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기자야? 찍지 말라고 진짜"…뜬장 속 '101마리의 개'

이상엽 기자 2026. 4. 2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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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밀착카메라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이른바 '강아지 공장'을 찾아갔습니다. 사용기한이 7년이 지난 약과 오래된 사료가 발견되는 등 한 장소에서 긴 시간 운영한 흔적들이 발견됐는데요. 지자체는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옷 입히고 목걸이 채운 이 강아지들 주인은 무허가 동물생산업자입니다.

내 반려견은 귀하다고 했습니다.

[무허가 동물생산업자 : 쟤네들 없으면 못 살죠.]

하지만 이 부부가 운영하는 불법 번식장에선 개들이 생산되고 버려집니다.

[무허가 동물생산업자 : 한 30년 됐어요. 공장으로 하려고 그랬던 건 아니에요. 저희는 아침 저녁으로 청소해요.]

공산품이 아니지만 업주 스스로 공장이라고 부르는 곳.

[무허가 동물생산업자 : {촬영하겠습니다.} 찍지 말라고 진짜.]

피 묻은 봉지에 파리가 들끓습니다.

곳곳에 거미줄과 먼지가 쌓였습니다.

코를 찌르는 악취.

개들은 좁은 뜬장에서 입구만 바라봅니다.

목이 말라 뜬장에 연결된 호스를 핥다가 사람을 보자 그래도 철창 사이로 얼굴을 밀어넣고 반깁니다.

불법 번식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뜬장에 산실을 꾸리고 새끼를 낳게 했습니다.

일단 굉장히 어둡습니다. 냄새도 심하고요.

이쪽에 또 개들이 있습니다.

제가 손을 내밀면 반갑다는 표현도 하고요.

우리 안에 들어가보니 오래된 약품과 사료가 보입니다.

안 열리나? 들어갈게.

편리한 돼지 옴 전문구제제. 이렇게 적혔네요.

언제 쓴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여기 보시면 사용기한이 2019년 12월 19일이라고 적혔습니다.

이미 한참 오래 지났네요.

주사기들도 보이고. 이건 또 뭘까요? 소독용 에탄올.

잠깐만 들어갈게.

개 두 마리가 있는 곳인데 지금 보시면 사료가 오래된 걸로 보입니다.

쇠고기, 닭고기라고 적힌 사료인데 사료 안에 주사기들이 있습니다.

페니실린이라고 적혔네요. 세균성 질병 항생제.

광범위 흡혈해충 구제제. 바라살.

한번 볼까요? 생후 3개월 미만 어린 강아지 또는 임신 수유 중인 모견용 제품이라고 적혔네요.

유통기한을 보시면 2022년 11월 1일이라고 적혔습니다.

101마리의 번식견. 교미와 생산을 반복했습니다.

그게 존재 목적이었습니다.

맨땅을 밟은 개는 단단한 땅이 낯설어 잘 걷지 못합니다.

[김효진/구조견교육센터 '도그어스플래닛' 대표 : 평평한 땅을 지금 걷는 것 자체가 어색해요. 대소변이 다 밑으로 빠지는 뜬장에 있었잖아요.]

업자 부부는 "유기견을 돌봐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허가 동물생산업자 : 버리고 가는 것들. 미군 부대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

하지만 돈벌이 때문이었습니다.

[무허가 동물생산업자 : 개 때문에 오히려 빚이 더 늘어났어요. 카드값도 못 내게 생겼네.]

이곳에서 키운 개들을 아내 명의 펫샵에서 팔아왔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김효진/구조견교육센터 '도그어스플래닛' 대표 : 계속 상품화되는 거잖아요.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돈 주고 산다가 아니라 이 아이들이 어디서 왔는지…]

취재가 시작되자 지자체는 "업자를 경찰 고발하고 불법 건축물 철거 명령을 내리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수십 년 묵인과 방치가 쌓인 뒤에야 이뤄진 조치였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값을 매기는 곳.

살아갈 이유보다 팔릴 이유가 앞섰습니다.

이 잔혹함을 끊지 않으면 학대는 반복됩니다.

[영상편집 류효정 VJ 김동규 작가 강은혜 취재지원 이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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