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얼굴 단 ‘로봇개’ 활보…베를린 미술관서 벌어진 파격 실험”

김성모 기자 2026. 4. 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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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노이에 내셔널갤러리에서 28일(현지 시각) 열린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마이크 윈켈만)의 설치 작품 ‘보통의 동물들(Regular Animals)’ 전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본뜬 로봇이 전시돼 있다. /AP 연합뉴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유명 인사의 얼굴을 극도로 사실적으로 구현한 실리콘 머리를 단 ‘로봇 개’가 등장하는 이색 전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의 얼굴이 로봇 개의 머리에 얹혀 독일 베를린의 한 미술관을 돌아다닌다. 이 로봇 개들은 내장된 카메라로 촬영한 주변 장면을 인쇄해 마치 ‘배설’하듯 출력하는 모습까지 연출한다.

29일 AP통신에 따르면, 이 작품은 베를린 노이에 내셔널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신작 ‘보통의 동물들(Regular Animals)’이다. 기술과 권력이 우리의 현실 인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풍자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비플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할지를 결정하는 강력한 알고리즘을 소유한 기술 억만장자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 노이에 내셔널갤러리에서 28일(현지 시각) 열린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마이크 윈켈만)의 설치 작품 ‘보통의 동물들(Regular Animals)’ 전시에 (왼쪽부터)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앤디 워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본뜬 로봇들이 전시돼 있다. /AP 연합뉴스

로봇 개들이 출력하는 이미지는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통해 각 인물의 ‘시선’을 반영해 재구성된 결과물이다. 예컨대 파블로 피카소의 머리를 단 로봇 개는 입체주의 스타일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앤디 워홀의 얼굴을 한 개는 팝아트풍 이미지를 출력하는 식이다. 전시 주최 측은 “알고리즘과 기술 플랫폼이 우리의 현실 인식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리사 보티는 “AI는 오늘날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라며 “미술관은 사회가 이러한 변화를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소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북미 최대 현대미술 행사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서도 공개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 등의 얼굴을 본뜬 로봇 개는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에 이르는 고가에도 모두 판매됐다.

5000개의 디지털아트를 조합한 비플(Beeple)의 NFT 작품은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에 낙찰됐다./뉴시스

비플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로, 매일 한 장의 이미지를 제작해 공개하는 ‘에브리데이(Everyday)’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21년 디지털 콜라주 작품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을 경매에 내놓아 약 6930만달러(약 1000억원)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는 순수 디지털 작품이 대형 경매에서 거래된 대표 사례로, 대체 불가 토큰(NFT) 기반 예술 시장의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로봇 개들이 출력한 이미지를 관람객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일부 이미지에는 QR코드가 포함돼 NFT 형태의 디지털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 측은 이를 통해 관람객이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현실의 단면’을 직접 소유하고 해석해 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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