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非육사라 무시” “징계 운운 XX에 반항”… 계급장 없는 ‘軍톡방’
최근 5년 하극상 범죄 79% 증가
“휴대전화 사용도 병영생활 일부
軍기강 붕괴 없게 지침 정비해야”

지난해 7월 군 복무 중이던 한 정비병은 병사 7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상관인 중대장을 비속어로 지칭하며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대화방에 있던 다른 병사가 이를 신고하면서 그는 상관 모욕 혐의로 법원에 넘겨졌고,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상관에 대한 경멸적 감정을 많은 사람 앞에서 표현해 (상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했다”고 판단했다.
2020년 7월 부대 내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된 후 하극상 범죄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휴대전화 메신저가 상관 모욕의 주무대가 된 것이다. 휴대전화 허용은 가혹 행위 등 부조리를 줄이는 순기능이 있지만, 장병의 기본권을 위한 조치가 자칫 도를 넘어 군 기강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단톡방 기록에 덜미… 5년간 1551명 적발

휴대전화 사용 허용으로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생활관에서 말로 주고받아 사라지던 뒷담화가 디지털 공간에 고스란히 기록되면서 공연성을 갖춘 범죄 증거가 된 것이다.
군검사 출신 이진채 변호사는 “채팅방 대화는 전파가 빠르고 증거가 확실해 관련 상담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4년 5월엔 한 훈련병이 생활관 동기 16명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상관을 지칭하며 “XX 같은 X” 등 비속어 섞인 메시지를 올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병사가 아닌 장교나 군무원 사이의 1 대 1 대화가 처분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4월 한 군무원은 동료와 대화하며 같은 부대 참모를 두고 “육군사관학교 출신도 아니고 무시해도 된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 견책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엔 한 육군 중사가 동기와 온라인에서 대화하며 중위인 상관을 겨냥해 “머리가 나쁜 것 같다”고 해 고소당했다.
● “휴대전화 사용도 병영 생활의 일부”
군형법상 상관 모욕죄는 일반 모욕죄(1년 이하의 징역·금고 혹은 2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처벌이 무겁다. 많은 사람 앞에서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상관 면전에서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대화 내용을 전파할 가능성이 낮은 가족 등 외부 대상과의 대화라면 예외지만, 군 내 구성원과의 대화라면 비속어 없이 푸념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명령 체계를 희화화해 군 내 위계질서를 해쳤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군형법 전문 변경식 변호사는 “상관을 조롱하는 뜻이었다면 이모티콘만 보내도 처벌될 수 있다”고 했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도 적발 인원이 증가한 배경으로 꼽힌다. 일반 형법에서 모욕죄는 피해자가 고소해야 수사를 하는 친고죄이지만, 군형법상 상관 모욕죄는 당사자가 용서해도 제3자가 신고하면 처벌될 수 있다. 위계 질서가 중요해서 생긴 차이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관계가 틀어지면 과거 대화 내용을 꺼내 신고하거나 ‘맞신고’하는 사례도 있어 관련 상담이 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군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상호 신뢰가 핵심인 군 조직에서 상관 모욕은 부대원 간 불신과 전투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메신저 공간을 사적 영역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휴대전화 사용도 병영 생활의 일부’라는 인식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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