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력수요 2040년까지 6배 느는데…LNG 제외땐 구매단가 6.2% 올라
2060년까지 원전 7기 발전량 필요
전기료 올라 직접 전력확보가 유리
기후부는 “허용 땐 체리피킹 우려”
석화·철강업계와 형평성 문제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에 사활을 거는 것은 최근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많이 올라 더 이상 한국전력공사의 전력망에 의존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송전망 부족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LNG 직접 발전설비를 확보하는 방식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신규 송전망 건설은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PPA는 외부 변수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요긴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발전량은 2024년 5TWh(테라와트시)에 불과했으나 2040년에는 31.6TWh로 6배 이상 증가한 뒤 2060년께에는 65.4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4GW(기가와트) 원전 약 7기의 연간 발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장비가 최신 반도체가 포함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으로 구성됐다는 점도 문제를 까다롭게 만든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한 전압 변동에도 장비들이 영향을 받는다”며 “AI 데이터센터는 그 어떤 산업보다 전력 품질이 중요한 업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 같은 이유로 각국에서는 데이터센터 전용 발전소를 함께 구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일본이 관세 협상 결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오하이오주 LNG 발전소는 소프트뱅크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미국 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가 발생한 스리마일섬의 원자로를 재가동해 AI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로 했다.
최근 전기요금이 크게 오른 것도 LNG PPA 특례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2022년 1분기만 해도 1kwh(킬로와트시)당 128.5원이었으나 2024년 4분기에는 168.9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산업용 을 전기요금이 63% 상승하자 대기업들이 상용 자가발전설비와 재생에너지 PPA를 확대하고 있는데 데이터센터에도 같은 유인이 작용하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전력망 계통이 넉넉하지 않아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직접 발전설비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투자를 진행하기 쉽지 않다”며 “LNG 발전소를 24시간 가동하면 평균 발전 단가가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에 사업자로서는 PPA를 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한전이 LNG 발전사로부터 구매한 전기의 평균 단가는 1㎾h당 158.4원으로 일반용 평균 전력량 요금(1㎾h당 168.9원)에 비해 6.2% 저렴했다. 올해와 같이 지정학적 요인으로 LNG 원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한 한전에서 직접 전기를 사는 것보다 발전사로부터 직접 사는 것이 쌀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전력 당국은 굳이 PPA 방식이 아니더라도 AI 데이터 사업자들이 충분히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전력망은 전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며 “개별 사업자들이 별도의 발전설비를 운영하는 것보다 한전 전력망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전력 수요 중 RE100 인증에 필요한 만큼은 재생에너지 PPA 계약을 통해 충당하고 나머지는 한전의 전력망을 통해 공급받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AI 데이터 사업자에게 LNG PPA를 허용할 경우 국제 LNG 가격이 저렴할때만 PPA 계약을 활용하는 ‘체리피킹’이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LNG 가격이 급등한 2021년 말 상용자가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철강업계는 천연가스 직수입을 11.4~24.3% 줄이고 한전에서 공급받는 전력량을 11.4~12% 늘린 바 있다. 한전의 전력요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글로벌 LNG 가격이 급등한 기간에만 한전 전력망에 편승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막대해 이같은 행위를 할 경우 전력망 전체 안정성을 해친다는 점이다. 전력망은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해 전력 당국은 실시간 전력 수요에 대응해 발전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만약 한 번에 수 GW(기가와트)에 달하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들이 예정에 없이 갑자기 한전 전력망에서 전기를 조달하면 순간 망 균형이 무너질 수 있는 셈이다. 전력 당국 관계자는 “한전의 전력요금에는 실시간 전력 수요에 대응하느라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이 분산돼있다”며 “대규모 전력 사용자들이 평소엔 값싼 자가 설비를 쓰다가 불리할 때만 한전 전력망에 의존하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평범한 소비자들이 나눠 내게 된다”고 꼬집었다.
LNG PPA가 확산되면 전력 당국이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 전원이 사라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태양광발전소는 전력 수요와 무관하게 해가 뜨면 전기를 생산한다. 때문에 전체 에너지믹스에서 태양광 발전소 비중이 높아지면 한낮에는 전기가 남아돌고 소비자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저녁시간대는 전기가 부족한 현상이 생긴다. 이같은 간헐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LNG 발전소가 수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발전사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100GW 시대를 공언하면서 유연성 전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양수발전소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LNG 발전소가 특정 업계 수요에 묶이면 전력망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부는 AI 데이터센터에 LNG PPA를 허용할 경우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도 우려한다. 앞서 산업 위기에 빠진 철강·석유화학 업계도 같은 요구를 했으나 전력망 운영 원칙을 이유로 재생에너지 외 PPA 거래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력 당국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대규모 시장이라면 자유로운 거래를 확산할수록 효율적이겠지만 한국과같은 작은 전력섬에서는 PPA 거래가 무분별하게 확산하면 계통 운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허진 기자 hjin@sedaily.com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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