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이산화탄소 삼킨 한국, 온실가스 최고치 찍었다

박상현 기자 2026. 4. 30.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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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평균치보다 높아

29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국립기상과학원 고산 지구대기감시소 분석실. 모니터에서 실시간 온실가스 농도가 숫자로 표시되고 있었다. 이곳에선 12m 높이의 관측 탑으로 불어오는 바다 공기를 영하 85도로 냉각해 수분을 제거한 뒤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한다. 현재 우리나라 온실가스 농도는 제주도(남해)뿐 아니라 울릉도(동해), 안면도(서해) 등 3곳에서 매일 집계한 수치를 평균값으로 내서 도출하고 있다. 김수민 기상과학원 연구관은 “관측 지점 주변의 인위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처럼 섬에서 온실가스 측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동해, 서해, 남해를 아울러 국내 온실가스 농도 변화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농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국립기상과학원이 발표한 ‘2025 지구 대기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가운데 대표적 ‘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작년 한 해 432.7ppm으로 종전 최고 기록(2024년 429.5ppm)보다 3.2ppm 증가했다.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메탄, 아산화질소, 육불화황 등 온실가스 4종의 농도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래픽=백형선

이 중에서도 특히 이산화탄소는 한국의 증가 폭이 전 지구 평균을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전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2024년(422.8ppm) 대비 2.8ppm 증가한 425.6ppm이었는데, 한국은 이보다도 7.1ppm이나 높았다. 전년 대비 증가 폭 역시 0.4ppm 높았다. 2000년 이후 국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해마다 2.5ppm의 속도로 증가 중인데, 이 역시 전 지구 평균(2.3ppm)보다 빠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온실가스 농도가 짙어지면 여름은 더 혹독해진다. 실제로 기상청도 올 5월부터 7월까지 평년보다 더운 날이 더 많을 것으로 예측한다. 3개월 전망을 보면, 북인도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 영향으로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면서 6~7월에 고온다습한 남서풍 유입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는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른 여름부터 후텁지근한 찜통더위가 예상되는 것이다.

특이한 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 7억2700만t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잠정 배출량이 공개된 2024년(6억9158만t)만 해도 전년 대비 2% 줄면서 지난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 농도가 해마다 높아진 원인은 지리적 요인과 해수면 온도, 과거와 달라진 기상 패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동부 연안의 산업 밀집 지역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들어온다. 겨울부터 봄철까지 들어오는 중국발(發) 미세먼지는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서풍을 타고 미세먼지가 들어온다는 것은 온실가스도 함께 유입된다는 뜻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와 환경계획연구소 윤정민 박사는 “한국과 북한은 중국의 풍하층에 위치해 다른 지역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농도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올라간 것 역시 온실가스 농도가 짙어지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4년(1968~2021년)간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약 1.35도 상승하면서 전 지구 평균(0.52도 상승)보다 2.5배 이상 빠르게 뜨거워졌다고 한다.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온도가 뜨거워질수록 흡수 효율이 떨어진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졌다는 건 바다 위 이산화탄소 농도가 과거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온난화로 대기 정체가 잦아지면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상공에 오래 머무르게 되는 날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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