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데일리 룩, 헤드 스카프로 비범하게 업그레이드하기
지난 몇 년간 패션계를 관통하는 트렌드 키워드의 하나인 ‘헤드 스카프’. 과거 할리우드 고전 영화 속 여배우들의 전유물 혹은 시골 할머니들의 애정템으로 여겨졌던 헤드 스카프가 2020년대의 가장 ‘힙’한 액세서리로 부상했다. 런웨이와 리얼웨이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이 작은 천 조각은 이제 개인의 개성과 스타일을 드러내는 패션 액세서리로 자리 잡았다.

헤드 스카프의 유행은 최근 몇 년간 패션계를 지배한 Y2K 트렌드와 그 반작용으로 떠오른 ‘올드 머니 룩’, 그리고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그래니 시크(Granny Chic)’가 교차하는 지점에 자리한다. 1950~60년대 오드리 헵번과 그레이스 켈리가 컨버터블 카를 타고 달릴 때 머리에 둘렀던 실크 스카프는 우아함의 상징이었다. 반면,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힙합 신에서 보여준 반다나 스타일은 반항적이고 자유로운 스트리트 감성을 대변했다.

지금의 헤드 스카프 트렌드는 이 양 극단의 감성을 교묘하게 섞어놓은 형태다. 최근의 헤드 스카프 스타일링은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클래식한 실크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되, 여기에 투박한 가죽 자켓이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 혹은 스포티한 트레이닝 수트를 매치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이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현대적인 유머로 재해석하는 MZ세대의 방식과 맞닿아 있다.

지난 몇 년간 사랑받고 있는 연출법은 턱 밑으로 매듭을 짓는 이른바 ‘바부슈카(Babushka)’ 스타일이다. 러시아어로 할머니를 뜻하는 바부슈카에서 유래한 이 스타일은 에이셉 라키(A$AP Rocky)와 같은 남성 래퍼부터 지드래곤까지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즐기면서 본격적으로 남녀 모두를 위한 ‘힙’한 스타일로 부상했다. 자칫하면 정말 할머니처럼 보일 수 있는 이 위험천만한 스타일링을 성공적으로 소화하기 위한 핵심은 스카프와 대비되는 아이템의 선택이다. 잔잔한 꽃무늬가 그려진 코튼 스카프를 선택했다면, 하의는 와이드한 데님 팬츠나 카고 팬츠를 입어 중성적인 실루엣을 강조해야 한다. 반대로 화려한 로고나 기하학적 패턴이 들어간 실크 스카프를 썼다면, 상의는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블레이저나 맥코트를 걸쳐 스카프 자체를 포인트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여기에 볼드한 프레임의 선글라스를 더하면 얼굴의 윤곽을 잡아주면서 동시에 미스테리하고 시크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턱 밑 매듭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머리 뒤편으로 매듭을 짓는 ‘해적(Pirate)’ 스타일이나 두건 스타일이 대안이 된다. 이는 헤일리 비버, 벨라 하디드 등 글로벌 패션 아이콘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식으로, 훨씬 활동적이고 쿨한 인상을 준다. 특히 여름철 해변이나 페스티벌 현장에서 머리카락을 정돈함과 동시에 스타일 지수를 높이는 데 이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다.

이 스타일링에서는 스카프의 소재감이 중요하다. 빳빳한 코튼 소재는 형태가 잘 잡혀 스포티한 느낌을 주고, 얇은 시폰이나 실크 소재는 바람에 휘날리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근에는 뜨개질로 만든 크로셰 스카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코티지코어(Cottagecore)’ 감성을 극대화하며 수공예적인 따스함을 더해준다. 스카프를 넓게 펼쳐 정수리부터 뒤통수까지 완전히 덮거나, 가늘게 접어 헤드밴드처럼 연출하는 등 응용 범위가 넓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헤드 스카프를 처음 시도하는 이들을 위한 몇 가지 팁이 있다. 첫째, 자신의 얼굴형과 헤어스타일을 고려해야 한다. 얼굴이 둥근 편이라면 스카프를 이마 위쪽으로 바짝 당겨 쓰기보다는 앞머리를 살짝 내리거나 옆머리를 자연스럽게 뺀 뒤 쓰는 것이 얼굴을 더 작아 보이게 한다. 둘째, 색상 조합의 법칙이다. 스카프에 포함된 여러 색상 중 하나를 상의나 하의, 혹은 가방의 색상과 맞추는 ‘톤온톤’ 매치를 시도하면 전체적인 룩이 안정감 있게 정돈된다.

헤드 스카프는 가성비 좋은 아이템이기도 하다. 비싼 코트나 가방을 새로 사지 않아도, 서랍 속에 잠자고 있던 스카프 한 장만 잘 활용하면 매일 입던 옷차림을 완전히 새롭게 바꿀 수 있다. 이번 시즌, 거울 앞에 서서 스카프를 펼쳐보자. 턱 밑이든 머리 뒤든 당신이 묶는 그 매듭이 바로 오늘의 가장 트렌디한 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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