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니었으면 佛語 썼겠지” 찰스 英국왕의 트럼프 맞춤 유머

이철민 기자 2026. 4. 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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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백악관 국빈 만찬서
“미국 아니었으면, 유럽은 독일어 쓰고 있을 것” 트럼프의 과거 발언 빗대
트럼프의 백악관 이스트윙 철거 놓고선
“1814년 우리 영국군도 불질러 건물을 재건축하려고 했는데”
28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 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이 대화를 나누며 미소 짓고 있다./AFP 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28일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위트 넘치는 건배사로 웃음을 자아냈다. 트럼프 대통령 2기의 첫 국빈 만찬이자,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찰스 3세는 양국 간 역사에 대한 약간의 자조적 유머와 상대에 대한 칭송 속에서 자기 입장을 펴가는 위트로 말을 이었다.

찰스 3세는 이날 연회를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y)보다 훨씬 더 큰 진전”이라고 표현했다. 1773년 12월 영국의 차(tea) 세금에 항의해 미국의 식민지인 100여 명이 영국 배에 실린 차 상자들을 바다에 던진 ‘재물 파괴’ 사건을 나중에 미국 독립 이후에 미국에서 풍자적으로 ‘티 파티’라고 부른 것에 빗댔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거대한 무도회장을 만들기 위해 완전히 허물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백악관 동관(East Wing)에 대해서도 영국이 과거 저질렀던 ‘역사적 사실’에 위트를 섞어 말을 이어갔다.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우리 영국인들도 1814년에 백악관 부동산을 재건축(real estate redevelopment)하려고 작은 시도를 한 적이 있었죠.” 영국이 신생독립국 미국과 또다시 1812년 전쟁을 벌이면서, 1814년 8월 백악관과 정부 건물을 불태운 것을 빗댄 농담이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이 없었다면 유럽 국가들은 독일어를 쓰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감히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없었더라면 여러분은 프랑스어를 쓰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독립전쟁 이전에, 영국이 프랑스와의 북미 식민지 경쟁(7년 전쟁ㆍ1754~1763년)에서 승리해 프랑스의 북미 영향력을 크게 축소시킨 것을 빗댄 위트였다.트럼프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2차 대전에서 미국의 도움이 없었으면, 당신들은 지금 독일어와 약간의 일본어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찰스 3세는 개인 선물을 공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투에 투입됐던 당시 영국 해군의 잠수함 ‘트럼프’함(HMS Trump)의 함교에 달려 있었던 커다란 금빛 종이었다. 이 트럼프함은 영국 해군 함정 중에서 지금까지 트럼프라는 이름을 가진 유일한 함정이었다.

그는 “이 종이 우리 두 나라의 공통된 역사와 빛나는 미래의 증표가 되기를 바란다”며 “혹시 우리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그냥 ‘종을 울리면(ring)’ 된다”고 말했다. ‘링’이 ‘전화하다’도 되고, ‘종을 울리다’도 되는 것을 이용한 언어 유희였다. 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미국 건국 200주년이었던 1976년 백악관 방문에서 ‘자유의 종(Liberty Bell)’ 복제품을 선물했다.

찰스 3세는 이날 앞서 미 의회 연설에서는 “젊은 시절 5년간 해군 장교 근무 경험을 통해 국가 간 협력과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대서양 동맹인 나토(NATO) 무용론을 주장하고, 최근 영국 해군의 수준을 비하한 것에 대해 점잖게 동맹과 국가 간 안보ㆍ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서두였다.

28일 미국 워싱턴 D.C.의 미의회 하원 회의장에서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의회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영국은 미국의 이란 공격 초기에 항모(航母) 2척을 보내 달라는 트럼프의 요청을 거절하고 휴전이 되면 보내겠다고 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26일 이 제안을 거절한 사실을 밝히면서 “그들 항모는 최고도 아니고, 우리 것에 비하면 장난감(toys)이죠. 전쟁이 끝나면 보내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오, 매우 고맙지만, 신경 끄시오. 우린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찰스 3세는 의회 연설에서 “양국은 항상 의견이 같았던 것은 아니지만, 늘 동맹으로 남아 있었고, 양국 관계는 언제나 협력과 존중으로 정의돼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시작에 앞서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이를 칭송하며 “정말 훌륭한 연설이었다. 솔직히 질투가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후 만찬 건배사에서는 “오늘 의회에서 찰스가 훌륭한 연설을 한 것을 축하한다. 민주당 의원들까지 일어나게 만들었다. 나는 한 번도 못 해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후 갑자기 이란과 핵무기 문제로 화제를 돌려 찰스 3세 국왕이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중동에서 군사적으로 그 상대를 패배시켰고, 그 상대가 절대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면서 “찰스는 나보다도 더 내 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환호했지만, 버킹엄 궁에서는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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