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계좌에 찍힌 수억 원…인뱅 확인해 보니 ‘대포통장’이었다[사기공화국의 민낯]

정호원 2026. 4. 29. 18: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법사금융 ‘대포통장’ 알바 위장 수억 원 세탁
피해 1200건 적발, 불법 계좌 132건 ‘즉시 정지’
40대·일용직 표적… 연 1417% ‘살인 고리대’ 기승
원금 넘는 가혹 상환, 금감원 ‘무효확인서’ 대응
신고 서식 개편, 신복위 ‘불법 번호 차단권’ 부여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 3개월간 20대 학생 B씨의 은행 계좌에서 오고 간 돈만 수억원. 이는 전형적인 금융거래 ‘이상징후’다. 카카오뱅크 자금세탁방지부 담당자가 즉각 연락해 자금 명세서를 요구하자 B씨는 “아르바이트 급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래 규모에 비해 B씨가 밝힌 급여 수준은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불법 자금 집금 계좌로 판단해 즉시 거래를 제한, 추가적인 피해금 유통을 차단했다.

불법사금융 범죄의 혈관 역할을 하는 것은 ‘대포통장’이다. 수천%의 고리대로 채무자의 삶을 짓밟는 범죄 자금이 이 통장들을 통해 유통된다. 현장 전문가들은 대포통장만 적기에 막아도 범죄의 상당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은행권과 협력해 대포통장 현황을 실시간 탐지하고 지급을 정지하는 등 고강도 조치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불법사금융 대응을 위해 ‘원스톱 종합·전담 시스템’을 8주간(2월 23일~4월 17일) 운영한 결과, 총 233명이 상담을 받고 171명이 1233건의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접수 건을 포함해 총 132건의 계좌가 불법사금융 거래에 이용된 사실이 확인돼 금융회사에 통보됐다. 이 중 고객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96건은 입·출금 정지 조치가 내려졌으며, 59건에 대해서는 계좌정지 의뢰가 진행됐다.

현재 은행권은 불법사금융 의심 계좌를 인지하면 즉시 운영을 종료하는 ‘즉시 정지 제도’를 시행 중이다. 특히 비대면 계좌 개설이 용이한 인터넷은행을 대포통장 통로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 제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의심 정보를 제공할 경우 은행은 해당 고객을 ‘강화된 고객확인 대상’으로 분류해 통지하고, 3영업일 이내에 거래 목적이 소명되지 않으면 거래 관계를 즉시 종료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경제활동 활발한 ‘40대’·‘일용직 노동자’ 불법사금융 주요 타깃 = 불법사금융의 마수는 주로 경제활동이 활발하면서도 고용이 불안정한 계층으로 뻗쳤다.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자(171명)을 분석한 결과, 남성이 62.0%(106명)이 여성 38.0%(65명)보다 많았고, 연령대별로는 40대가 32.7%(56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이어 30대(28.1%), 50대(20.5%), 20대 이하(12.3%), 60대 이상(6.4%) 순이었다. 근로 형태별로는 일용직(38.0%)과 급여소득자(29.2%), 자영업자(19.3%) 순으로 집계돼 고용 형태가 불안정할수록 불법사금융의 유혹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근로형태 유형별로는 일용직이 65명(38.0%), 급여소득자 50명(29.2%), 자영업자 33명(19.3%), 무직 23명(13.5%) 순으로 집계되어, 상대적으로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경우에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피해 규모는 가혹한 수준이다. 계약 내용이 파악된 53명의 사례를 보면, 1인당 평균 대출 원금은 약 1097만원이었으나 실제 상환한 금액은 1620만원에 달했다. 약정 기준 연 이자율은 평균 1417%로, 대부계약 무효 기준인 연 60%를 무려 23배 이상 웃돌았다.

이에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전담자들은 782건의 채무에 대해 불법추심 중단 및 채무 종결을 이끌어냈으며, 피해자 39명에게는 채무조정과 정책서민금융 등을 연계 지원했다. 금감원 역시 53건의 ‘반사회적 대부계약(원금 및 이자 전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 불법 계약) 무효확인서’를 발급하고, 증거가 명확한 업자 88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 신고 서식 정비하고 신복위에도 ‘번호 차단권’ 부여= 정부는 불법사금융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으로 불법사금융 신고 서식이 대폭 정비된다. 신고인이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세분화하고, 응답 방식을 선택형으로 구성해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전화번호 이용중지 요청 기관이 확대된다. 기존에는 지자체장, 검찰, 경찰, 금감원 등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피해자와 최접점에서 상담하는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도 과기정통부에 불법행위 이용 번호의 중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상담 과정에서 확인된 불법 추심 번호를 보다 신속하게 무력화해 추가 피해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다.

< 불법사금융 및 과다채무 피해 예방 권고문※ >
불법사금융 피해에 노출된 경우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하여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과도한 채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서민금융진흥원(☎1397) 또는 신용회복위원회(☎1600-5500)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연이율 60% 초과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입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