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팩 훈련 55년만에… 한국이 다국적 해군 지휘권 잡는다

한국 해군 제독이 오는 6월 말부터 미국 하와이 일대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해상 훈련 ‘림팩(RIMPAC·환태평양) 연합훈련’에서 처음으로 연합해군 구성군사령부 사령관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연합해군 구성군 사령관은 원정강습단·항모강습단 등으로 구성된 연합해군 전력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3함대는 29일 “올해 림팩 훈련은 연합기동부대 사령관을 맡는 미3함대 사령관 주관 하에 한국 해군이 해상 전력을 지휘하고, 캐나다가 공중 전력 지휘를 맡는다”고 밝혔다. 한국은 직전 훈련인 2024년 림팩에서 연합해군 구성군사령부 부사령관 임무를 수행했는데. 이번 훈련에서 사령관으로 격상된 것이다. 이에 따라 림팩에 참여하는 우리 해군 소장급 제독이 구성군 사령관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림팩을 주도하는 미국이 한국에 이 역할을 맡긴 것은 1971년 림팩 시작 후 55년 만에 처음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부담을 동맹과 분담하고 싶어 하는 미국이 그간 고정적으로 부사령관직을 맡아 온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해군 지휘 업무를 맡겨 ‘한·미·일 삼각 협력’을 활성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림팩 훈련에서 한국이 지휘 역할을 맡는 등 역내 연합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형식적 참여가 아니라 한·미·일 안보 협력이 구현되는 것을 보여준다”며 “분쟁이 발생하기 이전에 상호 협력을 미리 연습하고 개선할 수 있어 이런 훈련은 핵심적”이라고 했다.
림팩은 현재 격년으로 실시되며 30회째를 맞는 올해는 미국·캐나다·일본 등 30여 국이 참여한다. 수상함 40여 척, 잠수함 5척 및 해상 초계기 등 공중전력 140기 등 2만5000여 명의 다국적 전력이 6월 24일부터 7월 31일까지 함께 훈련할 예정이다. 우리 해군은 최신예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 P-8 해상초계기,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이번 림팩 훈련에 처음으로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해군은 림팩에 1990년부터 참여했고, 이번이 19번째 참가다. 2022년 구성군사령부 예하의 다국적 연합 강습 상륙 부대를 총지휘하는 등 경력을 쌓아오면서 작전 지휘 능력을 인정받았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전 해군 중령)은 “림팩에 단순 참가하는 것을 넘어 실제 지휘 책임을 맡으면서, 한국 해군이 인도·태평양 해양 안보 협력에서 더 책임 있는 기여 국가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과거 림팩부터 미3함대사령관이 맡는 연합기동함대사령관을 보좌하는 부사령관을 당연직처럼 맡고 있다. 군 소식통은 “일본의 부사령관 역할은 전체 지휘부 안에서 지휘관을 보좌하고 작전 전반을 조정하는 성격이 강하고, 이번에 한국이 맡는 구성군사령관은 작전 분야를 직접 책임지고 지휘하는 기능적 역할”이라고 했다.
미국이 북·중·러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을 강조하며 한국 해군에 사령관 임무도 부여한 데는 역내 안보 환경 변화에 맞춰 한국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기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북·러가 군사적으로 밀착하고 중국의 해군력이 증강되자,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남침과 지상전처럼 기존에 ‘한반도 유사 상황’으로 가정해 온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해상 등을 통한 제3국 개입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브런슨 사령관은 29일 ‘재팬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만이나 남중국해로 파병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주한미군)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한국이 국내에서 강력한 방위 태세를 유지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또 “주한미군 2만8500명 규모는 상한선이 아니라 기준선(baseline)”이라며 “진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닌 역량”이라고도 했다. 양안 위기 시 한국군 파병 등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역내 유사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작전을 수행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국군이 한반도 방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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