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곳에서 자라는 연꽃처럼 저마다 아름답게 피어난 음악가들 [주파수 36.5]

주성희 기자 2026. 4. 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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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직장인밴드 로투스
2022년 창단해 구성원 21명으로 움직여
록·댄스와 7080음악 다루는 두 팀 구성
“함께 음악하며 쌓아가는 성취감 소중해”
※ [주파수 36.5]는 문화체육부 기자들이 36.5도 생기 가득한 지역민의 삶에 주파수를 맞추고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창원 직장인밴드 '로투스'가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주성희 기자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는 음악 합주실과 연습실이 모여있다. 대관을 하거나 공연장을 겸하는 곳도 있다. 직장인밴드 로투스를 취재하러 간 곳도 여지없이 중앙동이었다. 뉴올림피아상가 지하 1층 오른쪽 끝으로 가니 'LOTUS(로투스·연꽃)'라고 적힌 간판이 있다. 연습실로 들어서니 5월 23일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 있는 밴드 전문 공연장 '피드백'에서 하는 밴드 연합 공연을 위한 합주 연습이 한창이었다.

다른 색깔, 같은 열정으로

로투스는 두 개 팀으로 운영한다.

한 팀은 록·메탈·댄스 음악을 다룬다. 이 팀이 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곡은 4~5곡 정도로 추려졌다. 이탈리아 밴드 마네스킨의 '베깅(Beggin')'과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으로 팀의 저력을 보여준다. 이후 싸이의 '예술이야', 윤도현밴드의 '흰수염고래' 등을 들려준다. 김희연·진주엽 씨가 노래하고, 이형균·이승호 씨가 기타를 잡는다. 베이스 기타는 최희선 씨, 건반은 문채영 씨, 드럼은 박기범 씨가 연주한다.

연습 전에는 왁자하게 웃고 떠들던 이들이 악기를 잡고 마이크 앞에 서자 분위기는 진지해진다. 더 좋은 소리를 내려고 이펙트를 매만지고, 다른 연주자 소리에 집중한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팀원도 숨을 죽이고 있다가 노래 한 곡이 끝나자 박수를 보내면서 응원의 말을 건넨다. 비가 흩뿌리고 쌀쌀한 바깥 날씨와 상관없이 보컬의 얼굴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또 한 팀은 7080 노래를 부른다. 드럼을 맡은 김용수 씨가 리더다. 기타를 이성용 씨, 베이스 기타를 윤성현 씨가 맡고 있다. 역할은 건반을 치는 정은지 씨가 프로듀서 역할을 한다. 보컬은 지난달에 입단한 백부영·박헌주 씨가 맡았다.

부영 씨는 용수 씨의 제안으로 입단했다. 그는 "그동안 노래를 할 줄 모르고 살았다"라며 웃었지만 실력이 대단했다. 곧 있을 공연에서 이선희의 '불꽃처럼'을 부를 예정이다. 부영 씨와 헌주 씨가 여성·남성곡을 번갈아가며 불렀다.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임재범의 '이 밤이 지나면', 심신의 '오직 하나뿐인 그대' 등으로 1980~1990년대 감성을 일깨운다.

로투스에는 다른 색깔을 내는 두 팀이 있어 더 커다란 공동체로 보였다. 이들이 다루는 악기뿐만 아니라 열기로도 합주실이 꽉 찼다.

다른 출발, 같은 목표로
로투스 내에서 락·메탈·댄스를 담당하는 팀이 합주를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로투스 내에서 락·메탈·댄스를 담당하는 팀이 합주를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2021년부터 정식으로 시작한 로투스는 현재 정예 구성원은 홍보단을 포함해 21명이다. 가입한 시점은 저마다 다르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이란 이유는 비슷하다.

2021년 2월 6일 입단한 베이스 연주자 희선(42) 씨는 로투스 입단하기 전 다른 지역에 살 때, 6년 정도 교향악단에서 활동했다. 5년 전 쯤 진해로 이사왔을 때, 다시 악기를 연주하고자 했다. 그때 발견한 밴드가 로투스였다. 어릴 적부터 꾸준히 들었던 스쿨밴드 노래가 로투스 입단에 작용했다.

그는 로투스에서 받은 긍정적인 에너지에 힘입어 취미를 뛰어넘어 전문가의 세계로 발돋움하려고 한다. 희선 씨는 현재 다른 밴드 '더데프(theDeF)'에서 앨범 발매에 몰두하고 있다.

희선 씨에게 베이스 기타의 매력을 물었더니 "드럼 연주자가 들으면 반박하겠지만"이라면서 웃으며 운을 뗐다.

"베이스는 지휘자가 된다. 기타가 멜로디, 드럼이 리듬을 책임진다면 베이스는 멜로디와 리듬을 다 다루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이다."

그는 곡을 더 재밌게 연주하려고 개인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7080팀 밴드 리더 용수(58) 씨는 직장인 밴드에 도전하고자 5년 정도 드럼을 배운 후 2022년에 입단했다. 51세에 처음으로 악기를 배울 때 클래식 기타를 다뤄봤지만, 고요하게 느껴져 그만뒀다. 드럼은 온몸을 쓰고 경쾌한 리듬을 맞추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는 "여태껏 겪지 못했던 음악이었다"라고 말했다.

일찍부터 악기를 다뤄본 이들과 맞추니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체감하고 주 2~3회 정도 개인 연습을 하고 있다. 난도가 높은 곡을 연습할 때 힘들기는 하지만, 스트레스로 여기지 않는다. 그 과정을 넘어서면 실력이 향상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드럼은 취미를 넘어서 큰 목표를 갖고 매진하게 되는 대상이 됐다. 로투스에 입단하고 그의 삶에 활력이 돋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졌다.

"로투스 입단 당시 나이가 두 번째로 많더라. 자녀뻘인 20대부터 연령이 다양해 융화되기 힘들었지만, 음악으로 함께 하니 적응하게 됐다. 나이에 구애받아 직장인 밴드 참여를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할 것을 권한다."

성취감이 곧 원동력으로
로투스 내 7080 노래팀에서 보컬을 맡은 백부영 씨가 노래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로투스 내에서 7080 노래를 담당하는 팀이 합주를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로투스 내에서 7080 노래를 담당하는 팀이 합주를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부회장인 희연(48) 씨는 밴드를 계속하는 이유를 공연 후 찾아오는 성취감 때문이라고 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부른 곡도 쌓이고, 성취감도 쌓여 더 크게 와닿는다. 희연 씨는 "아마 단원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영업자, 회사원, 교직원,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이들이 모여 한마음으로 무대를 완성하는 그 과정이 아름답다. 몸담은 직종이 다양해서 서로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말하고 고민하는 것을 들으면서 몰랐던 세상을 알아가고, 넓혀가고 있다."

그는 이런 값진 경험을 나누고자 희연 씨가 은지 씨와 채영 씨에게 로투스에 함께하자고 권했다.

비전공자가 처음 공연을 할 때는 떨리고 힘도 들 테다. 용수 씨도 그랬다. 하지만 공연을 10회 정도 하니 기타, 베이스, 건반 연주자도 눈에 보이고, 즐기고 있는 관객도 보였다고 한다.

희선 씨도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하면 재미없었을 일이다. 공연을 하면 관객이 환호하고 관심을 보여주고 로투스 유튜브 채널에 칭찬이 적힌 댓글도 달린다. 초창기에는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음악 활동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밴드를 처음 결성하고 이름을 '로투스'로 지은 이는 임찬수(62) 회장이다. 그는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하고자 만든 음악실이 이제 생각보다 규모가 커졌고, 순수하게 음악 연주를 즐기고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이 있어 밴드를 만든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맑지 않은 물이 있는 환경에서도 꽃을 피우는 연꽃이 떠올랐다. 음악인이 설 곳이 없는 와중에 로투스가 그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임 회장은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나이 불문하고 창원에서 설 자리를 만들고,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