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강국의 길, PM이 승부 가른다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기술 중심으로 돌아간다.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일자리와 복지까지 기술의 방향이 국정 전반을 규정한다. 과거 한국이 해외 기술을 추격하던 시기에는, 이미 해외에 기술과 시장이 형성돼 있어 국내에서 기술만 확보해도 그 시장에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선도국 대열에 올라섰고, 단순히 ‘기술만 잘 만드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기술이 먼저 개발됐다고 해서 시장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시장과 사업모델을 동반할 때 비로소 경제·사회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기술만 보는 연구자 중심의 개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시장과 기술을 동시에 이해하는 PM(프로그램 매니저) 제도가 절실하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일상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국가 주도 AI 사업의 성패는 결국 PM을 누구에게 어떤 권한과 책임으로 맡기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인터넷, GPS, 자율주행과 같은 혁신 기술을 탄생시킨 대표 R&D 기관으로 꼽힌다. DARPA의 PM들은 단순 기술 과제 설계를 넘어, 현장의 문제와 잠재 시장을 함께 고려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각 분야 최고 민간 전문가에게 일정 기간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 도전적 과제를 추진하게 하는 PM 중심 체계가 혁신의 속도와 질을 동시에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연구개발 PM 체계 개편은 시의적절하다. AI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연구개발을 단순 관리가 아니라 시장과 기술을 함께 보는 기술 전략가가 기획·주도하는 구조로 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PM은 사업·과제 기획은 물론 국가전략과 기술로드맵 수립, ICT R&D 투자방향 설계에까지 관여하는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개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AI 중심으로 연구개발 구조를 재편하고 전문 영역을 세분화한 점이다. 기존 1개에 불과했던 AI 전담 PM을 AI 원천기술, AI 반도체, AX(AI 전환) 융합, 피지컬 AI 등 4개 영역으로 나눈 것은 기술의 복잡성과 산업적 파급력을 반영한 선택이다. 이는 각 분야별 정밀한 전략 수립과 선택·집중 투자를 가능하게 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지역과 제조 현장의 AI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지역AX와 제조AX 분야를 별도로 둔 점도 의미가 크다. AI 전환이 일부 대기업·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전반으로 확산되려면 현장 중심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를 전담하는 PM을 통해 연구개발 정책이 실제 산업 생태계 변화, 특히 물리적 AI 기반 제조혁신과 지역 산업 구조 전환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로써 AI, AI 반도체, 피지컬 AI, AX 융합, 소프트웨어, 통신·전파위성, 양자, 정보보안, 미디어·콘텐츠, 지역AX, 제조AX 등 총 11개 PM 분야, 이른바 ‘베스트 11’ 포트폴리오가 갖춰졌다. 특정 기술에 편중되지 않고 국가 디지털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적 구성이다.
새로 위촉된 PM들의 면면도 제도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산업 현장에서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동시에 경험한 인재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연구와 시장 간의 연결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연구개발 성과가 논문·특허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업 경쟁력과 새로운 사업모델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물론 제도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PM에게 충분한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하고, 실패를 감수하더라도 도전적 연구를 장려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기술 축적과 시장 형성을 중시하는 정책 일관성도 중요하다. DARPA 사례가 보여주듯, 혁신은 관리가 아니라 신뢰와 책임, 그리고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보는 시각 속에서 탄생한다.
기술 경쟁의 본질은 결국 사람과 시스템의 경쟁이다. 최고 수준 전문가가 시장과 기술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며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될 때 국가 경쟁력은 비로소 강화된다. 이번 PM 체계 개편과 신규 인재 위촉은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며, 한국이 글로벌 AI 3대 강국(G3)으로 도약하는 데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억울해, 진실 밝힐 것”…재력가 남편 구속된 양정원, 심경 피력
- ‘진짜 사나이’ 출연 女소대장, 깜짝 근황…해군 첫 여군 주임원사 됐다
- 어도어, 다니엘 모친·민희진 소유 부동산 가압류
- 로봇청소기 카메라 보며 전처 살해 계획…항소심도 중형
- “3세 남아 머리에 강한 외부 충격”…친부모 학대로 사망 사인 보니
- 이번엔 ‘트럼프 한정판 여권’…기관 앞다퉈 트럼프 이름 쓰기 분주
- “아버지가 왔는데, 미국서 살고 있는 해리가 안 보인다”
- ‘제자 성폭행 혐의’ 뮤지컬 배우 남경주 불구속 기소
- “독도는 다케시마, 김치는 파오차이” 구글 번역 오류 화들짝
- 원안위, 국내 최초 원전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원전 해체 시장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