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닥친 ‘디지털 다윈주의’ [유레카]

박현 기자 2026. 4. 2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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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측은 빗나가기 쉽다.

주요국이 인공지능(AI) 표준에 합의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리고 사회를 전반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인공지능 풍요', 지정학적 갈등으로 세계 경제가 분절되는 '진영 간 대결', 극단적 기후재난을 겪은 뒤 세계가 저탄소 체제로 함께 가는 '기후연합', 탈규제 속 기술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만 불평등이 심해지는 '디지털 다윈주의'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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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측은 빗나가기 쉽다. 전문가들의 예측 적중률이 ‘침팬지가 다트를 던진 것만도 못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전망은 국가 전략 수립과 조직 운영, 개인의 인생 설계에 필수적이다. 지금처럼 세계가 불확실성과 혼돈에 휩싸인 시기일수록 더 그렇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기술·지정학·기후·사회 등 100개 이상의 메가트렌드와 100년 넘는 역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2050년 세계 4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주요국이 인공지능(AI) 표준에 합의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리고 사회를 전반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인공지능 풍요’, 지정학적 갈등으로 세계 경제가 분절되는 ‘진영 간 대결’, 극단적 기후재난을 겪은 뒤 세계가 저탄소 체제로 함께 가는 ‘기후연합’, 탈규제 속 기술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만 불평등이 심해지는 ‘디지털 다윈주의’가 그것이다. 보고서는 이 네 가지 모두 급진적이지만 충분히 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디지털 다윈주의는 징후가 뚜렷하다. 최근 미국 빅테크와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천문학적인 투자 경쟁과 실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다윈주의는 기술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조직이 자연도태되듯 경쟁에서 탈락하는 적자생존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컴퓨팅 자원을 장악한 국가의 기술 엘리트와 투자자에게 부와 영향력이 집중되는 반면, 다수의 삶은 더욱 불안정해진다. 상위 1% 부자가 전세계 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중산층은 빠르게 축소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일상적인 지식 노동을 대체하면서 단기 계약 중심의 ‘긱 노동’이 급증한다.

보고서는 기업 경영자들에게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적은’ 다섯 가지 대응 전략을 권고한다. 효율성보다 회복력을 우선시하고, 고령화·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인력을 재편하며, 디지털 유연성과 신뢰를 강화하고, 규제·지정학·자원·기술 변화에 대한 감지와 대응 역량을 높이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사회적 역할과 관련해 “노동자 복지, 지역 사회의 회복력, 위기 대응, 공동체 수요 충족 등에서 더 큰 책임을 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역할을 효과적으로 하는 기업일수록 고객의 신뢰를 얻고 인재 확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에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제언이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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