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시민의 마음 돌보는 ‘치유의 숲길’ 거듭난다 [건강한겨레]
‘서울둘레길 정원처방’ 시작

서울둘레길이 서울 시민들의 마음을 돌보는 ‘치유의 숲길’로 새롭게 태어난다. 서울시가 오는 5월부터 둘레길 전 구간을 무대로 하는 ‘서울둘레길 정원처방’을 시작하면서, 걷기 좋은 둘레길이 본격적인 마음 건강 프로그램 현장이 되는 것이다.
‘서울둘레길 정원처방’은 서울시 정원도시국이 올해 ‘서울형 정원처방’의 새로운 축으로 본격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존에는 치매안심센터나 노인복지시설, 청년센터 등 특정 기관을 통해서만 서울형 정원처방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서울둘레길 정원처방은 심리적 취약 시민 누구나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을 통해 신청할 수 있게 개방된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서울형 정원처방은 서울시 내의 ‘정원’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가리킨다. 여기서 ‘정원’이란 아파트 단지 앞 작은 녹지부터 공원, 숲길, 온실, 정원문화힐링센터 등까지 서울시 곳곳의 녹지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 정원 공간에서 산림치유지도사 등 전문가가 우울·외로움 등 심리적으로 취약한 시민을 대상으로 원예·산림치유 요소를 통합한 특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정원처방’이다.
프로그램에는 흙 만지기, 정원 요가, 숲·정원 산책, 압화(꽃누르미) 공예, ‘정원의 식탁’과 같이 정원을 매개로 함께 음식을 나누는 활동, 작은 화분을 가꾸는 식물 돌봄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시민이 자연과 상호작용하고,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며,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돌보고 살려낼 수 있다는 효능감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서울형 정원처방은 2024년 하반기 시범사업으로 첫발을 뗐다. 서울숲과 불암산·관악산 등에서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우울 척도와 외로움 척도, 정서 상태 변화를 분석한 결과 우울감은 최대 36%, 외로움은 최대 13% 감소하는 등 심리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진은 “서울형 정원처방이 참여자의 심리적 건강과 정서 회복에 효과적인 개입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시민의 72%가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꼴로 마음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단순한 숲 해설·교육을 넘어 일상 속에서 마음을 돌보는 ‘정원처방’ 체계를 확대해왔다.
지난해 4561회, 7만5천여 명 참여
만족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7% 이상이 프로그램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됐다” “조금 더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현장을 겪으며 느꼈던 고립감이 보상받는 시간이었다”는 응답이 이어졌다.

기관 중심에서 심리적 취약 시민으로
서울시는 이에 따라 마음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시민 모두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서울둘레길 정원처방’을 새롭게 시작했다. 둘레길 정원처방은 “나는 요즘 마음이 좀 힘들다” “치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에서 ‘둘레길 정원처방’을 검색해 직접 신청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산림치유지도사와 함께 걷는 둘레길 정원처방
서울시는 4월 중에 이미 청년과 시니어를 대상으로 시범운영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4월17일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범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이 가양역에서 출발해 가양대교를 건너고 월드컵공원 입구와 난지샛강공원 생태공간까지 거닐었다. 참가자들은 올챙이와 물고기를 관찰하는 등 “자연이 제자리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가는 모습”을 함께 바라본 뒤 그늘진 공간에 앉아 호흡법을 배우며 몸의 긴장을 풀고 여러 가지 자연 에센스를 시향해 본 뒤 참가자들이 스스로 고른 향을 섞어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프로그램에 참여자들은 “집에만 있으면 부모님 눈치가 보이는데,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고 느끼니 마음이 편해졌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며 자연스럽게 말을 섞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시는 ‘서울둘레길 정원처방’이 높은 치유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정원과 숲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2025년 가을 국제정원박람회에서 진행한 조사에서는 성인 139명을 대상으로 정원에서 30분 이상 산책하기 전후의 타액(침)을 채취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코르티솔 농도는 평균 14% 감소했고, 심박변이도는 평균 18% 증가해 자율신경계 균형이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정서 점수 역시 평균 23% 감소했다.
서울둘레길 정원처방은 이처럼 검증된 ‘정원 산책 효과’에 더해 산림치유지도사의 전문적인 설명과 감각·호흡 훈련, 정원 공예·향수 만들기 같은 체험 활동이 결합된다. 시는 “단순히 혼자 걷는 것보다 더 깊은 정서 회복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등으로 ‘찾아가는 정원처방’ 새로 선봬
올해는 서울형 정원처방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 인프라도 크게 늘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공원 안에 식물 관리와 정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정원문화힐링센터’를 14곳 새로 조성하는 등 기존 불암산 산림치유센터 등 3곳의 녹색복지센터와 치유의 숲길, 유아숲체험원, 서울둘레길 21개 코스 등과 더해 일상형 정원처방을 운영하는 기반 시설을 100곳이 넘는 수준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서울 어디서든 한 걸음만 더 나가면 정원처방과 만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영환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서울형 정원처방은 정원을 통해 시민의 심리적 회복과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효과적인 치유 모델”이라며, “서울시는 정원도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시민의 정신건강과 외로움 해소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울하고 지칠 때 병원을 찾기 전에 가까운 정원과 숲길을 먼저 찾아가보자는 것이 정원도시 서울이 시민들에게 건네는 새로운 ‘초록빛 건강 처방’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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