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공장 문 닫고 노동자 수천명 시위…중국 경제 스며드는 미·이란 전쟁 그림자
와싱토이즈 위린 공장 4곳 폐쇄
중국 경제도 전쟁 여파 조금씩 흔들

지난 22일 중국 서남부 광시성 위린시의 장난감 공장에서는 약 5000명의 노동자가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시작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와싱토이즈 공장 소속 노동자들이다. 와싱토이즈는 지난 20일 위린의 공장 4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1만 이 실직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노동자 리모씨는 “회사가 지난해 말 (광둥성) 둥관의 창칭 장난감 공장을 폐쇄했을 때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보상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까 봐 걱정되어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다. 시위는 25일까지 사흘간 계속됐지만 충돌은 없었다. 중국 시위를 기록하는 사이트에는 현장에 경찰이 배치된 가운데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번 돈 돌려줘” 등의 구호를 외치며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는 모습이 올라왔다. 시위 결과 사측이 명확한 보상 계획을 마련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공장 폐쇄의 결정적 이유는 장난감 원료인 플라스틱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전해졌다. RFA에 따르면 와싱토이즈는 해고 통지문에서 “최근 몇 년간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해외 사업 환경이 변화했으며, 해외 고객들의 제품 대금 미지급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어 오늘부로 모든 사업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가운데 미·이란 전쟁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것이다.
전 세계 장난감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장난감 산업 중심지 광둥성 산터우 청하이장난감협회는 지난달 초 “미·이란 전쟁의 여파로 플라스틱 가격이 폭등해 사재기와 공황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매체 시나파이낸스는 지난 3월 말 기준 플라스틱 원자재 가격이 20% 올랐다며 상하이의 한 업체가 일본에 납품하는 피규어 가격을 450엔(약4000원)에서 800엔(7000원)으로 올렸다고 전했다. 플라스틱 가격은 이달 들어 더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위린시 장난감 공장 노동자 시위는 미·이란 전쟁의 그림자가 중국 경제에도 더욱더 짙게 드리워지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비축유와 높은 재생에너지 비율로 인해 유가 상승에도 비교적 잘 버틸 수 있는 국가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석유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면서 중소규모 공장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5.3%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성장세 대부분은 1월과 2월에 집중됐다. 3월은 소매 판매가 지난달 1년 전보다 1.7%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다. 자동차 판매도 최근 들어 부진해졌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중국의 승용차 소매 판매량은 1년 전보다 26% 급감했다.
프랑스 금융회사 나틱시스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는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중국이 올해 4.5% 이상의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중국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연이어 내고 있다. 푸충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28일 유엔 해상안보 관련 회의에서 “해협 봉쇄의 근본 원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불법적인 군사 행동을 감행했기 때문”이라면서 “(호르무즈) 지역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통행을 유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통화하며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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