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수’ 지정된 쿠팡 김범석, 국내법 존중해야 신뢰 찾는다

한겨레 2026. 4. 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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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을 쿠팡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쿠팡은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이후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김 의장으로 변경됐다.

그런데 김 의장은 실질적으로 쿠팡을 지배하면서도 2021년 한국 법인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그동안 동일인 지정을 회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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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2021년 3월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상장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을 쿠팡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쿠팡은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이후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김 의장으로 변경됐다. 김 의장은 더 이상 책임 회피에 급급해할 게 아니라 정부의 정당한 법 집행을 존중하고 성실히 따르기 바란다.

공정위는 올해 현장점검에서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씨의 경영 참여가 확인돼,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김유석씨가 부사장급으로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등급과 유사하며, 연간 보수 등 처우도 등기임원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물류·배송 정책 관련 회의를 수백차례 주관하고, 주요 사업의 구체적인 업무집행 방향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친족의 국내 계열사 경영 참여가 없는 등 특수관계인의 사익편취 우려가 없어야’ 하는데, 이 기준에 명백히 어긋난다는 취지다. 김 의장은 동일인으로 지정됨에 따라 본인과 친인척(특수관계인)의 거래 내역을 공시해야 하고, 사익편취 금지 규제의 적용 대상이 된다.

동일인 지정 제도는 기업집단의 실질적 지배자를 명확히 함으로써, 내부거래를 감시하고 친인척에 대한 부당한 이익(사익편취)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모든 기업집단에 적용되는 공통 규범이다. 그런데 김 의장은 실질적으로 쿠팡을 지배하면서도 2021년 한국 법인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그동안 동일인 지정을 회피해왔다. 김유석씨 역시 미국 법인 소속을 유지한 채 한국에 파견된 형태를 취해왔다.

쿠팡은 공정위 발표 뒤 김유석씨가 공정거래법상 임원에 해당하지 않고 한국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대며 “행정소송을 통해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매우 유감스럽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모두 따르는 법을 계속 회피하려는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한국 법을 따르는 게 순리다. 규제를 피하려 미국 권력 핵심부에 로비를 벌이고, 그 과정에서 한-미 동맹까지 이간질하는 행태는 묵과하기 어렵다. 이런 태도를 고집하는 한 한국 소비자와 규제 당국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요원하다는 점을 김 의장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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