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팔수록 적자" 5월 대목 사라진 화훼업계 ‘시름’

임지섭 기자 2026. 4. 29. 19:2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동發 고유가·원자재 수급난
흙·비닐·화분값 30% 급등
공급·유통·소비 전반 줄타격
소비 위축까지 겹쳐 전전긍긍
29일 오전 10시께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의 한 화훼농원 입구에 출하를 기다리는 카네이션 화분들이 빼곡히 놓여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5월 가정의 달 대목인데 웃음이 안 나옵니다. 꽃을 팔수록 손해인 구조입니다."

29일 오전 10시께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의 한 화훼농원.출하를 기다리는 카네이션 화분이 비닐하우스 안팎을 가득 메웠다. 외국인 작업자들이 트레이를 끌며 분주히 움직였지만, 농원 대표 A씨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꽃 한 송이를 키워내는 '원가'가 감당 못 할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역 화훼농가들은 수입 배양토, 비료, 화분 등 필수 자재값이 전년 대비 20~30% 급등했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상토는 포대당 1천원 이상 올랐다. 비닐 업체들은 최근 15% 인상을 통보했다.

인건비 부담에 고유가에 따른 난방비·물류비 상승까지 겹쳤다.

A씨는 "안 그래도 불경기라 손님들이 꽃이 비싸면 안 사려고 하는데 공급 비용까지 전부 오르니 이번 대목은 결국 적자를 볼 것 같다"며 "가장 답답한 건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당장 전쟁이 끝난다고 비용이 바로 내려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인근 화훼농원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미 길러 놓은 카네이션은 큰 타격 상승 없이 시장에 내보낼 수 있었지만, 현 작기부터 심고 키울 작물들은 오른 자재값과 난방비, 운송비가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어서다.

농원 대표 B씨는 "결국 공급 비용 상승은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텐데, 그럼 또 비싸다고 안 팔릴 것 아니냐. 무조건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현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가정의 달 특수를 기대해야 할 시기지만 꽃집마다 손님 발길이 예년만 못하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소비 심리 위축까지 겹치며 유통업계 전반이 버티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인근 일곡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C씨는 "농가 출하가가 오르면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손님들이 발길을 끊는다"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중동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유와 수입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닐과 화분의 주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은 제조 단가를 계속 밀어 올리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로 인한 운송비 상승까지 겹치며 화훼 업계 공급사슬 전반이 '비용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이와 관련 김영환 광주화훼유통협동조합 대표는 "원자잿값이 계속 치솟고 있고, 업계 전체 매출도 예년보다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본다"며 "5월 대목을 놓치면 만회가 쉽지 않은데 소비 심리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