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부르면 오고 농사도 척척'…대동, '피지컬 AI'로 무인화 시동

김유영 기자 2026. 4.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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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만 개 데이터로 '한국형 논둑' 읽는 눈
농기계판 테슬라...농민 삶 바꾼 자율주행
'농기계 제조' 넘어 'AI 구독 서비스'까지
대동 AI 트랙터가 운전자 없이 홀로 운행 중이다. [출처=김유영 기자]

지난 28일 경남 창녕의 한 농경지. 따가운 봄볕 아래 굉음을 내며 움직여야 할 트랙터 두 대가 적막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운전석은 비어 있었다. 작업자는 멀찍이 서서 스마트폰 앱의 '작업 시작' 버튼을 눌렀을 뿐이다. 트랙터 상단에 장착된 6개의 '눈(카메라)'이 지형을 읽어내자, 기계는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생성해 논둑을 따라 정교하게 흙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대동이 '2026 대동 테크데이'를 통해 공개한 농업 피지컬 AI(Physical AI)의 현주소다. 단순히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자율주행을 넘어, 기계가 실제 현장을 보고 판단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농업 로봇' 시대가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 한국형 소규모 농경지 뚫은 '비전 AI'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국내 유일의 '비전 AI 트랙터'다. 광활한 평지 중심인 북미·유럽과 달리, 한국 농촌은 논둑과 밭둑으로 경계가 나뉜 소규모 농경지가 대부분이다. 기존 GPS 방식만으로는 오차 범위 탓에 논둑을 넘어가거나 작업 범위를 벗어나기 일쑤였다.

대동은 지난 4년간 축적한 510만 장의 농업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트랙터가 실시간으로 논둑(두둑)의 경계와 돌발 장애물을 감지한다. 자율주행 중 논둑을 인식하지 못하면 트랙터가 농경지를 이탈해 전복되거나 작업 흐름이 끊기는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이를 정확히 식별하는 것이 무인화 기술의 핵심이다. 현장에서 만난 대동 관계자는 "비전 AI를 기반으로 농경지를 스스로 인식해 실제 농작업까지 수행하는 트랙터는 현재 전 세계에서 대동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시연에서는 한 명의 작업자가 앱 하나로 두 대의 트랙터를 동시에 제어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트랙터가 스스로 일하는 동안 작업자는 옆에서 약제를 살포하거나 다른 준비를 할 수 있어, 노동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구조다.
무인 자율주행으로 땅을 고르던 대동 AI 트랙터가 사람을 감지하자마자 즉시 운행을 멈춰 선 장면. [출처=김유영 기자]

"실력자 10명 안 부럽다"...현장에서 터져 나온 농심(農心)

기술의 진보는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에서도 증명됐다. 시연 현장에서 만난 농민 성광석 씨는 대동의 AI 기술을 경험한 뒤 "사람보다 낫다"며 혀를 내둘렀다.

성 씨는 자율주행 기술이 가져온 변화를 '해방'에 비유했다. 그는 "예전에는 혼자서 만 평을 작업하려면 잠은 4시간밖에 못 자고, 밥도 기계 위에서 대충 때워가며 버텨야 할 정도로 고된 일이었다"며 과거의 고충을 회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로 잰 듯이 똑바르게 작업하는 기계 덕분에 밤낮없이 일해도 피로가 덜하고, 힘들다는 소리 없이 알아서 해주는 든든한 일꾼을 얻은 기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성 씨는 "예전에는 영농 대행을 하려면 소문난 '실력자'를 모셔오는 게 가장 큰 일이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기계만 있으면 농사를 배우는 학생들도 당장 베테랑처럼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를 입은 농기계가 농촌의 고단함을 덜어주는 것을 넘어, 현장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진짜 실력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다.
시연 현장 옆 트럭 스크린에 띄워진 대동의 스마트폰 앱 화면으로, 현재 트랙터가 밭을 어느 정도 갈았는지 작업 진행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출처=김유영 기자]

◆ 기계 팔고 끝이 아니다...'데이터 구독' 시대

대동은 이번 테크데이를 통해 '사업의 본질'이 바뀌었음을 선언했다. 과거가 농기계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제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기계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정밀농업 솔루션을 판매하는 '구독형 AI 농업 서비스' 모델로의 전환이다.

대동의 AI 트랙터는 MLOps(머신러닝 운영) 기술을 탑재해, 작업 시간이 쌓일수록 데이터가 축적되어 AI의 지능이 높아진다. 테슬라가 주행 데이터를 쌓아 FSD(Full Self-Driving)를 고도화하듯, 대동은 농업 데이터를 통해 '정밀 농업'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인 작업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농민은 최신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구독형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장에서 확인한 대동의 전략은 명확했다. 쇳덩이였던 농기계에 AI라는 '뇌'와 카메라라는 '눈'을 달아, 농촌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데이터 기반의 미래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 창녕의 흙먼지 속에서 한국 농업의 'AX(AI 전환)'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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