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쿠바대사 "트럼프의 봉쇄, 의도된 고통…언론이 배경 지운다"

김예리 기자 2026. 4. 2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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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클라우디오 몬손 바에사 주한쿠바대사
조선일보에 서한…"봉쇄 지우고 쿠바 경제 작동 않는 듯 묘사, 서방의 서사 왜곡"
"미국, 목 조르며 '숨 못 쉰다' 비난…언론 묘사에도 영향 미쳐"
"휴대폰 불빛 아래 신생아 호흡기계 누른 의사들…봉쇄 중단돼야"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클라우디오 몬손 바에사 주한쿠바대사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주한쿠바대사관 집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료 봉쇄로 쿠바가 극한의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초 베네수엘라의 대쿠바 원유 공급을 끊고, 쿠바에 원유를 판매하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65년 이어진 미국의 경제 제재 속에서도 전례 없는 전방위 봉쇄 조치다. 미국보다 낮던 쿠바의 영아사망률은 트럼프 집권 이전 1000명 중 4명에서 트럼프 2기가 들어서고 10명까지 치솟았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 국면에 “다음 차례는 쿠바”라며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주한 쿠바대사관이 지난 8일 조선일보 상대로 밝힌 공개서한은 이 같은 쿠바의 위기를 다루는 언론의 “현실 왜곡”을 정면으로 지적해 화제를 모았다. 조선일보가 1면에 연재한 특파원 연재 쿠바 르포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언급하지 않았고, 연재의 마지막은 “차라리 트럼프가 (쿠바) 접수해달라”는 제목의 기사로 끝났다. 쿠바대사관은 “국제 언론도 광범위하게 보도한 현 에너지 위기의 핵심 요인이 누락됐다”며 “쿠바 국민에 국가 존엄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주한 쿠바대사관에서 만난 클라우디오 몬손 바에사 주한쿠바대사는 서방을 위시한 주류 언론이 쿠바를 다루며 '미국의 봉쇄'라는 거대한 배경을 삭제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봉쇄 정책이 바로 '쿠바의 사람들'을 겨냥한다는 점을 언론이 누락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쿠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미국 행정부 전략의 '부수적 효과'가 아닌 “핵심 목표”라는 것이다. 바에사 대사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주한 쿠바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재된'조선일보 편집국장에게 보내는 주한쿠바대사의 서한'.

- 최근 조선일보 특파원 연재 보도에 대한 공개 서한을 내게 된 배경이 뭔가.

“우리는 (서한을 보내 지면 게재를 요청한 뒤) 답변을 기다렸지만 약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대중에 쿠바에 대한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할 책임을 느꼈다. 이것이 웹사이트에 서한을 게시한 동기이다.”

- 해당 서한은 조선일보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현실의 왜곡'이라고 했다. 행정명령이 쿠바 국민에 어떤 타격을 입히고 있나.

“쿠바에 대한 미국의 적대 정책은 매우 포괄적이며 65년 간 지속됐다. 대중이 쿠바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든 간에, 쿠바를 이해하려면 이 사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유일한 봉쇄 조치는 아니지만 가장 최근의 조치이며, 공격성 면에서 전례 없다. 현대 사회에서 에너지는 경제 물류부터 식품의 생산·저장·유통과 운송, 물 공급, 보건의료 시스템까지 사실상 사회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정책의 목표가 바로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도록 설계된 정책이다. 쿠바를 분석할 때 이 점을 누락해선 안 된다. 어떤 고상한 명분으로 정당화하려 해도, 쿠바에 대한 미국 행정부 전략의 본질은 잔인성과 불법성이다.”

- 쿠바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상황인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어려움이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라 오랜 과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회복력이 있다. 힘든 상황이기에, 회복력이 있다는 것이 좋은 의미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저항할 수 있고 멈추지 않는다. 가혹한 조건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 상황을 규탄하고 이를 멈춰야 한다.”

- 조선일보 특파원 르포 마지막편 제목은 “차라리 트럼프가 접수해달라, 그게 쿠바 살리는 길”이었다.

“그 말이 모든 쿠바인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해한다. 하지만 기사를 읽으면 마치 쿠바 내에 그런 합의가 존재하는 것처럼 해석된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미국이 우리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입하길 원한다는 식의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수 쿠바인은 이를 전혀 환영하지 않으며 매우 모욕적으로 여길 것이다. 이는 우리의 모든 역사가 주권과 독립을 위한 투쟁이었으며, 그 진술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30일 조선일보 1면 상단 기사

“주류언론 서사, 미국 봉쇄 영향은 지우고 쿠바 성과는 축소”

- 이런 '현실의 왜곡'이 서방과 한국 주류 언론에 얼마나 퍼져 있다고 보나.

“흑백 논리로 말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왜곡은 혁명(1958년)보다도 오래됐다. 쿠바 역사에서 첫 여론 조작(manipulation)은 19세기 말, 미국이 쿠바를 스페인의 식민 통치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스페인과 싸웠다는 주장이다. 현실은 그 정반대였다. 쿠바의 독립 전쟁은 30년 이상 지속됐고, 쿠바 독립군이 사실상 승리해 독립을 달성하기 직전 미국이 개입했다. 쿠바 측은 요청한 적이 없음에도 미국이 마지막 순간 개입해 섬의 통제권을 확보하고 쿠바의 독립을 좌절시켰다. 이는 중대한 역사 왜곡이자 문제의 시작이다.”

- 주류 언론이 쿠바를 보는 시선은 대개 '낭만적인 풍경'과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가'로 양분되는 듯하다. 언론이 쿠바에 대해 갖는 대표적 오해는.

“하나는 미국의 쿠바에 대한 정책과 그 영향을 지워버린 채, 쿠바의 경제가 그 자체로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묘사하는 서사이다. 또 하나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쿠바가 이뤄온 사회적 성과를 숨기거나 축소하는 것이다.”

- 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쿠바의 사회적 성과로 무엇을 꼽을 수 있나.

“미국의 봉쇄와 제약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진국과 비교할 만한 사회적 표준과 지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매우 낮은 영아 사망률과 높은 기대수명, 높은 예방접종률, 보편 공교육 시스템, 무상의료 시스템이 그 일부다. 이런 성과는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고 있다.”

- 코로나19 백신 독자 개발과 공유 사례도 회자됐다.

“쿠바의 생명공학 산업은 견고하다. 70개국 이상에 다양한 의료 제품을 수출하고,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혁신적 의약품도 보유했다. 한 예가 폐암 치료용 백신이다. 미국 정부조차 봉쇄 정책의 예외로 삼고 로즈웰 파크(Roswell Park)라는 미국 내 기관에 임상시험을 허용했다. 우리는 (봉쇄로 인해) 65년째 미국 제약회사의 의약품을 구매할 수 없는데, 많은 의약품 특허를 미국 제약사가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의약품을 자체 개발해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쿠바에서 개발한 세 가지 코로나19 백신이 규제기관 승인을 받았고 쿠바인의 면역을 책임졌다. 해외에서 백신을 단 하나도 받지 않았다. 쿠바 백신은 멕시코, 베트남 등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됐다.”

“쿠바인의 고통, 미국 봉쇄의 '핵심 목표'”

- 트럼프의 전방위 제재로 쿠바의 의료 현장은 어떤 타격을 받고 있나.

“보건 시스템이 이런 일방 제재의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받는 영역이다. 쿠바는 무상의료 체계이기 때문에 국가 예산으로 전 국민 의료 수요를 감당한다. 의약품은 상당 부분 자체 생산하지만 원자재·기술·장비 등 주요 물자는 외부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다. 최근 정전이 발생했을 때 의사들이 휴대전화 불빛을 켜고 달려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수동으로 인공호흡을 유지했다는 보도들이 있었다. 병원 발전기가 가동되기까지 공백기에 의료진이 직접 기구를 눌러 환자 호흡을 유지했고,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수술을 마무리한 사례들도 나왔다. 이런 모습은 영웅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참혹하고 위험하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미국의 봉쇄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봉쇄 정책의 핵심 목표이자 의도한 바이다.”

- 트럼프가 쿠바를 “차지하겠다”거나 쿠바에 “신새벽이 오고 있다”며 거듭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일은 아니다. 쿠바의 역사는 독립과 주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였다. 스페인 식민 지배에 맞섰고, 이후에는 미국의 영향과 개입에 맞서 싸워왔다. 그런 정책의 목적은 결국 쿠바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장악하는 데 있다. 명백한 주권 침해다. 대다수 쿠바인들은 그 역사를 알고 있으며, 현 상황을 미국 정부가 쿠바 독립에 대해 치르게 하는 대가로 인식한다. '레짐 체인지', 이른바 체제 교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단순한 설명이다. 미국의 대쿠바 정책의 본질은 국가로서 쿠바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가져가려는 데 있다. 미국 정부도 공식 성명 등에서 이를 드러내는 어휘를 사용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쿠바를 점령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료 봉쇄로 쿠바 전역에 정전 사태와 에너지난이 악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백악관 유튜브 갈무리.

“압도적 다수 국가, 미국 봉쇄 반대해와…한국도 포함”

- 쿠바 정부는 유엔 총회 등 국제 석상에서 미국 태도를 '목을 조르면서 제대로 숨을 못 쉰다고 비난한다'고 묘사해왔다.

“(미국의) 전략은 명확하다. 쿠바 경제에 극단적 압박을 가하고 국제 시장에서 단절시키거나 정상적 무역을 매우 어렵게 만든 뒤, 쿠바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가장 악명 높은 사례 중 하나가 1960년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 레스터 말로리의 메모이다. 이 문서는 대통령에게 '자금과 물자 공급을 차단하며, 임금을 떨어뜨리고, 기아와 절망을 유발해 결국 정부 전복에 최대 효과'를 가져올 행동 방침을 제안했다. (그해 말 시행된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금수 조치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에는 쿠바에 대한 봉쇄의 본질과 영향에 대한 합의가 형성돼 있다. 30년 넘게 유엔 총회에서 압도적 다수의 국가들이 미국의 쿠바 봉쇄를 규탄해왔다. 여기엔 대한민국도 포함된다.”

- 많은 나라가 미국의 금수조치에 반대함에도 쿠바의 현실이 언론을 통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작은 나라이고 국제 언론에서 그다지 중요한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에 보도가 종종 충분히 깊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공식 서사'에서 비롯한 영향이다. 특정 사실들을 배제하고 현실을 오도해 쿠바를 실제와 다르게 보이도록 한다. 이러한 공식 서사는 전 세계에서 일종의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며, 주요 언론이 현실을 묘사하는 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힘을 갖고 있다.”

“미국의 서사, 상식처럼 받아들여져 언론 묘사까지 영향”

- 이번 조선일보에 보낸 서한에서 쿠바는 '반미 국가가 아니다'라고 밝힌 내용이 눈에 띈다.

“우리는 반미 국가가 전혀 아니다. 특정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불만을 그 나라 국민이나 국가로 확대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특히 쿠바와 미국은 이웃 국가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불과 90마일을 사이에 두고 역사적으로 활발한 교류와 이주가 있었고 문화적으로도 깊이 연결돼 있다. 현재 미국에 200만 명 넘는 쿠바인이 거주하며 이들 대다수는 쿠바 내 가족과 원활한 관계를 맺고 있다. 많은 이들이 두 나라를 오가며 생활한다. 우리는 미국 시민 대다수가 미국 정부의 대쿠바 정책과 무관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해당 정책의 실상을 알게 된다면 우리에게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미국 정부와 협상하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의 주권이 존중된다는 전제 아래서다. 이는 국제 협상의 기본 원칙이며 결코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 서구 언론은 쿠바 정부가 독립언론을 억압해 정보가 투명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쿠바에서는 사적 소유의 언론이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정보를 사업이나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정보의 내용과는 별개다. 쿠바 헌법은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쿠바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쿠바인들이 그 권리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는 자기 의견이 매우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쿠바에 대한 정보와 쿠바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다수의 서구 언론이 쿠바에 특파원을 두고 있다는 점도 말해야 하겠다. 미국 매체로는 NBC, CNN, AP 등이 있고, 이외에도 여러 서방 국가의 언론이 활동하고 있다. 특파원이 없는 매체들 역시 다른 국가에서 정기적으로 쿠바를 방문해 직접 취재해왔다.”

- 쿠바-한국 수교로 대사관이 설립된 지 1년2개월이 됐다. 쿠바와 남반구의 서사를 한국에 전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나.

“새로 개설된 대사관으로서 우리의 임무 중 하나는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기여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관점에서 현실을 설명하는 것과 큰 관련이 있다. 대중의 관심이 있는 한 우리의 현실이나 관점을 보여줄 방법을 찾고자 한다. 우리는 쿠바에 대해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

- 한국의 언론인들에 전하고 싶은 당부는.

“정치적 입장이나 편집 방침에 상관 없이 쿠바를 보다 엄밀하게 보도해주기를 요청한다. 또한 쿠바에 대한 보도를 더 많이 해주기를 바란다. 언론은 한 나라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물리적 거리마저 좁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목 조르다 숨통 쥔' 트럼프... 미국의 쿠바 제재 역사

62년부터 무역금지, 제3국 거래도 법률로 제재
트럼프, 국제송금 금지하고 올초 원유 봉쇄까지

쿠바는 65년 간 미국으로부터 역사상 가장 길고 포괄적인 경제 봉쇄를 겪어왔다. 1960년 친미 독재자였던 바티스타 군사정권이 쿠바 혁명으로 무너진 뒤 카스트로 정부가 미국 소유의 정유소와 설탕 공장을 국유화했다.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이를 수용해 설탕 수입 중단과 수출 금지를 단행했다.

1961년 미국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미국이 CIA 주도로 쿠바계 반군을 동원해 쿠바를 침공했다가 사흘 만에 격퇴된 사건)이 실패한 뒤, 1962년 케네디 행정부는 쿠바와 모든 무역을 전면 금지하는 '금수조치'를 공식 발효했다. 이 시기부터 쿠바엔 필수 의약품을 비롯한 무역이 공식 금지됐다. 1992년 미국은 법률로 제3국에 있는 미국 기업의 자회사가 쿠바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고, 1996년엔 제3국의 개인까지 제재하는 '2차 제재'를 법으로 못 박았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 50여년 만에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고 쿠바 여행과 송금 제한을 일부 완화했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오마바 행정부의 화해 조치를 모두 뒤집었고, 2021년엔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쿠바에 대한 국제송금을 차단해, 의약품과 식량 결제조차 불가능해지면서 쿠바 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유엔에 따르면 트럼프 집권 이후 필수 의약품 고갈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쿠바의 영아 사망률은 2018년 대비 2배로 증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베네수엘라 원유를 차단하고, 쿠바와 거래하는 다른 국가들에도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완전 봉쇄에 나섰다. 러시아 유조선이 지난달 쿠바에 도착해 약 7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이뤄졌지만, 전방위 봉쇄 정책은 이어지고 있다. 유엔 총회는 1992년부터 매년 미국의 대쿠바 봉쇄 해제 결의안을 채택해왔다. 최근 2023~2024년 표결에선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80여개국이 봉쇄 해제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한 국가는 미국과 이스라엘 두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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