 것과 유전을 약간 손상시키는 것 중 이란 정부가 무엇을 택할지는 너무나 분명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수단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행하는 선박을 공격해 글로벌 경제에 역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특히 그는 시간이 갈수록 전세가 이란에 유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지렛대는 이란의 석유 판매를 막는 것이지만, 이란의 맞지렛대는 전 세계가 석유를 공급받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미국이 지상군 투입 등을 통해 해협을 무력으로 강제 개방할 의지와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의 주도권은 이란에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급등한 유가도 이란의 버티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봉쇄가 길어지면 이란 경제가 타격을 받겠지만, 원유 가격이 1월보다 두 배, 세 배 올랐기 때문에 이전만큼 많이 팔지 않아도 체제를 유지할 자금이 유입된다”며 “반면 그 기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높은 물가라는 심각한 경제적 압박을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안 건드리면 봉쇄 무력화…핵심은 중국 은행 제재”

네퓨는 현재 미국의 봉쇄 전략이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 ‘중국’을 꼽았다. 그는 “미국은 중국 금융기관을 겨냥할 수 있다고 말만 할 뿐, 실제로는 소규모 정유시설(티팟 정유소) 등만 건드리고 있다”며 “중국 은행을 직접 제재할 경우 무역 전쟁 등 더 큰 정치·경제적 파문이 일어날 것을 미국이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이란에 의미 있는 타격을 가하려면 중국을 겨냥해야 하고, 그 유일한 방법은 중국 금융 기관을 직접 제재하는 것뿐”이라며 “이 카드를 쓰지 않는 한 중국의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없고 이란에 대한 봉쇄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렛대 역할을 못하는 해상 봉쇄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우선 기뢰를 제거하고 해협을 열어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후 이란과의 핵 합의를 원한다면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때처럼 정교한 제재 완화를 통해 협상의 판을 짜는 것이 실질적인 지렛대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조언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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