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스위스 인구 1000만명 상한 투표 앞둔 이유

김현우 기자 2026. 4. 2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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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팟(HotSpot)'
인구 1000만 상한제 투표
외국인 27% 넘자 과밀 공포
​성장 한계에 브레이크 걸다
​이민자 수용 딜레마 마주해
"중간만 가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런 처세술을 조기 이수한 우리는 영혼 없는 끄덕임과 '모르는 척'으로 무장한 생존의 고수들이다. 퇴근길 소주 한 잔에 "오늘도 버텼다"며 스스로를 마취하고,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핏대 세우는 걸 훈장처럼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공했다는 이들의 삶은 왜 우리와 이토록 딴판일까. 어쩌면 우린 그저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의 진동판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춤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공력을 낭비하며 '잉여 포텐셜'을 공급하는 건전지 신세로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 교과서 대신, 왜 이 지겨운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지 그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내게 그 프리즘을 빌려준 바딤 젤란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의 '트랜서핑' 이론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김현우의 핫스팟]을 시작한다.
유럽연합(EU)과 스위스 국기 /로이터=연합뉴스

명절 끝자락 서울역 플랫폼. 양손에 보따리 든 귀경객들이 에스컬레이터 앞에 줄을 서고 1호선 지하철 안은 인간 샌드위치 제조 현장이다. 이때 누군가 "야 사람 너무 많다! 이제 서울 시내에 딱 1000만명만 살게 하고 나머지는 번호표 뽑게 하자"라고 외친다면? 옆 사람 발등 찍던 시민들은 아마 "옳소!"를 연발하며 즉석 국민투표라도 열 기세일 게다.

​물론 이건 상상이다. 한국은 지금 지방 소멸과 인구 절벽이라는 단어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으니까. 한데 지구 반대편 시계의 나라 스위스에서는 이 황당한 상상이 현실판 서바이벌 게임으로 진화 중이다.

스위스 유권자들이 6월 14일 나라 문을 걸어 잠글지 말지를 두고 투표함 앞에 선다. 핵심은 인구 1000만명 상한제다. 현재 약 900만명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지 못하게 헌법으로 못 박겠다는 거다.

​보통 스위스 국민투표는 시간이 갈수록 "그래도 먹고살아야지" 하며 반대파가 늘어나기 마련인데 이번엔 거꾸로다. 찬성 여론이 3월 45%에서 최근 52%로 과반을 훌쩍 넘겼다.

​리얼리티 쇼로 치면 입주자 퇴출 투표가 갈수록 흥행 가도를 달리는 셈이다. 왜 그럴까. 외국인이 싫어서가 아니다. 리얼리티 쇼 출연자들이 "거실이 좁아터져서 잠을 못 자겠다"고 아우성치는 이른바 과밀 공포라는 펜듈럼이 스위스 전역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트랜서핑 렌즈로 보면 지금 스위스인들은 거울의 숫자에 갇혀 있다.

​△정부 팩트 "노동력이 부족하다. 유럽연합(EU)이랑 척지면 우리 경제 망한다."

△유권자 눈 "기차는 연착되고 월세는 치솟고 집 앞 공원은 이미 외국인 차지다."

​스위스 인구 중 외국인 비중은 27%를 넘었다. 정치판 선수인 우파 스위스국민당(SVP)은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주권이 약해진다"는 고리타분한 구호에 "길이 막히고 집값이 오르는 건 사람이 많아서다"라는 생활 밀착형 공포를 믹스한 거다.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스위스의 부는 개방에서 왔다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배부른 유권자에게 "성장을 위해 더 들어와야 한다"는 논리는 "뷔페 식당이 꽉 찼으니 손님을 더 받아서 회전율을 높이자"는 주인장 욕심처럼 들릴 뿐이다. 손님 입장에선 내가 먹을 갈비찜이 떨어지는 게 더 큰 문제니까.

​잉여 포텐셜 작고 고귀한 스위스 자부심의 역설

스위스가 이토록 민감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들이 가진 질서에 대한 강박 때문이다. "우리는 작고 깨끗하고 부유하며 통제 가능한 나라"라는 강력한 자기 이미지는 일종의 잉여 포텐셜을 만든다. 이 이미지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집단 무의식은 균형을 맞추려 브레이크를 밟는다. 그 브레이크의 이름이 바로 1000만명 상한선이다.

​결국 이번 투표의 본질은 성장의 한계에 대한 심리적 거부권 행사다.

​"개방으로 배를 불린 나라가 개방 때문에 화장실 줄이 길어지는 걸 어디까지 참아낼 수 있는가?"

​스위스는 지금 이 질문에 답하려 한다.

스위스 정부는 "노동시장에 타격이 올 것"이라며 읍소하지만 이미 공포라는 에너지를 먹고 자란 펜듈럼은 논리로 멈추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지금 이민자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내일 아침 내가 앉을 기차 좌석을 걱정하고 있다. 미래가 혼잡한 터미널처럼 보이기 시작하면 아무리 황금알을 낳는 거위(EU 협정)라도 성난 민심 앞에서는 삼계탕 재료에 불과하다.

​부유한 자들의 배부른 고민이라고? 글쎄 우리도 곧 마주할 문제다. 인구가 줄어 외국인을 대거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 왔을 때 우리 안의 단일민족이라는 잉여 포텐셜이 어떤 균형력을 발휘할지 스위스의 이번 투표가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정치란 사람들의 불안을 어느 숫자에 가둬두느냐의 싸움이니까.

​☞트랜서핑=현실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파도 타듯 자연스럽게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마음가짐을 뜻하는 심리학적 개념.

☞펜듈럼=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나 에너지가 모여 만들어진 구조체. 대중의 불안과 에너지를 흡수해 세력을 키운다.

☞잉여 포텐셜=어떤 대상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집착할 때 생기는 잉여 에너지. 균형을 깨뜨려 원치 않는 결과를 부른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