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안 된다는 유리천장 깨자” 경찰들 ‘보완수사권 절대 못준다’ 논의 [세상&]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전현직 경찰들이 모여 ‘경찰 입장에서 바라 본 검찰개혁’을 논의했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경찰들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에 반대하면서, 보완수사 요구가 이미 일선에서 통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검찰개혁추진단의 보완수사 공론화 토론회 등 검찰개혁 공론장에 경찰 입장이 더 반영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주도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의 발제를 맡은 황문규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사의 보완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형사소송법 196조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보완수사는 직접수사와 다름없다고 주장하면서 “검사의 보완수사를 차단하고 보완수사 요구만 남기도록 형소법 개정을 통한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지헌 서울경찰청 수사심의계장도 “형소법상 검사의 수사 권한을 삭제해야 검사의 직접수사 우회로를 차단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수사를 개시한 경찰이 사건을 종결할 권한마저 유지하면 경찰 권력이 비대해진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된 검경 수사권조정은 경찰에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종결권을 부여했다.
황 교수는 경찰이 다시 모든 사건을 공소청에 넘겨 2차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전건송치는 필연적으로 무책임한 수사를 조장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반발했다. 그는 “사건 종결권이 주어지기 전 경찰은 책임감이 없었다”며 “검찰이 알아서 하니 송치하면 끝이라는 태도가 팽배했다”고 했다. 경찰의 책임감을 담보하려면 수사 종결권을 그대로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끝으로 황 교수는 경찰 전문성 제고를 위한 방편으로 자치경찰제도 꼽았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 공약으로 자치경찰을 실현하겠다고 했으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종결권이 주어졌는데도 경찰이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치 경찰이 뛰어넘을 수 없는 유리천장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출신 강동필 변호사는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특사경이 현재 2만명인데 실제 송치 건수는 규모에 못미친다”며 “검찰에 대한 의존을 털어내고, 국가수사본부에 특사경 전담 부서를 신설해 수사 책임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보완수사 요구권이 “바람직한 검경 협력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다.
송 서울청 계장은 “수사권조정 직후 일선 경찰서의 수사과장으로 있을 때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는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며 “경찰에선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구체적으로 조언해주기를 기대했는데, 예전엔 구체적으로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무작정 특정하라는 식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엔 “일선 경찰들의 검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송 계장은 전했다. 그는 “서울 관내 31개서 보완수사 요구 사건들을 전수 조사해보니 ‘검사 보완수사 요구가 아주 좋아졌다’는 인식이 공통적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송 계장은 “젊은 수사관들이 보완수사 요구가 수사에 도움이 된다며, 검사를 신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사건이 들어왔을 때 법률 전문가로서 검사가 사건 쟁점을 파악해주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판례도 첨부해주는 등 보완수사 요구 내용이 굉장히 충실해졌다”며 “‘이 정도 해야 검사지’라는 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송 계장은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지 않아 개별 사건을 살펴볼 시간이 늘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범죄의 구성 요건을 보고 어떤 점이 입증돼야 공소를 할 수 있는지 잘 아는 검사와, 폐쇄(CC)회로 TV를 살피고 수배를 내리는 등 현장에서 뛰는 경찰이 서로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 더 선진화된 제도로 갈 수 있지 않겠나”고 했다.
유한종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도 “보완수사 요구는 이미 일선에서 경찰과 검사 사이 대화 채널로 정착된 형태”라고 했다.
유 과장은 “결국 검사와 경찰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이 뛰는 입장”이라며 “경찰이 공소권자 시선에서 법률적 조언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힘과 역량이 부족한 시간이 있었다면, 나중엔 검찰에서 경찰에 수사 인력 파견을 요청하는 날도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與 법사위 간사 “경찰 역량 키워줘야”
이날 토론회는 서영교·김용민·박지원·전현희·민형배·이성윤·권칠승·김승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과 황운하·정춘생·차규근 혁신당 의원 3명,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권한이 편중돼 경찰이 부패하지 않도록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고,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를 남기는 것으로 완결 구조를 만들자”고 했다. 김용민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수사와 기소가 온전히 분리되면, 수사에 대한 모든 책임을 경찰에 잘 지울 수 있도록 제도 설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이 수사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키워줘야 한다”고 했다.
황운하 의원은 “경찰이 수사 역량면에서 공격을 많이 받고 있다”며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에게 ‘후배 경찰들을 위해 검찰 보완수사 언론플레이에 적극 대응해라’고 일렀다”고 했다.
박은정 의원은 “누가 수사를 더 잘하느냐 대결이 아니다”라면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논의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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