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취급당하며 경질당했는데…이렇게 품격 있는 감독 봤나 "악감정 없다, 사장이 옳은 결정했다"

이상학 2026. 4. 30.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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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필라델피아에서 경질된 롭 톰슨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객원기자] 소문은 사실이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불과 며칠 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경질된 알렉스 코라(50) 감독을 노린 게 맞았다. 코라 감독이 그 제안을 거절했지만 필라델피아는 감독을 바꿨다. 구단 역사상 최고 승률 찍은 롭 톰슨(62) 감독을 경질하며 돈 매팅리(65) 벤치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이 모든 결정은 데이브 돔브로스키(69) 필라델피아 야구운영사장이 주도한 것이었다.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돔브로스키 사장은 지난 26일 보스턴에서 경질된 코라 감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두 사람은 2018~2019년 보스턴에서 사장과 감독으로 2년을 함께했다. 코라를 감독으로 발탁한 사람이 돔브로스키였고, 2018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코라 감독은 올 시즌 성적 부진 속에 보스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크레이그 브레슬로 야구운영책임자(CBO)와 파워 게임에서 밀렸고, 코치 5명과 함께 무더기 해고로 숙청당했다. 그날 밤 코라 감독은 돔브로스키 사장에게 연락했고, 두 사람은 여러 차례 꽤 오랜 시간 통화했다. 톰슨 감독이 필라델피아 사령탑으로 멀쩡히 있는 상태에서 돔브로스키 사장은 코라 감독에게 필라델피아 감독 자리를 제안했다. 

코라 감독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는 이유로 거절했지만 돔브로스키 사장은 사령탑 교체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 지난 29일 오전 돔브로스키 사장은 톰슨 감독을 호출했고, 사장실에서 경질을 직접 통보했다. 그 자리를 함께한 존 미들던 필라델피아 구단주도 눈물을 글썽이며 작별을 고했다. 

디애슬레틱은 ‘돔브로스키 사장은 변화를 단행하기로 결심했다. 톰슨 감독의 안정적인 스타일이 3억2000만 달러 거액의 연봉 팀에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톰슨 감독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직설적이거나 강압적이지 않았다. 선수들은 그가 뒤에선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톰슨 감독은 지나치게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고 설명했다. 

[사진] 필라델피아 데이브 돔브로스키 야구운영사장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022년 6월 조 지라디 감독이 경질된 뒤 감독대행으로 시작해 정식 사령탑이 된 톰슨 감독은 5년간 625경기에서 355승270패(승률 .568)를 기록했다. 2022년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시작으로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오르며 1900년 이후 필라델피아 감독 최고 승률을 냈지만 올해 부진했다. 10연패 포함 9승19패(승률 .321)에 그치며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꼴찌로 추락했고, 4월이 지나기도 전에 경질 통보를 받았다. 내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은 상태였지만 무의미했다. 

돔브로스키 사장은 “우리에겐 다른 목소리가 필요했다. 4년 전에는 톰슨 감독이 우리 팀에 딱 맞는 목소리였고, 그 역할을 아주 잘 수행해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 팀에는 다른 목소리가 필요하다. 우리가 가진 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고,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밝혔다. 

톰슨 감독도 현지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소회를 밝히며 구단에 악감정이 없다고 했다. 그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며 “선수들을 사랑하고, 팀이 상황을 반전시켜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팀에 뛰어난 재능이 많다는 사실이다.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자기 기록들을 찾을 것이고, 팀도 반등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 필라델피아 롭 톰슨 감독이 브라이스 하퍼와 포옹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돔브로스키 사장이 코라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도 톰슨 감독은 개의치 않아 했다. “그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돔브로스키 사장은 자신의 일을 한 것이다. 이미 감독 교체 결정을 내렸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생각했다고 본다. 그는 앞으로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경영인이고, 사람들은 그를 신뢰해야 한다. 구단을 위해 옳은 일을 한 것이다”고 품격 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보통 경질된 감독은 조용히 말 없이 물러나기 마련이다. 언론과 인터뷰를 꼭 해야 할 의무가 없는데도 톰슨 감독은 이 자리를 자청했다. “책임감 있는 사람이고 리더라면 모든 일이 끝났을 때 사람들 앞에 나서서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4년간 감독직을 잘했든 못했든 이 구단을 품위 있고, 존엄성을 갖춰 대표하려고 한 것을 사람들이 느꼈으면 한다. 내게는 이것도 그런 과정의 일부”라고 말한 톰슨 감독은 “필라델피아에서의 매 순간이 좋았다. 최고였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톰슨 감독은 “42년 동안 집에서 여름을 보낸 적이 없다. 무엇을 할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우리 경기를 TV로 볼 것이다. 6개월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당장 감독을 맡을 생각은 없다. 공식 제안을 받지 못했지만 필라델피아에 남는 것에도 열려있다. 이곳에서 감독으로 지낸 4년간 줄곧 말했듯이 다른 곳에 가고 싶지 않다. 이 구단을 사랑한다”며 감독이 아닌 다른 역할로 팀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돔브로스키 사장은 톰슨 감독에게 구단 내 다른 역할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waw@osen.co.kr

[사진] 필라델피아에서 경질된 롭 톰슨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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