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면 나오는 '한예종 이전'…누구를 위해 법을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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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캠퍼스를 광주광역시로 이전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한예종을 비롯한 예술계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한예종 이전 논란은 지난 22일 정준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이 한예종의 소재지를 광주로 옮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며 촉발됐다.
한예종이 광주로 가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해 지역 간 문화 격차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게 법안 발의자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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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지방 예술 생태계에 활력"
석사·박사 학위과정 개설 '당근'
한예종 "문화예술 교육 어려워"
문화산업서 소외될 우려 제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캠퍼스를 광주광역시로 이전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한예종을 비롯한 예술계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지방의 문화예술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는 수긍할 수 있지만 자칫 한예종 경쟁력 약화만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 지방선거 앞두고 나온 이전안
한예종 이전 논란은 지난 22일 정준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이 한예종의 소재지를 광주로 옮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며 촉발됐다.
법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서울 석관동·서초동·대학로에 분산된 한예종 캠퍼스를 광주로 통합 이전시키는 것이다. 한예종의 숙원 사업이던 대학원 개설도 법안에 포함됐다. 현재 한예종은 교육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각종 학교’로 분류돼 전문사 과정을 이수했더라도 정식으로 석사나 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없다.

법안을 주도한 광주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예종은 작년말 기준 재학생만 4484명에 달하고 교수와 교직원까지 더하면 5000명이 넘는다. 한예종이 광주로 가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해 지역 간 문화 격차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게 법안 발의자들의 생각이다. 광주에는 1995년 창설된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으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광주시립미술관 등의 문화 인프라도 갖추고 있어 한예종을 품기에 적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예종 이전은 10년 넘게 이어진 논쟁이다. 2009년 서울 석관동 캠퍼스 안에 자리 잡은 의릉(조선 제20대 임금인 경종과 그의 계비 선의왕후의 묘지)이 다른 조선왕릉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후 캠퍼스 이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후 서울 송파구, 노원구를 비롯해 경기 고양시, 과천시, 파주시, 하남시 등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선거철마다 한예종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올해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광주전남특별시장 후보로 선출된 민형배 의원이 한예종 광주 이전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같은 당의 조상호 세종시장 후보도 한예종 유치를 약속하고 나섰다.
◇ “좋은 전시·공연 보기 힘들어져”
한예종 이전을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예술계에선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예술 교육은 단순히 학교 수업만으로는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방세희 한예종 총학생회장은 “반나절이면 삼청동 갤러리 7~8곳을 둘러볼 수 있는 서울과 달리 광주는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광주 이전이 이뤄지면 한예종은 우수 인재 유치에 실패해 경쟁력을 잃고, 지자체는 껍데기만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좋은 전시와 좋은 공연을 끊임없이 접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광주 이전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얘기다.
이번 법안이 문화예술산업의 특수성을 간과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제조업과 달리 예술은 창작자와 기획자, 기술진이 한 공간에 모여 끊임없이 상호작용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한예종 학생들을 광주에 두면 결국 문화예술계에서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뜻에서다. 최여정 문화 평론가는 “문화예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학교 하나만 옮기면 지방이 살아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일차원적인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주장은 세계적 예술가들을 배출한 한예종이 질적 저하와 함께 국가적 손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학교 측도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한예종은 28일 성명을 내고 “일방적인 추진에 앞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해달라”고 밝혔다. 다만 주무부처는 말을 아끼고 있다. 문체부는 같은 날 이전 추진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내지 않고 “최근 한예종 광주 이전과 관련해 문체부는 검토한 바 없음을 알려 드린다”고만 밝혔다.
허세민/유승목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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