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닷컴버블 때만큼 급등 뒤 갭 하락…지금 팔아야 하나[오미주]
미국 증시는 지난 한달간 급반등했다. 이 랠리의 최대 주역은 반도체주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지난주 금요일(지난 24일)까지 18거래일 연속 최장기 랠리를 이어온 뒤 이번주 들어 이틀 연속 하락했다. 지난 3월31일부터 4월24일까지 18거래일간 상승률은 47.2%에 이른다.

S&P500지수 내 많은 종목들이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동안 반도체 종목은 포물선을 그리듯이 폭발적으로 오르며 2000년 닷컴버블 정점 때와 비교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제 투자자들은 반도체주를 그만 차익 실현해야 하는지 고민에 직면했다. 미즈호 아메리카스의 경영 이사인 대니얼 오리건은 이 질문이 고객들 사이에서 특히 많이 나온다며 "1조달러짜리 질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주식이 포물선을 그리듯 급등한 경우 일반적으로 상승세가 횡보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되지는 않는다"며 "대개는 최종 고점을 친 이후 추세가 반전돼 포물선 상승폭만큼 되돌리는 반대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크린스키는 이에 대한 사례로 지난 1월에 가격이 급등했다가 이후 상승폭을 거의 반납한 은을 들었다. 또 어비스 버짓 그룹은 이달 21일까지 14거래일 동안 390% 폭등했다 이후 5거래일만에 상승분의 94%를 토해냈다고 전했다. 반도체주도 최근 너무 과열돼 보인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AI를 구동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구축에 돈을 쏟아붓는 한 반도체 수요는 강력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AI만이 반도체의 유일한 강세 근거도 아니다. 미국 전력망의 전기화와 전세계적인 전기차 확산도 반도체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창업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킴 코피 포레스트는 "궁극적인 생태계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AI가 어느 순간 놀라운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러한 기대가 반도체주의 하방을 지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즈호의 오리건은 반도체주를 지금 차익 실현하고 싶은 유혹이 크겠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며 반도체주가 하락하면 빠르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시장의 지배적인 역학구도는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결국엔 매수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주가 하락한다면 증시 전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SOX 구성 종목의 총 시가총액은 약 13조2500억달러로 S&P500지수 전체의 20.4%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마켓워치는 반도체주에 대한 차익 실현이나 하락 때 매수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이 참조할 만한 몇가지 사항들을 정리했다.

SOX를 그대로 따라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SOXX)는 지난주 금요일(24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번주 월요일(27일)에 하락 장악형 패턴을 보였다. 이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상승 출발했다가 방향을 틀어 전 거래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마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기술적으로 모멘텀이 약세로 기울었음을 의미한다.
화요일(28일)에는 기술적 패턴이 더 악화됐다. 이날 SOXX는 전날 장중 최저치보다 더 낮은 가격에서 출발해 차트에 빈 공백을 남기며 진성 갭 하락을 나타냈다. 이는 SOXX가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전날 장중 최고치보다 높은 가격에서 출발해 갭 상승을 보인지 불과 2거래일만이다.
결과적으로 차트에는 갭 상승과 갭 하락으로 공백이 연결되며 지난주 금요일과 이번주 월요일 거래 범위가 위에 덩그러니 분리돼 남는 아일랜드 리버설(섬 반전)을 형성하게 됐다. 이는 지난주 금요일에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채 고점에 갇히게 됐음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앞으로 매도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요인이 반도체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주가 경로는 대개 순이익 증가세와 같은 펀더멘털 요인들이 결정한다.
BTIG의 크린스키는 대표적인 사례로 메타 플랫폼스가 지난해 2월14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총 20.5% 상승한 뒤 이후 5주 동안 34% 급락했던 것을 들었다. 그는 메타의 펀더멘털이 견조했음에도 장기간의 상승 후에는 조정이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SOX의 최근 랠리가 닷컴버블 때와 비교되는 또 다른 지표도 있다. SOX는 지난 24일 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을 48.3% 웃돌며 고점을 찍었다. SOX가 200일 이평선 대비 이처럼 높이 올라간 경우는 닷컴버블이 붕괴된 직후인 2000년 여름 이후 처음이다. 물론 닷컴버블 직전인 2000년 2월말에는 SOX가 200일 이평선 대비 111.2%까지 치솟았다.

아울러 SOX는 지난 24일까지 18거래일 연속으로 총 47.2% 상승했다. 이는 최장기 연속 랠리지만 18거래일간 사상 최대 상승폭은 아니다. SOX의 18거래일간 최대 상승폭은 2002년 11월4일에 기록한 52.3%였다. 당시는 닷컴버블 붕괴로 인해 침체장이 끝날 무렵이었다.
이번 FOMC는 파월 의장이 주재하는 마지막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임기는 오는 5월15일까지이고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는 그 전에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FOMC에서는 금리 동결이 확실시된다.
이날 장 마감 후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플랫폼스, 알파벳, 퀄컴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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