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만의 보답? 日 선박, 이란 호르무즈 해협 어떻게 통과했나 [뉴스A CITY LIVE]

김범석 2026. 4. 2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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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로선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은 일본 정유사의 대형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처음으로 통과했습니다. 제 옆에 도쿄 특파원을 지낸 김범석 부장 나와 있습니다.

1. 호르무즈 해협을 꽉 쥐고 있던 이란이 어떻게 일본 선박을 통과 시켰나요?

우선 조금 전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SNS에 입장을 밝혔습니다. 살펴보면요,


“페르시아만 내에 머물고 있던 일본 선박 한 척이 오늘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했다”면서

“일본인 승무원 3명이 타고 있고 현재 일본으로 가는 중임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말한 이 일본 선박의 정체, 바로 유조선입니다.

사실 그 전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일본 선박이 3척 있었습니다만 액화천연가스, LNG 운반선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 기업이 관리하고, 일본인이 타고 있는 유조선이 빠져나온 것은 전쟁 발발 61일 만에 처음입니다.

2. 통과한 유조선의 정체도 궁금한데 어떤 유조선인가요?

지금으로부터 115년 전, 1911년 설립된 일본 대표 석유 에너지 기업 ‘이데미쓰’라고 있습니다. 일본 여행 가보신 분들은 길 가다가 영어로‘이데미쓰’라고 적힌 주유소 한 번 쯤 보셨을 것 같은데요,

그 회사의 자회사가 소유한 길이 약 330m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 '이데미쓰 마루호'입니다. 

NHK 등 일본 언론 보도를 보니까 이 배는 미국 이란 전쟁이 발발한 2월 28일 사흘 전인 25일에 페르시아만에 진입한 뒤에 발이 묶였습니다.

이후 3월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아부다비 앞바다에서 정박해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틀 전인 4월 27일에 항해를 재개해서 오늘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 나왔습니다.

선박 위치 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현재는 오만만 근처에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 중순 기착지인 일본 나고야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3. 통행료도 안 냈다고 하던데, 그냥 빠져 나온 건가요?

오늘 일본 외무성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봤는데요, “일본은 이번 선박 통과 과정에서 일체의 통행료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시티라이브에서도 몇 번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당초 이란은 지난 달 말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죠. 이란 혁명수비대가 원유 1배럴 당 1달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래서 200만 배럴 유조선의 경우라면 200만 달러, 우리 돈 약 30억 원을 내야 통과할 수 있었는데 일본은 이 돈을 내지 않고 그냥 나온 거죠.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이를 외교 성과라고 자평했습니다.  

4. 외교 성과라는 게 뭔가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이달 8일에 다카이치 총리와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양국 정상 간의 전화 회담이 있었습니다. 이 때, 다카이치 총리가 “모든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내 자유 항행을 회복시켜 달라”라고 요청했다는 겁니다.

그로부터 1주일 뒤에는 모테기 일본 외무상이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또 다시 “일본 관련 선박들을 통과 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 발이 묶인 일본 선박은 총 40척인데요,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오늘 성과를 계기로 다른 선박들도 곧 빠져 나올 것”이라면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5. 그래도 선뜻 이해가 가질 않네요. 통행료도 내지 않고 어떻게 일본 선박만 허가를 내줄 수 있나요?

그렇죠. 그 답을 오늘 주일이란대사관이 밝혔습니다.


지금 보시는 사진이 1953년 일본의 ‘닛쇼마루’호라는 유조선인데요, 이게 뭐냐면, 당시 이란의 석유는 영국 기업의 관리 하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란 모사데크 정부가 석유 국유화를 선언하자 영국이 맹렬히 반대하면서 페르시아만을 봉쇄합니다. 이란의 원유 수출 길이 막힌 거죠.

그 때 이데미쓰 창업자, 그러니까 오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이데미쓰 마루호’가 소속된 그 이데미쓰 기업이죠.

유조선 ‘닛쇼마루’호를 비밀리에 보내서 영국 해군 감시를 뚫고 석유를 운반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란의 고립을 일본이 막아준 사건인데 이란 대사관이 오늘 그 일을 언급하면서 “양국 간의 오랜 우정을 보여줬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외교 소식통은 "이번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73년 전 닛쇼마루 사건을 보답한 것이자 동시에 일본과 이란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준 것" 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6. 일본은 일단 성과를 냈는데, 우리나라도 26척 묶여 있잖아요. 이란과 협상을 해야 하지 않나요?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이달 9일에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고, 1주일 전이죠, 22일에는 정병하 외교부장관 특사가 이란에 가서 아라그치 장관을 만난 바 있습니다.

특사를 직접 이란에 파견한 것은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보시면 됩니다.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호르무즈 해협 내에 있는 우리 선박 26척의 탈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는데요,

오늘 일본 선박의 탈출 소식에 청와대는 “현재 이란과 다각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김범석 부장이었습니다.

김범석 기자 bsism@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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