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대전환, 미래 지도를 그린다] 10. 새로운 관점으로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를 준비하자

이은경 기자 2026. 4. 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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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AI 허브 유치, '거버넌스 실험도시' 전략 필요

인천, AI 직접적 연결성 빈약
기존 논리만으로 유치 어려움
'인간 삶 접목'에 주안점 둬야

인천, 전통 제조업·첨단산업
다양한 문화·외국인 '공존'
환경·안전분야 국제기구 등
'AI 거버넌스 실증' 조건 有
▲ 생산현장과 일상영역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조기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인간과의 공존을 전제로 한 AI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 출처=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삶과 산업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연구개발과 같은 전문분야는 물론 일반사무와 단순노무에 이르기까지 AI 활용이 확산되며 산업현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최근 세계 곳곳의 전장 역시 첨단 AI 군사기술이 실전 적용되는 시험장이 되고 있다. 이처럼 AI가 인간의 삶과 노동, 안보 환경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으나 이를 통제할 국제사회의 규범과 제도는 아직 그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UN 글로벌 AI 허브' 논의 본격화

이 같은 AI 글로벌 거버넌스의 공백 속에서 우리정부는 지난 3월16일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이주기구(IOM),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계획(WFP), 유엔개발계획(UNDP) 등 6개 국제기구와 협력의향서를 체결하며 글로벌 AI 거버넌스 허브 설립 논의를 이끌고 있다. 정부는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글로벌 AI 허브 유치위원회'를 정식 출범시키며 범정부 차원의 유치에 본격 나섰다.

글로벌 AI허브는 유엔 여러 기구의 AI 관련 기능을 집적하는 다자협력 플랫폼으로, 세계 AI 규범을 형성하고 조율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다. 한국으로의 AI 허브 유치는 격화되는 국제경쟁 속에서 AI 규범과 표준을 선도하는 위치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또한 AI 허브를 유치한 도시는 관련 인재와 네트워크가 집적되는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머지않아 AI 허브 유치를 위한 국내 주요 도시 간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다. 인천 역시 더 늦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뻔한 유치논리에서 벗어나야

출발점은 분명하다. 인천의 한계를 냉정하게 직시하는 것이다. 공항·항만 접근성, 송도컨벤시아 등 MICE 기반, 외국인 정주여건 등 기존의 관성적 유치 논리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무엇보다 인천은 AI와의 직접적 연결성이 약하다. 서울과 판교는 민간 기업과 인재가 집중된 기술혁신의 중심지이며, 대전은 국가 연구개발 역량이 집적된 과학기술 도시다. 전북 새만금은 미래 모빌리티 실증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고, 전남은 재생에너지와 AI를 결합한 지역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인천이 왜 AI허브 최적지인지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AI 거버넌스, 달리 바라봐야

그러나 시선을 달리하면 다른 가능성이 보인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AI는 더 이상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 이주, 보건, 식량, 개발 등 인간의 삶 전반과 AI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의 효율성을 넘어 사회적 수용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미 많은 연구는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고용 없는 혁신'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자율무기와 군사 AI의 확산 역시 인간의 통제를 넘어서는 기술 활용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제사회가 만들어가야 할 AI 거버넌스는 단순한 기술 관리가 아니라 사회적 조정과 규범 형성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실제로 우리 정부와 협약을 체결한 국제기구들의 영역 역시 노동, 이주, 보건, 식량, 개발, 디지털 표준 등 인간과 사회 전반에 걸쳐 있다. 이는 AI 거버넌스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회적 AI 실험도시' 인천의 경쟁력

바로 이 지점에서 인천의 전략적 가치가 드러난다. 인천은 전통 제조업과 바이오 등 첨단산업이 어우러진 도시로, AI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노동과 결합하는지를 실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문화와 외국인이 공존하는 국제도시로서, AI가 서로 다른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수용되는지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녹색기후기금(GCF),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 등 환경·안전 분야 국제기구가 모여있어, AI 허브를 기후·재난·지속가능성과 연계하는 융합형 국제협력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잠재력도 크다.

결국 인천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AI를 인간과 사회 속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선제적 문제의식이다. AI 허브 유치는 단순한 국제기구 유치 경쟁이 아니다. 미래 기술의 방향과 규범을 누가,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둘러싼 경쟁이다. 인천은 이제 '사회적 AI 거버넌스 실험도시'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이 경쟁에 나서야 한다.

▲ 우리 정부와 MOU를 체결한 6개 국제기구는 노동·이주·보건·식량·개발·디지털표준 등을 역할로 하고 있어, AI 거버넌스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과 공존하는 AI를 위한 국제적 거버넌스 체계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수한 박사·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수한 박사는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국제관계·중국·재외동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인하대 중어중국학과를 졸업한 후 베이징대와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단독 저서인 <중국지역연구> 4권을 비롯해 100여 편의 논문·저서·보고서를 집필했다. 서울시립대와 인천대에서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대만외교부 방문학자를 역임했다. 현재 인천시 글로벌도시·재외동포 관련 위원회에 참여해 정책자문을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유라시아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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