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아무리 화려한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이 말은 권력과 인간의 운명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다.
최근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이 중형을 구형받는 흐름은 권세의 정점에 섰던 이들이 한순간에 내려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절정의 순간이 곧 하강의 시작이라는 역학(易學)의 원리가 현실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명리학(命理學)에서 인간의 삶은 사계절의 흐름과 같다. 봄은 시작과 성장, 여름은 확장과 절정, 가을은 수확과 정리, 겨울은 저장과 내면의 시간이다. 권력 또한 이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다. 한때 뜨겁게 타오르던 여름의 기운이 지나면 반드시 가을의 정리와 겨울의 고요가 찾아온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여름의 절정에서 멈출 수 있다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과도한 화(火)의 기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잘 보여준다. 화는 빛과 권력, 명예를 상징한다. 그러나 화가 지나치면 스스로를 태우는 불이 된다. 강한 추진력과 결단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균형을 잃으면 독단과 충돌로 이어진다. 이는 결국 자신을 소모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용신(用神)이다. 용신은 한 사람의 사주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핵심 기운이다. 화가 강하면 수(水)로 식히고, 토(土)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수는 냉정함과 성찰, 소통을 의미하며, 토는 안정과 책임을 뜻한다. 만약 강한 권력의 시기에 이러한 용신의 역할이 작동했다면, 극단적인 흐름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인생의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절정일수록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한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둘째, 강한 기운일수록 그것을 제어할 균형이 필요하다. 셋째, 권력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맡겨진 흐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계절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봄이 오면 반드시 여름이 오고, 여름 뒤에는 가을과 겨울이 따른다. 이를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결국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계절을 알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한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은 단순한 허무가 아니라, 경계의 메시지다. 가장 빛나는 순간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균형을 잡을 때, 비로소 긴 흐름 속에서 무너지지 않는 삶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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