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취수원 해결에 기후부 ‘속도전’…대통령 검토 지시 발언 통했나

김성영 영남본부 기자 2026. 4. 2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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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 ‘복류수·강변여과수’ 활용 타당성조사 착수
“대구 타운홀미팅서 대통령 발언 후 빨라진 감 있어”
환경부서 배제된 공법·새 시장 취임까지 ‘속도조절’ 주장도

(시사저널=김성영 영남본부 기자)

대구 환경단체는 지난 2022년 7월28일 녹조 유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됐다고 밝히고 대구 문산취수장 취수구 앞에서 녹조가 낀 강물을 플라스틱 컵으로 떠 보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30년 넘게 표류하고 있던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환경에너지부가 대구의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이달 초 '복류수·강변여과수' 활용 안에 대한 타당성조사 용역에 전격 착수하면서다.

대구 숙원사업을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며까지 이례적으로 적극 해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지만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취수원 다변화 정책 중 정부 안만 너무 앞서가다 보면 지방선거 후 새로운 대구시장의 먹는 물 정책 기조와 자칫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구시는 정부 안뿐만 아니라 기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추진하려다 중단된 안동댐 물 활용 방안과 낙동강 상류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이용 방안 모두를 시 정책으로 열어놓고 있다. 더구나 이번 기후부 안은 기후부 전신인 환경부가 과거 대구 취수원 문제 해결 방안으로 부적합 판정을 내린 공법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대구시장 장기 공백과 선거를 앞둔 틈을 타 대구 취수원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는 데는 '대통령 검토 지시 사항'이란 배경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4일 있었던 대구 타운홀 미팅에서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해 "환경부에 지시해 꽤 오랫동안 강변여과수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시의회 한 의원도 대통령 발언 후 기후부의 정책 실행 속도가 빨라진 감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태생적으로 정부 조직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행정부시장이 현 대구시장 권한대행 체제를 이끌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기후부의 이번 용역이 안동댐 물과 해평취수장 안까지 모두 비교·검토하고 모두 정부 예산이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 볼 게 없다는 입장이다. 용역이 내년 8월까지 진행되는 만큼 신임 시장의 정책 결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25년 10월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에서 참석자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부는 지난해 대구 취수원 다변화 방식으로 복류수 중심의 취수와 보조 취수원으로 강변여과수를 활용하는 안을 대구시에 제안했다. 이어 이달 초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상류)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들어갔다. '복류수'는 하천·저수지·호수 따위의 바닥이나 변두리의 자갈·모래층 속을 흐르는 물이다. '강변여과수'는 하천의 모래층을 여과재로 이용해 여과한 생활용수다. 토양의 자정 능력을 이용해 오염 물질을 처리하는 환경 친화적 방법으로 기존 취수원이 오염되면 대체하는 취수 방법이다.

기후부는 용역 착수와 동시에 대구 취수원(문산) 인근에 복류수 실증 운영 시설을 설치해 용역기간 동안 운영한다. 이를 통해 낙동강 물을 걸러내는 모래·자갈 등 재료 구성에 따른 안정적 수질·수량 확보 여부 등을 확인한다. 취수원 다변화 방안으로 검토됐던 기존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이용 방안과 안동댐 활용 방안과의 기술·경제성 비교·검토도 이뤄진다. 이를 통해 합리적 취수 지점과 취수 가능량 검토, 용수 수요 분석, 관로 노선 선정 등 사업 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번 타당성조사는 2022년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안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후 4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기후부는 이번 용역이 대구 취수원 문제 해결의 첫걸음으로 평가하고 있다. 용역은 내년 8월 완료를 목표로 추진된다. 

기후부의 속도전에 대통령 검토 지시 배경이 있었다는 관측에 박종필 대구시의회 맑은물공급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4일 시사저널에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지금 이렇게 어렵게 더디게 진행되면 강변여가수 활용이나 복류수 추출 방법도 있다는 취지로 대통령께서 말씀을 하셨고 그 뒤로 진행이 좀 빨라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정부 예산에다 새로 시장님이 오시면 중간중간 보고도 드릴 거고 한번 (용역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여야 유력 후보 중 하나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대구의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 과거 총리 시절 해평취수장 공동이용과 단절된 구미시와의 협의 복원을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안동댐 물을 끌어오는 '맑은물하이웨이 사업'을 지지하고, 취수원 문제를 대구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사업으로 격상시켜 환경부 예산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번 기후부 용역과 관련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대구의 한 시민단체는 기후부의 '복류수·강변여과수' 활용안은 과거 환경부 검토 과정에서 배제된 공법으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같은 날 시사저널에 "해당 방식은 구미공단에서 각종 누출 사고가 없는 전제 조건 하에서만 가능한 방식이란 게 과거 환경부가 밝힌 입장"이라면서 "구미공단 유출사고가 또 안 일어난다고 보장할 수 없고, 만약 유출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방식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해했다. 

배제된 공법을 대구시와 정부가 다시 채택해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 시 담당 간부 직원과 보건연구원 등에서도 해당 공법에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 시장 권한대행이 문제인 것 같다"면서 "권한대행이 현 정부에 뭔가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귀띔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이 지난 2025년 10월24일 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구 타운홀미팅 논의 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구시

이 같은 지적에 장재옥 대구시 맑은물하이웨이 단장은 "지금 하는 용역은 2022년도에 통과한 구미 예타의 후속 조치로 4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속도론을 논하기는 힘들다"면서 "특히 이번 용역은 정부 예산으로 추진되는 데다 어떤 하나의 안을 특정한다기보다 기존에 추진해 왔던 두 가지 안 모두 비교·검토하는 용역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장이 취임할 때까지 한 두달 착수를 늦추는 건 의미가 없고, 늦추면 또 엄청 뭐라고 하는 시민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세 가지 안을 다 비교·검토해 새로운 시장이 그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취수원 이전 논의는 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본격화됐다. 낙동강 상류에는 공단과 축산시설 등 오염원이 밀집해 수질 사고가 반복돼 왔지만 대구의 낙동강 의존율은 약 70%에 이른다. 대구시는 그간 깨끗한 물 확보를 위해 오랜 노력을 거듭해 왔지만 매번 지자체 간 합의에 실패하고 경제성 문제 등으로 좌절됐다. 이번 대구시와 기후부의 '복류수·강변여과수' 활용 안에 대해 대구의 한  시민단체는 "대구시 취수원 이전 문제가 30년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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