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닝 3인분 주문이요' SSG 막강 불펜, 에이스가 새로 탄생? 이게 필승조 아니면 무엇인가

[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SSG는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서 경기 중반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 선발로 나선 미치 화이트가 4이닝만 던지고 강판됐다.
이날 제구와 커맨드에 어려움을 겪은 화이트는 구속도 평소보다 나오지 않는 등 이상 징후가 여기저기서 있었다. 결국 4회가 끝난 뒤 어깨 쪽의 뻐근함을 호소해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됐다. 당장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은 5이닝이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SSG는 전날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많은 공을 던진 마무리 조병현이 이날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다른 필승조는 등판이 가능했지만, 5이닝을 어떻게 막을지는 계산이 잘 서지 않는 날이었다. 필승조라고 하면 이로운 김민 노경은이 남아 있는데, 이들 중 최소 두 명은 멀티이닝을 소화해야 간신히 9회까지 갈 수 있었다. 불펜 부하가 너무 심해질 판이었다.
그렇다고 연패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아무나 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SSG 불펜에는 ‘조커’가 있었다. 올해 불펜으로 전향한 베테랑 문승원(37)이 그 주인공이었다. 올 시즌 SSG 불펜에서 멀티이닝을 소화하며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던 문승원이 이날 SSG의 불펜 고민을 말끔하게 지워냈다. 팀 불펜 사정만 보면 가히 영웅적인 활약이었다.

5회 마운드를 넘겨받은 문승원은 선두 페라자에게 볼넷을 내주며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문현빈 노시환 강백호라는 한화의 간판 타자들을 모조리 잡아내면서 5회를 넘겼다. 몸이 다 풀린 6회부터는 대체로 순항이었다. 6회 채은성을 삼진으로, 하주석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최재훈의 몸에 맞는 공으로 이어진 2사 1루에서는 이도윤을 우익수 뜬공으로 정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일단 SSG의 필승조 멀티이닝 고민이 문승원의 2이닝 소화로 풀린 가운데, 문승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3이닝 소화를 위해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최다 이닝 소화는 2이닝이었지만, 선발로서도 남부럽지 않은 경력이 있는 문승원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시즌에 들어가기 전 롱릴리프로 50구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들어 놓은 터였다.
문승원은 7회 이진영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시작했다. 페라자에게 중전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문현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노시환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날 3이닝 동안 55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후 문승원은 "우선 팀이 이겨서 기분 좋다. 연패를 끊어내는데 좋은 역할을 해서 뿌듯하다. 오늘은 내가 긴 이닝을 끌고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어제 필승조를 썼고, 점수차도 크게 벌어졌다. 내 역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서 "카운트 싸움이 잘 되고 있다.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 중인데 그 부분이 제일 잘되고 있다. 그러면서 경기도 잘 풀리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문승원은 이날까지 시즌 12경기에서 15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15라는 화려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필승조 라인에 편입되는 느낌은 아닌, 롱릴리프였지만 상황을 가리지 않고 팀에 헌신하면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자 이숭용 SSG 감독도 문승원을 리드하고 있을 때, 조금 더 중요한 상황에 중용하고 있다. 김민 이로운 노경은 조병현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라인에 문승원이 추가된 양상이다.
성적만 놓고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28일까지 피안타율 0.140,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0.95의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3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40㎞대 후반의 공을 던질 수 있고,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각도 더 날카로워지고 좋아졌다. 경험도 많아 크게 긴장하는 일도 없다.
문승원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팀과 5년 총액 55억 원에 계약했다. 물론 계약 당시의 기대치를 충족하지는 못했으나 팀 사정에 따라 보직을 바꿔가며 헌신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팀이 선발을 필요로 할 때는 선발로 던졌고, 불펜이 필요할 때는 불펜으로 나갔다. 이랬던 과정, 그리고 올해 좋은 활약을 한다면 계약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어느 정도는 지워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SSG 불펜이 더 막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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