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험 전날 밤에는 왜 잠이 잘 안 오는 걸까?

"엄마, 나 잠이 안 와."
아들이 시험을 하루 앞둔 밤이었다. 책상 위에는 문제집이 펼쳐져 있고 펜으로 뭐라고 써놓은 종이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일어나면 바로 더 보려는 것이겠지. 아들을 보니, 표정이 영 편치 않다.
"왜? 피곤하지 않아?"
"피곤한데… 누워도 계속 눈이 말똥말똥해져."
아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문득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몸은 분명 피곤한데, 머릿속은 더 또렷해지던 밤들. 가장 푹 잘 자야 하는 날에, 왜 잠은 가장 멀리 도망가는 걸까?
시험 전날 잠이 잘 오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긴장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리 몸이 시험을 하나의 중요한 사건, 때로는 위협처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은 각성 상태로 들어간다. 수면 연구에서는 이런 상태를 '과각성(hyperarousal)'이라고 설명한다. 불면은 밤에만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하루 전체의 정서적·생리적 각성이 높아진 상태와 관련된다는 설명도 있다(Endotext, 「HPA Axis and Sleep」).
이때 자주 언급되는 것이 코르티솔이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데, 몸을 깨어 있게 하고 에너지를 동원하는 데 관여한다. 불면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코르티솔 분비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는 연구들이 있다(Endotext, 「HPA Axis and Sleep」).
물론 시험 전날 잠이 안 온다고 해서 곧바로 '불면증'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원리는 비슷하다. 자야 할 시간인데도 몸은 여전히 '준비해, 중요한 일이 생길 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피곤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잠이 오는 것이 아니다. 몸과 뇌가 '이제 괜찮다'고 느낄 때에야 비로소 잠이 찾아온다.
자야한다고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누운 뒤에도 머릿속에서 계속 시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면, 뇌는 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잠들기 전 걱정이나 생각이 많아지는 '인지적 각성'으로 인해서 잠드는 시간이 늦추어진다는 보고도 있다(Gregory et al., 2008).
그러고 보면 시험 전날 밤은 아이러니하다. 푹 잠을 자줘야 하는 날인데, 가장 잠들기 어려운 날이 되기 때문이다. 내일 시험을 잘 치르고 싶다는 마음이 오히려 오늘 밤의 잠을 방해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시험 기간에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피로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Bouloukaki et al., 2023). 또 캔자스대 연구진은 시험 불안과 나쁜 수면이 서로 영향을 주며, 결국 시험 수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시험 전날 밤, 잠이 오지 않는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빨리 자! 내일 시험 잘 봐야 할 것 아냐?"라고 말하면? 이 말은 생각보다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빨리 자라고 명령한다고 해서 잠이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잠이 안 와서 걱정하며 '왜 잠이 안 오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걱정이 또 하나의 '각성'이 된다. 그러므로 시험 전날 밤의 목표는 완벽히 편안한 잠, 푹신한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각성을 조금씩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책을 덮고, 휴대폰을 멀리 두고, 내일 볼 준비물을 미리 챙겨두는 것. 그런 후 누워서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했다'라고 몸에 알려주는 것. 즉, 이렇게 자신에게 되뇌는 것은, 자신의 뇌에게 '이제 위험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신호가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잠이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도록 하자. '시험 전날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몸에 남긴 흔적에 가깝다. 결코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금 잠이 오지 않아서 내일을 망칠까봐 걱정이 되어 잠이 안 오는가?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금 내 몸은 그만큼 진지하게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그리고 잠이 오지 않는 이 밤도 어쩌면 우리 스스로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기고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니, 그렇게 스스로를 토닥여주자.
Copyright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